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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미국 동부 여행_4일차(2)_뉴욕_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a.k.a. The Met)기행/해외(북미) 2021. 4. 25. 23:17
정갈하게 다듬어진 나뭇잎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참 푸르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일명 멧(The Met)에 10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줄이 꽤 길었다.
약간의 기다림을 거쳐 10시 20분 즈음 입장했다.
처음으로 맞이해준 곳은 유물이 아닌 유적을 옮겨놓은 듯한 이집트 전시관이었다.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으로서 모순적이긴 하지만 이렇게 고향을 떠난 문화재를 볼 때면 제국주의가 떠올라 씁쓸하고 불편하다.
전시관은 테마별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미국 문화를 위한 전시는 한 시대의 집을 통째로 옮겨온 듯하다.
시대별로 분류된 전시도 흥미로웠다.
볼거리가 정말 많고 어마어마하게 컸다. 통창으로 마치 중정처럼 꾸며진 공간엔 조각상들이 모여있었다.
14세기 백년전쟁 때 있었던 일화를 동상으로 만든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칼레의 시민(Les Bourgeois de Calais)이 인상적이었다. 잉글랜드 군에게 고립된 칼레 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은 6명 시민 대표의 모습이 불안하면서도 결연했다.
아프리카 문화재를 모아놓은 곳에선 어느새 내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한 대륙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나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웠다.
한참을 둘러본 뒤에야 계단을 올라 다른 층으로 향했다.
눈에 익은 불교 관련 문화재와 아시아 전시관들이 이어졌다.
아쉽게도 한국관(Arts of Korea)은 임시 휴관 중이었다.
다양한 볼거리 중에 백미는 역시 그림이었다. 18세기에 그려진 베네치아를 보며 그 한결같음에 놀랐다.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n)의 호머의 흉상을 보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with a bust of homer)에서는 어둠의 깊이와 중세 의상을 입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묘한 표정이 생생하다.
개인적으로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그림은 이곳에서의 반가운 발견이었다. 작품 곳곳에서 인간의 고뇌 혹은 인간성 그 자체가 느껴져 좋았다. 류트를 연주하는 여인(Woman with a lute)은 당대 가정의 한 일상을 엿보는 느낌이다.
젊은 여인의 습작(Study of a Young Woman)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The Girl with a Pearl Earring)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다.
잠든 하녀(A Maid Asleep)라는 작품에는 삶의 고단함과 그 속에 숨 쉴 틈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작품의 크기와 별개로 부분부분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물 항아리를 든 젊은 여인(Young Woman with a Water Pitcher)에서는 바깥을 바라보는 시선과 표정에 왠지 온기가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일상의 한순간을 회화적으로 승화시키며 그 안에 화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스페인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였던 엘 그레코(El Greco) 톨레도의 풍경(View of Toledo)은 음울함이 가득했다.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의 장례식(The Funeral)은 인상주의의 선구자답게 그 순간에 대한 인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삼나무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ypresses)은 역시 이글거리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들은 개인적으로는 다소 냉소적으로 느껴졌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가 남긴 No.3는 일출과 일몰 사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장님의 식사(The Blind Man's Meal)는 그가 우울하던 '청색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에서 청춘의 고독을 견디던 한 청년의 지침과 의지가 전해진다. 동시에 시각 장애의 어려움도 상기됐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춤(Dance)에서는 순수한 강강술래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의 작품은 봐도 봐도 소름이다. 어떤 순간을 오롯이 간직한 느낌이 참 좋다. 모네가 담은 베네치아의 찰나가 나를 지극히 개인적인 과거로 반갑게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줬다.
모네가 담은 겨울도 참 좋다.
빈센트 반 고흐의 올리브 따는 여자들(Women Picking Olives)은 왠지 무더위 속 흘러가는 일상을 생각하게 한다.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Self-Portrait with a Straw Hat)에서는 상처를 많이 받은 섬세한 사람의 굳은 의지가 느껴진다.
구스타브 클림트(Gustav Klimt)가 후원자의 딸을 그렸다는 메다 프리마베시(Mäda Primavesi)를 통해서 오래전 실존했던 아마도 당차고 귀여웠을 한 소녀를 마주했다.
에드바르트 뭉크 (Edvard Munch)의 달빛 속의 사이프러스(Cypress in Moonlight)에서는 마음속 가득한 불안과 동시에 그 불안조차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예술혼이 느껴진다.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가 담은 복숭아와 포도 등의 과일을 눈으로 음미했다.
이어 그림으로 모네와 함께하는 산책을 마저 즐겼다.
다양한 공간과 계절을 함께 누리다 여름날의 뵈퇴유(Vétheuil in Summer)에서는 특히 더 머물게 됐다. 그 순간의 평온함이 오롯이 전해졌다.
이어지는 그의 작품을 보며 새삼 또 감탄했다.
나의 띠친구(?) 말도 만났다.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자화상도 있었는데 스스로 담은 눈빛에서 경계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느껴진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도 한자리 하고 있었다. 코어가 좋으시네요...*
어마어마한 것들을 보고 나오니 어느새 3시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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