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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미국_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기행/해외(북미) 2021. 2. 15. 22:47
처음으로 미국에 가게 됐다. 그것도 무려 출장으로! 감개무량하다. 이번 출장의 목표는 위험국가 입국을 위한 보안 훈련 참여 및 수료였다. 회차별로 훈련 국가가 다른데 보통은 아프리카에서 받는다.
늘 그렇듯 출국 직전까지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이륙했다. 영화 레이디버드, 더 포스트와 위대한 쇼맨을 재밌게 보고 시티 오브 뉴욕이란 책을 읽고 나서야 무려 14시간 만에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30분 넘게 줄 선 후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처음으로 와본 대륙이라 괜히 설렌다.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다. 설렘도 잠시 호텔 셔틀이 어디 있는지 미처 몰라서 30분 정도 헤매고 간신히 숙소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아 숙소 근처를 산책했다.
미쿡 마트에서 간단하게 장도 봤다. 소소한 일상이 새삼스럽다. 본토 스타벅스 라떼도 한잔 마셔보고 본토 빅맥도 맛봤는데 한국과 맛이 똑같다. 정말 세계적인 기업들이로구나...*
트레이닝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약 1주일 간 진행됐다. 이론과 실습으로 커리큘럼이 진행됐다. 훈련에 참여하는 인원은 전 세계에서 왔는데 북미에서 이뤄지는 훈련인 만큼 대부분 미국,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으로 많은 건 남미와 유럽에서 온 동료들이었다.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온 동료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는데 동북아시아에서 온 몽골 인종 남성은 내가 유일했다.
교육은 출퇴근식으로 이뤄졌다. 매일 이른 새벽, 서너 대의 미니밴에 나눠타고 산속에 위치한 훈련장으로 향했다. 자세한 사항은 언급할 수 없지만 한 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영어와 수업을 이해하는 영어는 결이 다르다는 걸 오랜만에 실감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숙소는 미국식 목조주택이라 너무 좋았다. 걸을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리가 나는 게 불편하면서도 정겨웠다.
피터 그리고 제이센과 같이 숙소를 쓰게 되었다. 나 빼고는 다 미국인이었다. 그중에 버디라는 일종의 전우조로 묶인 미국인 동갑 친구 피터와 같은 방을 썼다.
출퇴근할 때마다 노트북 촬영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노아와 앨리를 골목 어디선가 마주칠 것 같은 동네였다. 너무 예쁘다!
일뿐 아니라 삶에서도 두고두고 보탬이 될 교육이었다. 더불어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과 시큐리티 외에도 젠더 이슈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의 대화로 공감하고 연대했다. GPS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누군가 예시로 포켓몬고를 들었는데 또 다른 동료가 Stupid game이라 해서 의문의 1패를 했던 순간조차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치는 밀도 높은 일정이었다. 그래서 미국 가정식 느낌으로 제공된 매 끼니가 너무 반가웠다. 때로 간이 너무 짜거나 느끼하기도 했지만 내 출장에서 겪기 힘든 호사였다. 정말 감사하면서 먹었다.
특히 교육을 다 마친 뒤 함께 했던 미국식 BBQ 파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같은 숙소를 쓴 제이센 형님과 룸메이트 피터는 처음에 세상 어색했지만 짧은 시간임에도 정이 많이 들었다.
훈련을 다 마치고 TV로 GSW와 휴스턴 로켓즈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 4쿼터와 2018 빌보드 뮤직어워드에 울려 퍼진 BTS의 FAKE LOVE를 함께 보고 듣던 시간도 기억에 남는다. 자연스레 'Do know BTS?'를 묻던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이다.
때로 몸이 조금 지치기도 했고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대부분 그렇듯 결국 그런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어로 조금 주눅 들어있을 때는 미숙한 영어로도 자신감 있게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부딪히던 동료들이 건강한 자극이 되었다. 차분함으로 타인의 공포를 누그러 뜨리거나 모두의 불안 속에 총대를 메는 경험을 통해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특정한 상황에선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생각보다 실질적인 경험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응원하던 동료들이 참 값졌다. 다 같이 내 이름을 연달아 외치며 응원하고 함께 기뻐해 주던 목소리들을 절대 잊지 못할 거다. 수료했다는 기쁨보다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과 무언가 함께 해냈다는 성취감과 그들 중 많은 이들과 훈련과 대화로 삶을 나눴다는 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런 '우리'라면 모두의 삶보다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지언정 분명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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