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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일본 여행(오사카·교토·나라)_2일차(2)_철학의길·은각사(긴카쿠지)·도시샤대학교기행/해외(아시아) 2018. 3. 19. 20:43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은 철학의 길(데쓰가쿠노미치)이었다. 은각사(긴카쿠지)로 가는 길이기도 해서 들른 곳.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이 길을 산책하며 사색을 즐겼다고 해서 철학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원래 벚꽃과 단풍이 유명하다는 데 내가 갔을 땐 봄의 초록이 조금씩 움트고 있었다.
진짜 전혀 기대치 않던 곳이었는데 너무 좋았다. 길의 이름 때문이었을까?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언젠가 꼭 시인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게 유형의 시가 아니더라도, 시인 같은 삶을 지향하며 살고 싶다. 물론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시를 짓는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약 1.8km의 길이 짧게 느껴졌다.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어쩌면 벚꽃이나 단풍이 만발하는 시기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은각사는 원래 금각사의 근처럼 은박을 입힐 예정이었으나, 이루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워 보였다.
흔히 일본의 정원문화을 '인위적인 아름다움'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은각사를 둘러보며 일정 부분 이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원형을 닮은 모방이라면 그 속에서 원형이 담겨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은각사를 둘러보고 나왔다.
은각사 앞에도 상점가가 있었다. 여기도 그새 또 사람이 늘었다. 교토는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누리고 싶다면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찾거나 보는 게 상책인 듯하다.
못다 걸은 철학의 길을 마저 걸었다.
이미 오전 내내 걸은 터라 다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풍경이 나오니 지루할 틈이 없다. 어쩌다 보니 완전히 주거지로 들어와버려서 다시 조금 돌아나가 은각사 앞쪽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도시샤대학교. 교토를 가기로 했을 때부터 꼭 가고 싶던 곳이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 가장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었다.
얼핏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교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학교다. 그래서 이렇게 시비가 남아 그를 기리고 있다.
바로 그 옆에는 도시샤대학교 동문인 정지용 시인의 시비도 있다. 그렇게 윤동주의 서시와 정지용의 압천이 이곳에 간직되고 있었다.
내가 갔을 땐 아쉽게도 방명록이 없어 따로 적지 못했다. 다만 내 안에 여러 생각이 마음을 스쳤다. 그들이 많은 순간 바람에 스치우고 간직되길 바라본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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