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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탈리아 기행_7일차(2)_로마_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레푸블리카 광장·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스페인 광장·콘도티 거리·폼피기행/해외(유럽) 2020. 9. 22. 23:01
지친 몸을 이끌고 호기롭기 나와 한 30분을 헤맸다...* 처음으로 만난 로마의 명소는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degli Angeli e dei Martiri)이었다. 천사들과 순교자들의 성당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연찮게 오전에 봤던 아시시의 성당과 이름이 비슷하다.
로마에 가면 특히 더 호객행위와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 장소부터 서명을 미끼로 사람을 낚는 분들이 계셨다. 마음은 쓰였지만 외면하고 마주한 성당은 세월의 풍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당당한 모습을 자랑했다. 원래 서기 306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욕장으로 지어진 곳을 여러 차례 개축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16세기 첫 리모델링 설계를 미켈란젤로가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수한 색감의 외부와는 달리 내부는 다채로운 색감으로 웅장하고 화려했다.
별다른 조명이 없어도 내부를 밝게 비추는 채광이 좋았다. 이래서 다들 통창, 통창 하나보다(?).
벽만 봐도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이 느껴졌다. 세월을 퇴적한 일종의 지층 같기도 했다.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니 여전히 작열하는 태양과 레푸블리카 광장(Piazza della Repubblica)이 반긴다. 19세기에 이탈리아의 통일을 기념하며 조성된 광장이다. 물의 님프로 꾸며진 나이아디 분수(Fontana delle Naiadi)로도 유명하다. 시내의 거대한 로터리는 왠지 친숙하다. 개인적으로 거대한 로터리와 분수 그리고 주위의 건축물들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걸음이 향한 곳은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Chiesa di Santa Maria della Vittoria)이다. 워낙 큰 성당을 많이 봐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격조 있는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내부는 어느 곳 못지않게 화려했다. 천장에 뚫린 구멍과 그를 통해 내부를 비추는 빛으로 성녀 테레사의 성스러움을 표현했다고 한다. 1833년 화재를 겪은 뒤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는 데, 정말 화려한 색감과 양감으로 가득 채운 공간이었다.
화려하고 강렬한 단상 옆에는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의 성 테레사의 환희(Ecstasy of St. Teresa)가 자리하고 있다. 역시 성녀 테레사를 주제로 한 작품인데, 표정과 옷깃의 생동감이 대단했다.
그렇게 근처 명소를 연달아 돌아보고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괜스레 어딘가에서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과 그리고리 펙이 베스파를 타고 스쳐 지나갈 것만 같았다.
로마의 거리는 그동안의 다른 도시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건물도, 사람도 많은 '도시'로 다가왔다.
마침내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에 도착했다. 광장의 이름은 17세기에 이곳에 위치했던 스페인 대사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역시나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떠올랐다. 영화에선 젤라또를 먹었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취식이 불가하다고 한다. 눈에 익은 관광지이자 아주 오래된 '밈' 그 자체인 곳이라 괜히 더 설렜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이 상기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광장의 명소인 계단 바로 앞에는 못지않게 유명한 분수 하나가 있다. '바르카차의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는 예전에 와인을 운반하던 낡은 배(바르카차)를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앞서 성당에서 마주한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와 그의 아버지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공동 작가라고 한다.
총 137개의 일명 '스페인 계단'을 올라가서 마주한 건물은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Chiesa della Trinita dei Monti)다. 교회 이름의 뜻은 '삼위일체'라고 한다. 광장을 내려다보는 성당이라니, 참 전형적인데 지루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계단 아래는 정말 사람이 말 그대로 바글바글했는데, 올라오니 상대적으로 한적했다. 그리고 마주 보이는 분수대와 쭉 뻗은 거리, 얼핏 보이는 로마의 전경이 상쾌했다.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잠시나마 유유자적함을 누렸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콘도티 거리(Via dei Condotti)를 따라 걸었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이 빽빽하게 입점해 있었다.
그중 내 눈길을 가장 끈 브랜드는 폼피(Pompi)였다. 티라미수로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열심히 찾아갔다.
한국 사람이 많이 오는지 직원이 내내 한국말로 물었다. 동시에 짧은 현지어 구사 전문가(?)인 나는 이태리어로 답해 나중에 동시에 터졌다ㅋㅋ. 딸기맛과 초코맛이 있었는데, 나는 이딸리아에선 왠지 '클래식함'을 추구해야 할 것 같아 초코맛을 택했다. 초코 티라미수는 기대만큼 엄청난 맛은 아니었으나 꽤나 맛있었다. 덕분에 달달하고 유쾌한 추억 하나를 간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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