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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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바라산일상/일상 2021. 9. 23. 12:18
이사하고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동네 뒷산이 바라산이라는 점이다. 높이가 428m 정도 되는 산인데 백운산, 광교산으로도 이어진다. 고기리로도 길이 있어 걸어서 다녀온 적도 있다. 늘 그 자리에 있어주는 빽빽한 나무와 산이 묘한 위로를 준다. 일상이 답답할 때면 산에 오르며 많은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우치기도 한다. 한 번은 일부러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산에 올랐다. 바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해지는 동네는 벅찬 감동이었다. 일상에 묻힌 아름다움이 참 많다. 정상 어귀에서 운이 좋다면 애용이 아니 산의 왕, 산군도 마주칠 수 있다. 해가 지고 나면 산은 급속도로 어두워진다. 어둠의 깊이가 남달라 그야말로 칠흑이다. 바라산이란 이름은 예전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 달을 바라보던 산이란 뜻의 '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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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현충일_국립서울현충원일상/일상 2021. 7. 3. 12:26
현충일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원래도 차가 많은 곳이지만 유난히 더 많다. 인파를 헤치고 현충원에 도착했다. 날이 유달리 흐리고 습했다. 정문과 충성분수대 이어 뒤로 무덤, 비석, 기념물이 길게 이어졌다. 천천히 이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어느 묘 앞에 웅크린 할머님을 보고 우리 할머니가 떠올랐다. 처음으로 뜬금없이 그냥 연락드렸다. 늘 짧게 끊으시던 할머니가 길게 말씀하시는 데 괜히 마음이 찡했다. 애국지사, 임시정부요인, 무후선열의 넋을 기린다는 충열대에 올라 묵념을 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묘를 비롯해 순국선열들의 묘를 보며 내가 두 다리로 딛고 있는 땅의 또 다른 의미를 실감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비가 꽤 와서 우산도 없이 쫄딱 젖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대통령 묘소에 들렀다가 다시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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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삼일절_윤동주 투어_사직단·윤동주문학관·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자하문·클럽에스프레소일상/일상 2021. 6. 24. 08:47
3.1절을 맞아 꼭 가보고 싶던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사직단에서도 기념행사를 하고 있었다. 정작 사직단은 보수 공사 중이었다...* 통의동, 효자동 일대를 지나며 대오서점, 통인시장 등 눈에 익은 공간들을 반갑게 구경했다. 한참 언덕을 오르고 막판에 약간 길을 헤매고 나서야 마침내 윤동주문학관에 도착했다. 이름 그대로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공간이다. 독특한 외관 덕인지 많은 건축상을 수상했다. 가장 먼저 점묘화(?)로 묘사된 시인의 얼굴과 새로운 길이라는 시가 반겨준다. 주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동시에 어찌 보면 평이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폐쇄된 상수도 가압장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곳이라 그 공간의 유산을 잘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폐기된 물탱크의 원형을 보존하여 조성한 '닫힌 우물'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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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다음 메인 노출...*일상/생각 2020. 9. 25. 23:51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몸과 마음을 식히며 들어온 블로그. 어쩐 일인지 23일에 일간 방문 수가 2천 명이 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보니 유입경로로 추측하건대 아마도 그날 다음 메인 어딘가에 로마 여행기 중 하나가 올랐갔었나 보다. 예전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글이 네이버 메인에 올라갔을 때도 되게 신기했었는데, 내가 직접 쓴 글이 포털 메인에 (아마도) 올랐다니 또 다르게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감사하다. 나도 나름 포털 메인의 콘텐츠 큐레이션 업무를 부분적으로 담당하고 있어서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기억하고 싶어서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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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를 간직하기 위한 글일상/생각 2016. 2. 28. 21:35
13년간 내 제일 좋은 친구였던 별이가 하늘나라로 간지도 어연 1달이 다 돼간다.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살고 있지만...아직까지는 문득문득 별이가 생각난다.그럴 때면 너무 슬프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또렷이 기억나는 게 감사하다.언젠가 별이를 떠올리려고 했을 때 별이의 모습이 희미하다면 그것도 슬플 것 같다.그래서 필리핀에서 가슴에 묻은 스텀프, 똘똘이처럼 별이를 간직하기 위한 글을 써놓으려고 한다. 2003년, 나는 6년간 정들었던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에 갔다.그때의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그런 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이름은 '별이'. 별이는 1년에 5~6cm 이상 크던 나보다 더 폭풍 성장을 했다. 어느새 성견이 되었고, 위층에 살던 내 베프네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