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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를 간직하기 위한 글
    일상/생각 2016. 2. 28. 21:35

    13년간 내 제일 좋은 친구였던 별이가 하늘나라로 간지도 어연 1달이 다 돼간다.

    일상에 치여 정신없이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문득문득 별이가 생각난다.

    그럴 때면 너무 슬프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또렷이 기억나는 게 감사하다.

    언젠가 별이를 떠올리려고 했을 때 별이의 모습이 희미하다면 그것도 슬플 것 같다.

    그래서 필리핀에서 가슴에 묻은 스텀프, 똘똘이처럼 별이를 간직하기 위한 글을 써놓으려고 한다.


    2003년, 나는 6년간 정들었던 초등학교를 떠나 중학교에 갔다.

    그때의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이름은 '별이'.



    별이는 1년에 5~6cm 이상 크던 나보다 더 폭풍 성장을 했다.



    어느새 성견이 되었고, 위층에 살던 내 베프네 강아지 '비티'라는 개와도 친해졌다.



    그렇게 별이는 내 질풍노도의 시기에 곁에 있어주었다.

    어느덧 중학생이던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별이는 사람으로 치면 청년이 되었다.



    비상한 머리를 지닌 덕에 틈만 보이면 이렇게 쓰레기통을 뒤져 일을 벌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에 위로가 되는 존재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별이는 참 예쁜 강아지였다.



    때로는 피식피식, 또 때로는 아빠미소를 짓게 만드는 동생이었다.



    그런 별이는 자기 뜻과 상관없이 우리의 욕심으로 어머니가 됐다.

    그 가운데 한 생명은 세상의 숨을 쉬지 못한 채 먼 곳으로 갔다.

    돌이켜보면 별이에게 참 미안하지만 또 한편으론 다행히 그렇게 별이의 아들 '사랑'이가 우리집에 왔다.



    '사랑'이는 별이가 어릴 때처럼 참 귀여웠다.



    한동안 두 모자를 바라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사랑이도 하루하루 다르게 자랐다.



    사랑이가 성견이 될 무렵, 나도 20대가 되었고 대학에 진학했다.

    수능 전날에도 한참 동안 강아지들과 함께 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정말 폭풍같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을 보내고...

    군대에 가게 됐다.

    입대하기 바로 전날에도 내 곁에 있던 건 별이였다.

    오묘, 착잡한 표정의 내 모습 ㅋㅋ



    군대에 가서 정말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솔직히 가장 보고 싶은 존재 중 하나가 바로 별이와 사랑이었다.

    밑은 상병 휴가를 나왔을 때 별이와 사랑이의 모습.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사랑이가 별이를 서열로 눌러버려 좀 얄미웠다.



    그리고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 별이의 모습.



    휴가를 나올 때마다 격하게 나를 반겨주던 별이와 사랑이.

    그렇게 우리는 항상 보고 싶고, '집'이라는 공간에서 서로를 기다려주는 가족이었다.

    상대적으로 내가 이기적이었지만...

    무튼 그 존재들 덕에 무사히 제대할 수 있었다.

    정말 큰 힘이 됐다. 제대하는 날 당일에도 함께 했던 별이와 사랑이..



    뭔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어느새 난 23의 복학생이었고 별이는 9살이 됐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쯤 됐으려나...



    예전보다 활기는 적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별이는 젊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그 이후로 근 2년간 별이는 급격히 늙어갔다.

    쇼파에 혼자 힘으로 올라오지 못해 계단을 만들어 줘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잠과 식탐이 부쩍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행복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 중 하나는 별이와 사랑이와 함께 낮잠을 잘 때였다.

    이상하게 저렇게 누워있다가 드는 낮잠은 참 달았다. 평화로웠다.



    어느 날 문득 별이 눈이 흐려진 걸 알았다.

    병원에선 백내장이 왔다고 했다.

    별이에게 미안하게도 백내장이 다 진행되고서야 알았다.



    돌이켜보면 참 무심했다.

    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산책도 자주 시켜주지 않았다.



    사실 나는 때때로 별이가 느끼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전해졌다.



    눈으로



    표정으로



    마음으로



    그렇게 많은 순간 별이는 내게 말을 걸었다.



    내가 얼마만큼 별이의 이야기를 알아 들었는지...

    별이에게 응답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2015년 여름 즈음... 어느 날인가부터 시작된 별이의 구내염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처음으로 안락사 얘기가 나왔다.

    가족 모두에게 어려운 얘기였지만 어쩌면 제일 이기적이었던 내가 끝까지 반대했다.

    몇몇 병원에서도 상태나 별이의 나이 등을 고려했을 때 회복하기 힘들 거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동생이 데려갔던 병원의 치료가 기적처럼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찾아온 기적으로 별이는 우리와 조금 더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런 일을 겪고 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더 커졌다.

    덕분에 오글거리지만 때때나직이 별이에게 별아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구내염은 나았지만 별이는 더 기운을 잃었다.

    많은 순간 그저 누워있었다.

    별이가 곁에 있어 행복했지만 항상 마음 한편으론 조마조마했다.



    그래도 별이는 여전히 때때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집에서도 나만 알아보는 별이의 미소.

    어쩌면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가끔씩 별이가 씨익 웃는게 보였다.



    얼마 전, 날이 추웠지만 왠지 별이랑 산책을 하고 싶었다.

    예전 같진 않았지만 별이는 여전해 날랬다.

    별이가 노는 걸 바라보고...

    함께 뛰기도 했다.



    고마웠다. 아직 이렇게 살아있어줘서...



    그리고 다음 날... 나가는데...



    별이가 쳐다보기에... 불렀고... 별이는 와줬다.

    귀도 예전만큼 안 들리고... 또 이젠 들려도 귀찮으면 안 오시는 분인데...

    요 근래 이례적인 일이었다.

    별이가 와줘서 고마웠다.



    별아 너가 내 삶에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그러고 며칠 만에 급작스레 그렇게 갈 줄 몰랐어...

    너를 충분히 사랑해주었을까 생각하면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너가 있어 정말 행복했어.

    너 덕에 그나마 이마만큼의 사람이 되었음을 뒤늦게 고백한다.

    내 어두운 시기에 넌 이름처럼 별이었고 빛이었어.

    앞으로 내가 존재하는 한 너도 함께 존재할 거야.

    평생 간직될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어줘서 고마워...

    안녕...가끔씩 꿈에라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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