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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_2일차(1)_충주·괴산_소나무집·엠커피팩토리·수옥폭포기행/국내 2021. 10. 10. 12:05
아침 일찍 깨서 뒹굴뒹굴하다 로비에 준비된 조식을 방으로 가져왔다. 로비 자체도 정겹게 꾸며져 있었는데 조식도 왠지 따스했다. 식빵은 퍽퍽했고 우유는 분말 우유(?) 맛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왠지 여러모로 아프리카 숙소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다. 아침 먹고 체크아웃하고 나오려는데 새끼 고양이가 배고픈지 아는 척을 했다. 고양이보단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 심장폭행인가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아쉽고 미안하게도 줄 게 없어 손가락만 내어주다 나왔다. 나름 먼 길을 떠나야 해서 근처 소나무집에서 향토 음식이라는 꿩만둣국을 시켜 이른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꿩 특유의 향이 살짝 났는데 독특했다. 반찬이 정갈했고 육수도 꿩으로 직접 냈다며 순박하게 자랑하시는 사장님 부부의 따뜻함이 좋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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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_1일차(3)_충주_수주팔봉·수안보 사이판 온천 호텔기행/국내 2021. 10. 10. 11:30
첫날 마지막 관광지로 수주팔봉에 들렀다. 구름다리에 올라 세찬 물줄기와 병풍 같은 풍경을 구경했다. 이곳도 빈센조의 촬영지라고 한다.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운 길을 달려 수안보에 도착했다. 숙소 수안보 사이판 온천 호텔은 뭔가 앤티크(?)한 느낌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이 정도 크기의 1인실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체크인 후 짐을 두고 나와 고양이 가족과 조우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도보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칠흑 같은 산속의 어둠과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조명들이 묘하게 조화롭다. 걷다가 6년 전 자전거 여행 때 잠시 머문 장소와 지난 길을 알아보고 홀로 울컥했다. 거짓말처럼 어떤 찰나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편의점에서 곰표 밀맥주를 한 잔 사와 만두와 저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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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_1일차(2)_충주_로데오거리·중앙어울림시장·삼정면옥관아골 청년몰·관아공원·자유시장·장모님 만두기행/국내 2021. 10. 10. 11:12
저녁을 먹기 위해 시내에 왔다. 메뉴로 평양냉면을 고르고 삼정면옥에 가려고 했는데 근처 주차장을 미처 못 찾았다. 덕분에 은근 먼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텅 비어 가는 로데오거리와 로터리를 지나 10분 정도 걸었다. 생각보다 공실이 많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식당은 중앙어울림시장 뒤편에 있었다. 냉면은 동치미와 MSG 향이 서로 주장이 강했다. 아슬아슬하게 싸우지 않고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면은 조금 불은 듯한 식감이었고 육수는 미지근해 생소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인 9천 원에 그럴듯한 평양냉면을 먹어 기운이 났다. 배를 채우고 근처를 걷다가 관아골 청년몰을 발견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모습이 내심 안타까웠다. 어떻게 해야 상생과 성장이 가능할지 막막해 괜히 혼자 고민했다. 조선시대 관아터에 조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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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_1일차(1)_충주_충주고구려비전시관·충주박물관·중앙탑사적공원·탄금대기행/국내 2021. 10. 9. 23:30
집에서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2021년 여름휴가를 나섰다. 1시 넘어 출발해 1시간 40분 정도 걸려 충주고구려비전시관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휴관이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고구려를 콘셉트로 꾸며진 외부 공간을 한 바퀴 둘러봤다. 진짜를 바로 옆에 두고 모조품만 보고 왔다. 이어서 찾은 충주박물관 역시 코로나19로 휴관이었다. 함께 위치한 중앙탑사적공원을 천천히 걸었다.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탑이 인상적이었다. 통일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충주 탑평리 칠층 석탑이다. 국보이기도 하다. 뭔가 인스타그래머블한 달 조형물이 곳곳에 있었다. 여기서 드라마 빈센조와 사랑의 불시착을 촬영했다고 한다. 날은 더웠지만 강변을 끼고 녹지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걷기 좋았다.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충주유공자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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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황재형 : 회천(回天)·정상화 개인전문화생활/전시 2021. 10. 9. 21:17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에 관람 하루 전 극적으로 예매해 성공해 기분 좋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갔다. 주로 근대 한국 미술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그 아우라가 엄청났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김환기 화백이 그려낸 우주와 박수근 화백이 담아낸 따뜻한 시선 그리고 소와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 이중섭 화백이었다. 작품 수는 특별 기획전임을 감안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1시간이 금방 갔고 괜히 아쉬워 시간을 꽉 채워 몇 번을 둘러보다 나왔다. 때로 어떤 작품은 작가의 얼을 투영한다. 한반도의 근대를 살아낸 한 삶이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아득함을 가늠하며 주제넘는 안타까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내게는 국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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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_3일차_원조 교래손칼국수·풍림다방·제주관광공사 중문면세점·더클리프·바이제주·제주국제공항기행/국내 2021. 10. 1. 07:57
늦은 시간까지 달게 자고 여유롭게 나와 원조 교래손칼국수에 갔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토종닭 칼국수에 메밀 야채 전을 맛있게 먹었다. 과하지 않은 간에 나름 양도 넉넉하다. 날이 흐린데 뜨근하니 좋았다. 비자림에 들리려다 주차장부터 사람이 넘실대는 걸 보고 차를 돌려 풍림다방으로 갔다. 우연찮게 내가 입은 옷과 외벽의 색깔이 거의 똑같았다. 카페 타히티를 마셨는데 에티오피아에서 마시던 라떼가 떠오르는 비주얼이었다. 달콤한 바닐라 풍미를 느끼며 커피와 케이크로 충전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살 게 있어서 중문에 위치한 제주관광공사 중문면세점에 갔다. 딱히 살 게 없어 구경만 했다. 마지막으로 뷰 맛집이라는 더클리프에 갔다. 피자 하나에 음료 시켜 신나는 노래가 흐르고 어딘가 들뜬 사람들이 가득한 이국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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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_2일차(3)_사라봉공원·제주 올레길 18코스·애기 업은 돌·설심당·동문시장기행/국내 2021. 10. 1. 07:38
마지막 친구의 도착 예정 시간에 맞추어 공항으로 가려다 연착됐대서 급작스럽게 사라봉공원으로 향했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제주 올레길 18코스 따라 애기 업은 돌까지 찍고 왔다. 비도 오고 인적도 드문 가운데 지금 이 순간을 노래했다. 그러고도 시간이 좀 남아 공항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부에 갔다가 자리가 없어 설심당에서 빙수호떡세트 시켜 당을 충전했다.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마지막 일행도 도착해 픽업 후 우리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구름제과에서 케이크, 타르트 시켜줘 맛있게 먹고 잠시간의 휴식을 누렸다. 슬슬 배가 고파져 저녁거리 사러 동문시장으로 갔다. 가까운 거리였는데 차가 워낙 막혀 1시간 만에 도착했다. 고등어회, 딱새우, 족발 등을 사서 귀가. 친구의 룸메이트까지 모셔 맛있게 식사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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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_2일차(2)_산지천갤러리_사진박수 김수남, 사람과 삶의 기록을 남기다·떠있는 섬기행/국내 2021. 9. 29. 22:49
비 오는 산지천은 또 그 나름대로 곱다. 비도 오고 그래서 산지천갤러리에 가봤다. 외관에서 알 수 있듯 원래 목욕탕과 여관을 겸하던 금성장과 녹수장이었다고 한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금과 같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굿을 취재했던 사진작가 김수남을 기리는 '사진박수 김수남, 사람과 삶의 기록을 남기다'와 제주를 주제로 여러 아티스트들의 연합 전시 '떠있는 섬'을 즐겁게 봤다. 뜨거운 다큐 정신과 섬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공짜로 누렸다. 밖에 나오니 여전히 빗발이 거셌다. 섬의 거친 면조차도 사랑하던 여러 시선을 담은 뒤라 그런지 궂은 날씨가 조금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주로 잠시 머물거나 스쳐지나던 제주 원도심에 숨은 매력을 알면 알수록 왠지 이 섬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