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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포항_3일차_도구해수욕장·장기식당·문의청남대휴게소기행/국내 2022. 8. 12. 06:29
어느덧 2박 3일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 7시에 눈이 딱 떠졌는데 다들 꿀잠을 자고 있었다. 혼자 나와 호젓한 아침 산책을 즐겼다. 간밤에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 있다.
숙소 바로 앞 도구해수욕장에 갔다.
제철소가 보이는 해수욕장은 아름다웠지만 생각보다 좀 어수선했다.
갈매기가 많았고 바로 옆 해병대 상륙훈련장에서 울려 퍼지는 씩씩한 함성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좋았던 여행을 홀로 뒤돌아보며 윤종신 님의 바다 이야기를 들었다.
바다가 주는 여운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정리와 청소를 마친 뒤 아침을 먹으러 나섰다. 이때 친구 중 하나가 준비가 늦어 별 생각 없이 농담을 던졌는데 나중에 그로 인해 마음이 상했던 걸 알게 됐다. 때로 누군가의 상처로 이어진 악의가 없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악의보다 더 나쁠 수 있다. 관계에서의 갈등을 극도로 꺼려하는 기본값을 가진 나로선 이럴 때면 내심 참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를 생각해 정제된 언어로 이야기를 전한 배려 덕에 나도 진심으로 사과를 전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이 시작됐던 죽도시장 인근에서 포항 부부를 다시 만나 장기식당에 갔다.
10분 정도 기다려 입장해 먹은 한우곰탕은 맑은 국물이 깊이가 느껴졌고 고기 건더기도 넉넉했다. 반찬으로 나오는 양파 간장이 맛을 더하는 데 특히 한몫한다고 느꼈다. 내가 느끼기에 국밥 맛집 치고 김치는 평범했다. 그래도 정말 맛있게 먹었고 덕분에 뜨끈한 국물로 스근하게 여독을 풀었다.
먹고 나오는 길에 보니 줄이 더 길어졌다.
덕분에 현지인 감성으로 이곳저곳 겪을 수 있어 고마웠던 친구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10시쯤 안양으로 출발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운전했다.
2시간 넘게 신나게 달려 문의청남대휴게소에 도착했다. 빵과 커피를 산 뒤 운전을 교대했는데 거짓말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이 자리를 빌려 나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바이다...*
잠들었다 깬 친구들까지 가세해 웃고 떠들다 보니 3시쯤 포항 원정의 시발점에 도착했다. 교회 친구들을 만나면 유독 착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스스로 그만한 친구와 그만큼 신실한 신자는 못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기에 더 감사하다. 먼 도시에 터를 잡고 가정을 꾸린 친구를 만나러 포항에 다녀오며 타지에서 값진 싹을 틔우는 부부와 무해한 벗님들 덕에 참 은혜로운 주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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