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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미국 서부 여행_9일차(3)_로스앤젤레스(LA)_게티 센터기행/해외(북미) 2021. 7. 26. 22:13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석유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진 폴 게티(Jean Paul Getty)의 기부로 조성된 공간이다. 무려 12년 동안 공사한 뒤에 그가 생전에 수집한 예술품들을 중심으로 1997년 개관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센터까지는 트램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사람이 많아 게티 센터 트램(Getty Center Tram)을 거의 20분 기다려 탔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부터 굉장하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작품이라고 한다.
놀랍게도 입장과 관람이 모두 무료였다. 오디오 가이드 대여가 가능했는데 내 앞에서 딱 동이 났다. 이미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이라 괜히 더 속상하다.
드넓은 센터를 거닐며 마음을 달랬다. 건축물과 여러 조경을 비롯해 높은 부지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전경이 참 아름답다.
전시관에 입장했다. 워낙 여러 곳이라 어디부터 갈지 고민될 정도였다.
초장부터 서기 200년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조각품이 반긴다.
진 폴 게티의 여러 어록도 볼 수 있었다. 말도 멋지지만 본인에 생각한 신념을 실현한 점이 정말 대단하다. 사실 그가 부를 이룬 과정에 대한 비판도 있고 실제로 엄청 인색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건 왠지 알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은 나누지 않곤 못 배긴다.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예술적 소양을 조금 더 보탰다.
특별전으로는 Books of Beasts이 열리고 있었다.
중세에 기록된 동물 우화집과 그에 대한 다양한 작품이 함께 전시 중이었다.
유니콘의 두개골(Skull of a Unicorn)이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무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작품이다. 그 발상이 신선하다.
안내문에 쓰여있던 것처럼 많은 동물이 현실과 전설을 넘나들며 많은 상상력의 근원이 되어주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기념품 가게도 잘 되어 있었다.
전시관의 넓이뿐 아니라 전시 주제의 너비도 상당했다. 일러스트레이션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지점도 있었다.
역시 제일 좋았던 건 중세와 근대의 회화였다. 전시물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의 작품에 나타난 투우장의 긴장이 미묘하다. 초식동물인 소랑 말은 무슨 죄가 있어 서로 피를 본단 말인가...
오귀스트 르누아르(Auguste Renoir)가 묘사한 산책과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가 포착한 순간이 각기 눈부시다.
왕의 종말 속에 폴 고갱(Paul Gauguin)이 담고자 했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머리로는 모호하게 다가왔지만 가슴으로는 뭔가 이해가 갈 듯 말 듯 한 작품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그린 붓꽃은 생명력이 넘쳐 죽음까지 닿고 있는 것 같다.
애정하는 작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은 3점이나 볼 수 있었다. 아직 식견이 부족한 내가 그의 작품을 먼저 알아봐 스스로 신기하고 대견했다. 건초더미 연작 중 겨울, 아침을 표현한 작품 먼저 마주했다. 가끔 그는 그림 속에 공기를 넣을 줄 아는 마술사가 아닌가 싶다.
다른 작품에 담긴 공기도 부지런한 들숨과 날숨으로 느끼고자 애썼다. 특히 일출을 그린 작품은 왠지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Starry Night)은 반 고흐가 그린 동명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축복이자 저주였을 그의 섬세한 마음 혹은 예술가적 기질이 엿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깜깜한 밤하늘 같은 고독 속에서 별빛을 벗 삼아 삶을 그려내지 않았을까 싶다.
역시 이 전시관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사진전도 볼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곳이다.
오랜만에(?) 밖에 나왔다. 대리석으로 마감된 건물 외장이 시원시원하다.
로버트 어윈(Robert Irwin)이 설계한 센트럴 가든(Central Garden)이 내려다보인다.
정원을 중심으로 카페(Garden Terrace Cafe)가 있다.
게티 센터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인 꽃의 미로(Miro of Flowers)를 둘러봤다. 조경도 멋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편히 누릴 수 있게 만든 점이 참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 시선을 개의치 않고 편히 누리는 사람들도 하나의 작품처럼 멋지다.
마지막으로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트램으로 향했다.
가볍게 한 바퀴 도는 데만 2시간 정도 걸렸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곳이었다. 체력이 방전된 상태여서 둘러보는 것조차 유난히 버거웠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여행에서 스스로 짊어진 짐을 잘 버틴 덕에 엄청난 작품들을 공짜로 보고 많은 것들을 겪을 수 있었다. Thanks,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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