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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내일로_3일차(2)_경주_경주역·함양집·보문호·경주 대릉원 일원(황오리 고분군)·첨성대·동궁과 월지·경주 로데오거리기행/국내 2020. 12. 25. 23:44
경주에 도착하니 어느새 3시 40분 즈음이었다.
숙소는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바람곳 게스트하우스였다. 3시 50분쯤 도착해 4시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었다.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대서 급작스럽게 대여했다.
북천을 따라 쭉 달렸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30분 정도 달려 함양집에 도착했다. 한우물회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곱빼기로 시켰는데 가격은 15,000원이었고 생각한 것보다 육회 양이 꽤 됐다. 개인적으로 간의 신맛이 좀 강하게 느껴졌지만 새콤달콤한 육수와 한우육회가 잘 어울렸다.
맛나게 먹고 나오려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와 카톡으로 한 20분 정도 회의했다. 나오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식당이 보문관광단지 초입에 위치해 있어 자전거로 보문호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열심히 페달을 밟다 문득 대학교 때 들었던 교양수업을 통해 울산의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를 둘러보고 보문호 어딘가 호텔에 묵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한 30분 걸렸다. 겨울 평일 밤이라 그런지 인적이 드물고 길이 유독 어두운 구간들이 꽤 있어 좀 무서웠다. 그런데 예전에 국토종주할 때 인적은 커녕 가로등 하나 없는 산골에서 숙소를 찾아 헤맸던 경험이 떠오르며 불안과 피로를 이겨내도록 도와줬다. 많은 순간, 힘든 상황을 이겨낸 경험은 그보다 덜한 어려움을 이기는 밑천이 되곤 한다.
북천을 따라 열심히 달려 다시 시내에 다다랐다.
경주 대릉원 일원 중 황오리 고분군을 지나칠 때는 추운 겨울밤 사람 없는 무덤가라는 생각에 왠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그 차가운 적막함 속 갑자기 이유 모를 아드레날린이 솟으며 문득 모든 게 자유롭게 느껴졌다. 타지에서 빌린 낡은 자전거 한 대로 그저 떠도는 내 처지가 참 행복했다.
경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첨성대에도 갔다. 화려한 조명으로 비추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색감을 덜어낸 은은한 조명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별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진 첨성대도 눈부셔 하지 않을까?
기왕 거기까지 간 김에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동굴과 월지까지 찍고 왔다. 맘 같아선 아름다운 야경을 천천히 보고 싶었지만 자전거 잠금장치도 없고 시간도 애매해 입구에서 훔쳐보고 다시 돌아왔다.
자전거 반납 시간에 맞추어 반납하고 다시 나와 걸었다. 경주역사유적지구 대릉원지구는 밤에 보니 더 오묘했다. 오전에 부산에 다녀와서 그런지 같은 날 다른 곳, 같은 곳 다른 시간, 새삼 시간과 장소는 서로에게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황리단길도 지났다. 평일 늦은 시간이라 대부분의 가게가 이미 닫혀 있었다. 카메라도 힘들었는지 갑자기 맛이 갔다.
마지막으로 경주 로데오거리도 둘러봤다. 날이 너무 춥고 대부분 가게가 닫혀 있어서 금방 왔다. 숙소에 돌아오니 로비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한국 영화를 보고 있었다. 나는 씻은 뒤 로비에서 일기 쓰고 영화 조금보다 어쩌다 보니 옆자리에 앉은 퀘백에서 온 여행자와 한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 그러고 자려고 방으로 왔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투숙객이 방으로 찾아와 자신의 이런저런 여행 무용담을 들려주셨다. 다소 허세가 섞인 얘기를 30분 넘게 하셔 좀 힘들었는데, 지칠 때쯤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순간 여행에 목표가 아닌 목적이 있어야 한다'라는 알쏭달쏭한 명언을 남기고 가셨다. 삶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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