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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문화생활/책 2021. 1. 10. 21:54
(2014년에 쓴 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개인적으로 참 역설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데 이유가 어딨겠는가. 하지만 한편으론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 물어봤을 법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누군가를 사랑할까? 나 또한 그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때로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해서 그랬고 또 때로는 그 사랑이 지나간 다음이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참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었던 사랑은 시작도 끝도 항상 내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5살. 지금의 내 나이이기도 하고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을 냈던 시기와 정말 비슷한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참 재밌게 술술 읽었다. 개인적으로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뭔가 그 미숙함이 참 공감 갔다. 한편으론 어떻게 이 나이대에 저런 생각과 지식을 갖고 있지 신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찌 보면 이 책도 결국 어떤 답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책 속 주인공과 클로이의 얘기를 통해 나는 나를 많이 되돌 아봤다. 책 속에 나타난 사랑의 일련과정 자체에 대한 서술이 참 재밌었다. 처음에 사랑하기 시작하며 어떤 사람을 이상화시키고 그 이후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 부분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처음엔 사랑이란게'와 산울림의 '너의 의미'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다음으론 점점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친숙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나치게 가까워진 나머지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고 다시 멀어진다. 그렇게 어느새 사랑은 지나간다. 그 안에서 비합리성에 대한 불안, 합리성에 의한 퇴색 등 많은 가치들이 충돌하고 선택된다. 알랭 드 보통이 참 쉽고도 어려운 말들로 재밌게 풀어놨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많은 사랑 노래들이 함께 말하고 있는 사랑의 특징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사랑은 그냥 사랑이구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왜'라는 질문은 있을지언정 '왜냐하면'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영역 밖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결국 사랑도 어떤 실체가 아닌 우리가 규정짓고 싶어 하는 무언가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랑이 무력하고 쓸 데 없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나 또한 사랑은 비합리적일 정도로 추구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이 단순한 인지의 차원이 아닐지라도 조금이라도 더 잘 알고 싶고, 잘 하고 싶다. 그래서 이렇게 이 책도 읽었고 사실 얼마 전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도 읽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며 점점 드는 생각은 사랑은 우리가 불완전하기에 추구하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보다 독립적인 한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랑 안에는 참 많은 상충하는 것들이 존재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고 광범위한 것 같다. 이렇게 책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이렇게 다시 글로 쓰고 있자니 내가 인터넷 유머에서 회자되는 사랑을 글로 배운 사람 같다. 따뜻한 봄. 왜 나는...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국내도서
-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정영목역
- 출판 : 도서출판청미래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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