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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사생활의 천재들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사생활이란 단어에 눈이 간다. 사생활이란 무엇일까? 나는 먼저 공과 사로 나누어 구분해보았다. 공적인 생활들을 빼고 나면 남는 것들이 사생활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사생활에 대해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책은 카프카의 말을 통해 사생활에 대해 말해준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은 일상(사생활)이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저자인 정혜윤 PD는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자연다큐 감독 박수용, 야생 영장류학자 김산하, 청년운동가 조성주, 사회학자 엄기호,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천문인 마을 천문대장 정병호라는 8명의 인물들의 사생활과 일상에 관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인생을 엿보게 해준다. 저자는 그들을 가리켜 사생활의 ‘천재’이라 칭한다. 나는 저자가 어떤 뜻으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또 그렇게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론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생활, 일상에 결국 천재는 없구나 다 다르고도 똑같구나 싶었다. 책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책에선 그들이 천재처럼 비치길 바라는 거 같지만 나는 그들이 다 엄청난 둔재로 보였다. 멍청하다는 게(?) 아니라 그들도 내색을 하지 않을 뿐 참 많이 아프고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인 일상에 성실했기에 그렇게 천재처럼 비칠 수 있겠구나 하고 느껴졌다.
모르긴 몰라도 시베리아 대호를 찍기 위해 박수용 감독이 견뎌야 했을 시간들은 정말 상상도 못하게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변영주 감독이 위안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그녀가 겪어야 했을 그 무게는 얼마나 버거웠을까.. 또 만화가 윤태호 작가는 덤덤하게 본인의 피부병과 지나온 시간들을 얘기하지만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벽들을 넘어왔는지는 어렴풋이 느껴졌다. 만약 제목처럼 그들이 사생활의 천재들이었다면 그런 인생의 시련들을 더 쉽게 이겨내거나 피해 갔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사생활, 일상에 천재는 없는 것 같다. 얼마나 숱한 천재들이 불행한 일상을 보냈던가..! 다만 우리는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내하고 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사생활은 어떤 면에서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 같다. 카프카는 그래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인생이 일생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을 수도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삶은 참 괜찮아 보인다. 그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 그들의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감내하고 충실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또 여타 다른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더 열심히 살아야지.’ 어쩌면 이게 어쩔 수 없는 나의 사생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생활의 천재들
- 국내도서
- 저자 : 정혜윤
- 출판 : 봄아필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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