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문화생활/책 2021. 1. 10. 22:00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중 가장 흔히 겪는 고민은 아마 하고 싶은 것과 해야 될 것 사이에서 겪는 것 같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살아간다. 그 타협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끔 삶에 대한 배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하고 싶은 대로만 살아가면 어떨지.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저자 故 김영갑 선생님은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셨던 분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저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순간 김영갑이라는 사람과 제주도라는 섬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답지만 외롭기도 했던 섬과 김영갑 작가. 솔직히 고집쟁이 김영갑 선생님의 이야기는 때때로 내 마음을 답답하게 했지만 어쩌면 그는 그래서 더 제주도에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충남 부여가 고향이던 작가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신의 일생을 바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통해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 얼핏 보면 참 멋진 인생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참 풍진 인생이다. 그에게 찾아왔던 루게릭병은 특히 그랬다. 루게릭병은 근육위축가쪽경화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말 그대로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해서 사지가 마비되고 결국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일 년에 10만 명당 약 1~2명에게서 루게릭병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희귀병, 난치병이 그에게 찾아왔을 때 그는 한평생을 우직하게 살아온 평범한 사진가였다. 삶은 때때로 너무 가혹하다. 그 병과의 이야기를 담은 부분에서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살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믿고 한방 치료를 비롯한 여러 치료를 받았노라고. 그런데 병은 낫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을 믿기 힘들었다고. 자신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그가 한평생을 좇은 ‘아름다움’이었다고. 그는 병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의 삶에 주어진 소명과 가치를. 주위 사람들은 루게릭병을 안고 갤러리 건설에 매진하는 그를 만류하고 속상해하지만 그때 선생님껜 아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 세상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은 그에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덮으며 김영갑 선생님에 대해 내가 오해했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면에서 그는 하고 싶은 걸 했던 사람이 아니라 해야 한다고 했던 일을 한 사람이었다. 그 또한 안락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는 그렇게 태어났고 어쩌면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다. 수많은 순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지만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그 섬에 그가 있었음을.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국내도서
    저자 : 김영갑
    출판 : 휴먼앤북스 2013.12.19
    상세보기
    728x90
    반응형

    '문화생활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상록  (0) 2021.01.10
    진심전력  (0) 2021.01.10
    한밤중에 잠깨어  (0) 2021.01.10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0) 2021.01.10
    사생활의 천재들  (0) 2021.01.10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