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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운 시절
    문화생활/책 2021. 1. 10. 21:23

    '찰스 디킨스', 이 이름만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은 올리버 트위스트를 떠올릴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그래서 어려운 시절도 올리버 트위스트와 비슷한 소설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우선 도입부에서 루이자와 토머스가 그래스 그라인드 부부에게 혼나는 부분에서는 다른 세상 얘기 같았다. 서커스 하나 봤다고 이렇게 애들을 다그치고 윽박지르다니, 1800년대에 지어진 작품이라 시대 차이가 나는 건가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점점 읽을수록 1800년대 영국이나 지금의 한국이나 찰스 디킨스가 작품으로 말하는 여러 문제점들이 소름 끼칠 정도로 흡사해서 답답해졌다.

     

    "이 도시에서 일하는 일손들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어린아이든 할 것 없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을 한 가지 갖고 있습니다. 바로 황금 수저로 자라수프와 사슴고기를 먹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절대 황금 수저로 자라 수프와 사슴고기를 먹을 수 없습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결코 먹을 수 없단 말입니다. 이제 이 도시에 대해 알만큼 아신 겁니다."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며 지금도 똑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라 수프와 사슴고기를 좇지만 애초에 그런 것들이 허락된 사람들은 선택되어 있다. 그리고 스티븐 블랙풀과 같은 사람도 어쩌면 이미 정해져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스티븐 블랙풀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자기 일에만 집착하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별 수 없습니다. 그의 몫은 아니니까요. 그것은 내 몫일 따름입니다."
    "사실 이해하기보다 배반자라고 부르는 게 더 쉽지요.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겠소."
    "해를 거듭하고 세대가 바뀔수록 어떻게 이런 일이 점점 커지고 광범위해지고 악화되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고통과 괴로움을 맛보며 밤하늘을 보다가 별빛이 나를 비춰주는 가운데 나 자신이 세상에서 허약한 존재로 지냈던 때보다는 세상 사람들이 좀 더 사이좋게 지내고 상대방을 더욱 잘 이해하면 좋겠다고 훨씬 분명히 깨달았고, 죽어가면서 그것을 위해 기도했소. "

    이 부분을 보며 알퐁스 도테가 본 별과 찰스 디킨스가 본 별은 다르고도 같았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땐 시대상 때문에 다소 동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부분에서 다를 바가 없구나 하는 점을 많이 느꼈다. 어쩌면 더 나빠진 부분도 많은 것 같았다. 찰스 디킨스가 고민하고 말하고자 했던 그 마음이 내겐 약간의 깨달음과 숙제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약간은 소름 끼치는 찰스 디킨스의 '어려운 시절'의 맺음말이다.

    독자 여러분! 여러분과 나의 인생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지 안 벌어질지는 여러분과 나에게 달렸습니다. 그런 일이 우리 인생에서 일어나도록 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난롯가에 앉아서 재가 하얗게 식어가는 광경을 지켜볼 것입니다.

     

    어려운 시절
    국내도서
    저자 :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 장남수역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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