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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생활/책 2021. 1. 10. 22:03

    (2014년에 쓴 글)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영웅, 이순신 장군. 얼마 전 영화 ‘명량’ 이후로 그분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인 열풍 수준이다. 나 또한 영화 ‘명량’을 보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명량’은 영화로서 너무 별로였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지 않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그래서 많이 실망했고 한편으론 이순신 장군에 대해 정말 제대로, 잘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됐다.

     

    이순신 장군은 그야말로 난세에 영웅이었다. 13척의 배로 133척의 배를 격파한 명량대첩부터 그야말로 영웅에 걸맞은 죽음을 맞이한 노량대첩까지. 그야말로 그는 우리 민족에 신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 또한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통해 정말 알고 싶은 부분은 그런 부분이었다. 이미 그가 얼마나 유능한 무장인지는 어려서부터 많이 배웠지만 정작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지 못했다.

    이순신은 22세에서야 무과로 진로를 바꿨다고 한다. 그리고 딱 10년이 지난 32세에서야 무과에 급제했다. 말콤 글래드웰이 주창한 1만 시간의 법칙이 문득 떠오르는 대목이다. 아무튼 예상외로 그는 늦게 빛을 본 인재였다. 사실 32세에 급제도 다른 역사적 인물들과 달리 장원급제가 아닌 29명 중 12등에 그쳤다. 이 부분도 예상 밖의 사실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두 가지 부분이 놀라웠다. 32세 이순신은 이미 2명의 처와 3명의 아들을 가진 가장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32세에 첫 취업을 하면 상당히 늦은 것인데 당시에 32세는 지금보다 훨씬 늦은 나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10년의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말이 10년이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가늠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루어야 할 뜻 혹은 소명이 있었고 그래서 견뎌낼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4학년 2학기를 보내며 나는 때때로 조급해졌었다. 개인적으로 미루던 발목 수술을 해서 통학하며 학교를 다니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그래서 주변에 친구, 선배, 후배들이 무언가로 나아갈 때, 나는 목발을 짚고 그냥 제자리에 서있기도 힘들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고 했는데 솔직히 그게 맘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은 자그마치 10년을 견뎠다. 그리고 그 10년이 아마 그를 더 단단하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백의종군도, 불리한 전쟁도 모두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은 이 시간이 분명 나중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인생에 의미 없는 시간은 없다.

     

    외람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순신 장군과 나의 공통점도 많이 봤다. 그가 매일 난중일기를 썼던 것처럼 나도 21살 때부터 매일 일기를 쓴다. 사실 군대에 입대하고 시작된 습관이다. 매일 일기를 쓰면 하루를 되돌아보게 되고 또 때론 힘든 일을 쓰는 자체가 위로가 되기도 했다. 아마 이순신 장군에게도 일기를 쓰는 여러 이유 중 그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위대한 영웅이었지만 그 또한 역시 평범한 한 사람이기도 했다는 걸 그런 부분을 통해 많이 느꼈다. 그가 진정 위대한 것은 그는 평범한 영웅이기 때문은 아닐까. 또 그래서 치열했던 그의 생이 지금도 우리에게 큰 위로와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진심진력
    국내도서
    저자 : 박종평
    출판 : 더퀘스트 201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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