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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상록
    문화생활/책 2021. 1. 10. 22:08

    (2014년에 쓴 글)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스토아학파가 무언지,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누구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이 책에 그런 건 중요치 않았음을.

     

    그래도 명색이 독후감이니 조금 알아보자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 5현제의 마지막 황제였다. 그가 5현제의 마지막 황제였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로마제국이 얼마나 어려운 시기였는지 증명한다. 당시 로마제국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그런 시기에 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우렐리우스는 틈틈이 명상록을 집필했다고 한다.

    당시 최고의 권세를 지녔던 로마 황제임에도 그는 스토아학파로서 겸허하게 공동체와 신, 자연을 따르고 지향하며 살 것을 담담히 서술한다. 어쩌면 그가 그렇게 공동체와 우주를 강조하는 것은 전장에서 겪은 개인으로서의 무력감도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연과 우주 앞에 사람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또 전쟁 앞에 우리는 얼마나 더 작아질 수 있는가.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명상록을 읽으며 나는 참 많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황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첫 부분을 읽으면서는 구약성경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기보다는 올바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다.'라는 부분을 통해 스토아학파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그 부분을 다시 읽었던 것 같다. 그 부분을 필두로 책에선 지속적으로 '올바른 길'에 대한 언급이 반복됐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는 길, 네 몫으로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는 길 등등... 거의 2천 년 전에 쓰인 글임에도 정말 와닿는 부분이었다. 욕망이 넘치는 소비의 시대에서 과연 나라는 사람은 어떤 길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하는 표현들이었다. 뜨끔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또 '청춘의 꽃을 고이 간직하며 때가 되기도 전에 어른 노릇을 하지 않고 그 시기를 조금 더 늦춘 것도 신들 덕분이다.'라는 부분을 통해선 4학년이라고 괜히 조급해지곤 했던 나에게 고마운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이든 항상 감사할 수 있기에 감사하다는 걸 잠시 잊고 살았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정말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가끔 정말 좋은 책을 읽을 때면 책의 저자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은 순간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내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책과 황제의 특성상 많은 부분이 다소 타이르고 가르치는 것 같았지만 그 안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마 그건 황제가 올바른 길로 살았던 사람이어서 아닐까 싶다. 명상록을 덮으며 나는 문득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도 떠올렸다. 바로 직전에 읽었던 책이 진심진력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 두 사람이 참 비슷하다고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리고 그런 드문 사람들은 무언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아직 이 책도, 그 공통점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구에게나 자기 나름의 역경이 있고 그 역경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해서 살아내느냐가 우리의 삶을 조금 다르게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청춘의 꽃을 고이 간직하며 내게 주어진 오늘을, 지금을 올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정말로 내게 고마운 책이었다.

     

    명상록
    국내도서
    저자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 황문수역
    출판 : 올재클래식스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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