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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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문화생활/전시 2023. 1. 12. 21:23
정말 집 밖으로 한 발도 떼기 싫은 날이었지만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있어 상경했다. 꼭 보고 싶던 전시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해 서울까지 온 김에 없는 기운을 짜내 다녀왔다.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라는 제목으로 열린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10주년 기념전이었다. 이름만 보면 왠지 공립 미술관 같지만 2012년 유니온약품 안병광 회장이 설립한 사립이다. 전시 마지막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하는 줄이 있었지만 10분 좀 넘게 기다려 입장할 수 있었다. 11월이 될 때까지 한 해가 참 마음 같지 않았다. 사랑할 결심을 했지만 내 삶이 주로 그래왔듯 또 엇갈리고, 생각지도 못한 시련들이 이어져 다시 두려움이 커졌다. '두려움'과 '사랑'을 양가감정으로 보고, 시대의 고난과 개인적인 어려움을 딛고 각자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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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_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기행/국내 2022. 9. 9. 18:12
짧은 여름휴가 뒤 더욱 세차게 휘몰아치는 일들 덕에 금방 주말을 맞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믿고 보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 사랑하는 이중섭 화백을 주제로 꾸며져 들뜬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전시나 공연을 혼자 보는 게 습관처럼 되었는데 이번엔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어 함께 봤다. 덕분에 여운을 같이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부한 이중섭 화백의 작품 90여 점에 국립현대미술관의 기존 소장품 10점을 더해 총 100여 점으로 구성됐다. 나처럼 이전에 다른 이건희컬렉션 전시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반갑게 마주할 작품도 있다. 이중섭 화백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근대사의 비극을 감내하며 후세에 감동과 위로를 주는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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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_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문화생활/전시 2022. 7. 18. 22:16
산포(?) 인근에서 상경한 김에 국립중앙박물관까지 다녀왔다. 주목적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었지만 궁금했던 '사유의 방'도 못지않게 기대됐다. 작년에 왔을 땐 공사 중이라 미처 못 봤는데 주변에서 호평이 왕왕 들려왔다. 국보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공간은 입구부터 뛰어난 심미성과 묵직한 메시지를 자아냈다. 마침내 마주한 두 불상은 번뇌와 해탈이 모두 엿보이는 듯 참 오묘하게 아름다웠다. 어쩌면 삶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큼 아름다운...* 고생 속에 편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찰나를 포착한 작품이 영겁의 시간을 가늠하게 했다. 이어 찾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여유롭게 보고 싶어 토요일 마지막 시간인 8시로 예약했는데 7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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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두 번째 청주_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청풍루·에이커·청주 이팝나무길기행/국내 2021. 10. 13. 20:45
충청도로 이주한(?) 친구들을 안양이나 서울에서 보기로 했다가 내가 갑자기 경상도에 가게 되어 약속 장소를 청주로 바꿨다. 9시 30분쯤 출발했는데도 차가 많이 막혔다. 넉넉하게 잡은 시간보다도 더 걸려 무려 3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 계획이 좀 어그러졌지만 잠시 들를 시간이 되어 궁금했던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 갔다. 60여 년 동안 연초 제조창이었던 공간을 가꿔 지금과 같은 문화 복합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미술관은 총 5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밭은 일정으로 거의 경보로 훑어봤다. 1층엔 수장고를 공개해 전시 공관으로 활용하는 개방 수장고가 있었다. 그 공간이 일종의 환대로 느껴졌다. 5층에 자리한 특별전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에 담긴 메시지와 13인 작가의 작품들은 따뜻하게 다가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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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황재형 : 회천(回天)·정상화 개인전문화생활/전시 2021. 10. 9. 21:17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에 관람 하루 전 극적으로 예매해 성공해 기분 좋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갔다. 주로 근대 한국 미술의 걸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그 아우라가 엄청났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김환기 화백이 그려낸 우주와 박수근 화백이 담아낸 따뜻한 시선 그리고 소와 그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 이중섭 화백이었다. 작품 수는 특별 기획전임을 감안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1시간이 금방 갔고 괜히 아쉬워 시간을 꽉 채워 몇 번을 둘러보다 나왔다. 때로 어떤 작품은 작가의 얼을 투영한다. 한반도의 근대를 살아낸 한 삶이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아득함을 가늠하며 주제넘는 안타까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내게는 국제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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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_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환기미술관_김환기의 그랜드 투어 '파리통신'문화생활/전시 2021. 9. 28. 22:27
제목부터 설레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전철을 타고 덕수궁으로 향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은 볼 때마다 참 고풍스럽게 멋지다. 제목 그대로 '미술이 만났을 때'를 주제로 근대 문학인과 미술인들의 관계와 삶, 작품 등을 조명하는 기획이었다. 귀한 작품들이 많았다. '삽화'라는 장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글과 그림이 만나는 접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진달래꽃,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의 초판본이 모여있는 공간이 제일 가슴 설레고 좋았다. 기둥 뒤 빼꼼 숨어있는 망향은 피식 웃음을 자아냈다. 왠지 시집이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번 전시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문인과 화가들의 개별적인 관계는 특히 흥미로웠다. 관계에 대한 설명을 통해 개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