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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광주 기차 여행_광주송정역·장애인 콜택시·서울역기행/국내 2024. 5. 17. 23:01
대학 시절 장애 학생 도우미를 했었다. 그러다 정작 내가 발목을 다쳐 한 달 넘게 목발을 짚고 통학하고, 학교에선 휠체어로 다니기도 했다. 그때 장애 학생 친구들에게 여러모로 고맙고 미안했다. 내가 조금은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장애의 문턱이 학교 곳곳에 도사리고 있단 걸 뒤늦게 깨달았고, 또 시각 장애를 지닌 친구가 내 휠체어를 밀어주면 내가 방향을 알려주는 등 오히려 도움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학교 축제 때 휠체어에 탄 채로 다른 친구의 전동 휠체어를 잡고 함께 했던 축제 드라이브는 여전히 생생히 기억나는 추억이 되었다. 대부분의 관계가 그렇듯 한동안 그 친구들과도 뜸했었으나 어떻게 하다 보니 오랜만에 연락이 닿고 광주 여행을 가게 됐다. 함께 또 따로 가기로 했는데, 나는 용산역에서 후배 한 명과 동행하기로 했다. 부모님과 같이 온 후배를 만나 둘이서 광주로 출발했다. 후배의 첫 KTX 여행이라 뒤늦게 리프트 신청을 했는데 직원 분들이 엄청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 감사했다.
리프트가 처음이라 좀 어색했으나 무사히 기차를 타고 2시 반쯤 출발했다. 미리 휠체어석으로 예매했는데, 내 자리와 꽤 떨어져 있었다. 약 3시간 만에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서대전역에서 같은 열차를 탑승한 다른 친구를 만나고 이어 또 따로 내려오는 다른 후배까지 역 근처에서 만났다. 미리 신청한 장애인 콜택시가 예상한 시간에 와 오래 기다리지 않고 마지막 친구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한 30분 만에 친구네 집에 도착했다. 괜히 더 반가운 친구와 인사를 나누며 미리 준비해 준 회 한 상과 음료 그리고 치킨과 친구 어머니가 챙겨 주신 과일 등을 맛있게 먹으며 실컷 웃었다. 친구가 실수로 매운 치킨을 시킨 것도, 함께 즐긴 보드게임도 모두 추억이 됐다. 나는 1시 좀 지나 먼저 잠들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얘기를 나누다 친구 어머니가 해 주신 닭죽을 맛있게 먹고 각자 쉬었다. 분리수거하고 정리하다 보니 후배 한 명은 차 시간상 먼저 갔다. 이때 올해 첫 벚꽃도 봤다. 그리고 냉동피자로 점심 같은 간식 먹고 쉬다 다시 장애인 콜택시 타고 광주송정역에 갔다. 셋이 갔는데, 한 명은 또 먼저 가고 나와 다른 후배는 잠시나마 송정역시장을 구경했다. 나는 출장 혹은 여행으로 몇 번 와 본 곳이었지만 후배는 기차 여행 자체가 처음이라고 해 그 시간이 더 고맙고 소중했다. 우리도 마침내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해 친구 부모님 뵙고 인사 후 집으로 갔다. 장애가 있는 친구들과의 여행은 신경 쓸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역시 그냥 친구들과의 여행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받은 배려보다 미처 배려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여느 여정이 그랬듯 그 이상으로 행복하며 값진 추억을 쌓았다. 덕분에 역사에 비치된 휠체어 리프트의 소중함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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