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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목포·해남·무안 출장_광명역·목포역·코롬방제과점·해남해장국·신안군 박지도 퍼플섬 라벤더 축제·호텔현대 바이 라한 목포·씨엘비베이커리기행/국내 2023. 6. 14. 23:01
출장으로 전국 곳곳은 물론 동남아, 아프리카까지 정신없이 먼 곳에 떠나고 돌아오던 때가 있었다. 어떨 땐 수명을 당겨쓴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지만 역마살이 있는지 꽤나 적성에 맞는 시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출장은커녕 외근도 드문 일을 하고 있다. 다 나름의 장점이 있어도 가끔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운 좋게 1박 2일로 전라남도 출장이 잡혔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자랐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는 전라남도 사람이다. 그래서 전라남도의 손자를 자칭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고장이라 더 반가웠다. 마음과 다르게 거리는 꽤 멀기에 일정상 이른 아침에 나와 광명역에 와야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온 것도 아닌데 목적과 장소가 특정한 지점에서 부합하니 새삼스럽게 반갑다.
KTX 덕분에 금방 목포역에 도착했다. 코롬방제과점에 가서 카페라떼 한 잔 마시며 일하다 다른 일행이 오는 시간에 맞춰 렌터카를 찾았다. 1시간 거리에 미팅 장소가 있어 차를 빌리는 게 오히려 더 저렴했다.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군에 가서 4시간 정도 이어진 면접에 참여했다. 면접관으로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느라 다소 진은 빠졌지만 지원자들의 열정에 내심 감동하고 많이 배웠다. 정말 조금만 눈을 돌려도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깨닫는다.
동석한 일행은 일정상 먼저 올라가고 혼자 남아 다음 날까지 일을 봐야 했다. 맛집이라는 해남해장국에서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만찬으로 돼지뼈 해장국을 먹었다. 나름 30년 넘게 목포를 오갔지만 처음으로 들어본 곳이었는데 나름 알찬 구성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으나 독특해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것 같다.
그렇게 홀로 남았다. 바빴던 낮의 열기를 삭이고자 신안군 박지도에서 열린 퍼플섬 라벤더 축제에 갔는데 해가 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어둠 그 자체...* 급격히 눈꺼풀이 무거워져 바로 숙소로 향했다. 오가는 길엔 이 지역 어딘가에 남았을 할머니의 지난 세월을 많이 떠올렸다. 할머니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하셨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가 살아 숨쉬는 터전에서 철없는 손자는 여전히 방황하고만 있다. 삶이 뭔지 평생 모를 것 같다는 예감과 함께 나의 어른들의 시간을 나의 삶으로 평생 간직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숙소는 호텔현대 바이 라한 목포였다. 방이 널찍해 좋았고 현대삼호중공업의 조선소가 내려다보이는 오션뷰가 인상적이었다.
푹 자고 아침이 돼서야 앞바다의 전경을 제대로 봤다. 들리기만 했던 바다가 저 멀리까지 보인다.
출장 일정 때문에 밀린 업무를 새벽부터 바쁘게 마쳐 피곤했다. 의무감에 운동을 할까 했는데 헬스장에 물이 솟고 기구도 생각보다 별로 없더라. 핑계 삼아 말았다. 사우나라도 할까 했는데 점검으로 오늘은 하지 않는다고 쓰여있더라. 그냥 호텔 근처 산책으로 만족했다.
조식도 야무지게 먹었다.
이튿날엔 무안에서 오전부터 지역 담당자들과 미팅을 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엔 어제와 비슷하게 면접을 봤다. 4시간 동안 대면 심사에 참여하며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여러 삶을 보며 또 한 번 배웠다. 오랜만에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감사했다.
목포에서 무안까지 왕복으로 차를 태워주신 지역 사업 전문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기회도 있었다. 정말 많은 영감을 받고, 사업장 중 한 곳도 잠깐 들러 구경했다. 열정있는 청년 사업가의 열변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코롬방제과로 시작했던 여행은 씨엘비베이커리에서 음료와 빵을 나누는 것으로 마쳤다. 두 곳 다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바게트가 대표 상품이고 서로 원조임을 주장한다. 찾아보니 혈연과 위탁경영 그리고 분쟁으로 얽히고설킨 관계였다.
여러모로 많은 걸 배우고 밤이 돼서야 광명역에 도착했다. 힘들었는지 그새 입가에 뾰루지가 생겼더라. 오랜만에 출장은 역시나 고단했지만 여전히 그 이상으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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