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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두 번째 속초·고성_1일차_속초고속버스터미널·옛날할머니순두부·바다정원·가진해수욕장·속초시청·레체민박·아바이마을·신북청아바이순대·대포항 원조튀김골목기행/국내 2021. 12. 20. 23:20
개인적으로 갔던 곳보다는 새로운 곳에서의 여행을 선호한다. 더불어 주로 혼자 하는 여정을 선택해왔다. 쌓아온 취향과는 별개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10대 때 정말 좋아했던 '너도 하늘말나리야'의 저자이신 이금이 작가님의 첫 에세이 '페르마타, 이탈리아'를 읽으며 갔다. 애정이 있는 장소와 작가님의 만남이 있는 책이라 콩깍지가 쓰인 채로 읽었다. 여러모로 공감 가는 글귀가 많았다. '갔던 곳을 또 여행하노라면 같은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라는 문장은 왠지 이번 여행을 앞둔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 같아 더 기억에 남는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 도착해 이번 여행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났다.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을 흔히들 '동행'이라고 칭하던데 20대에 많은 부분을 함께한 진정한 동행인들이다. 대학 봉사단, 국내외 봉사, 장애학생 도우미 등 함께한 것들을 새삼 상기하며 나의 지난 시간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추억에 잠긴 버스를 타고 3시간쯤 지난 뒤에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곳에 왔던 게 채 2달이 되지 않았는데 다시 오게 됐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다. 여럿이 오니 혼자 와 군 생활을 되새기던 지난 여행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쏘카로 미리 빌려둔 차를 타고 옛날할머니순두부로 이동했다. 순두부, 모두부, 황태구이 정식 등을 시켜 풍족한 단백질 파티를 즐겼다. 넉넉한 양과 정갈한 맛, 적당한 가격이 고루 어우러져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고성군에 위치한 바다정원이라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었다. 우리는 식사를 했기에 음료와 빵만 사서 티타임을 가졌다. 바닷가가 내다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차가운 해풍으로 중간에 실내로 이동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오간 이야기가 금세 영글어 갔다.
카페에서 나온 뒤엔 근처에 있는 또 다른 해변으로 향했다. 우리가 있던 곳이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였는데, 내가 머물던 부대도 같은 면에 위치해 있기에 가는 길이 여러모로 익숙했다. 지난번 혼자 왔을 때 미처 가지 않은 곳들도 지났다. 특히 22사단 신병교육대 표지판을 봤을 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내 도착한 가진해수욕장은 작고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어 더 좋았다. 바다를 보고 각자만의 사색에 잠기다 드문드문 이야기를 나눴다. 잘 드러내지 않은 마음이 서로의 뒷모습이 담겼는지, 아니면 그런 마음조차 헤아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유독 그런 사진이 많이 남았다.
바람이나 파도가 거친 것도 아니었으나 왠지 평소보다 생동감이 있던 바다는 마치 살아있는 눈동자 같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해가 지기 전 먼저 찾아온 달이 뜨고 나서야 숙소로 향했다.
살다 보면 익숙한 노래가 괜히 서글프고 울컥한 순간이 있다. 조금 몽글해진 마음으로 평소와 다르게 들리는 가사를 음미하며 이동했다. 숙소는 시내 쪽으로 잡았다. 주말이라 속초시청에 주차하고 체크인부터 했다. 설악로데오거리 뒷골목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니 생각지도 못한 공간이 펼쳐진다.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 '레체민박'은 복층으로 된 너른 공간을 자랑했다. 날이 쌀쌀해 사용하진 않았지만 테라스도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왔다. 아바이마을에 위치한 단천식당에 갔는데 우리가 갔을 땐 포장만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냥 근처에 있는 신북청아바이순대로 향했다. 예전에 왔을 땐 북청전통아바이순대에서 식사를 했었는데 조금 헷갈리는 이름이다. 실향민의 마을인 만큼 아마 둘 다 함경남도 북청에서 따온 이름인 것 같다. 순댓국, 홍게라면, 명태회냉면 등을 골고루 시켜 먹었다. 맛있는 음식 못지않게 사장님의 친절한 응대가 추운 계절 멀리서 찾아온 타지인의 마음을 녹여주었다.
식사를 마치곤 대포항 원조튀김골목으로 이동해 새우튀김을 샀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맛이나 양을 기대하기보단 속초에 온 김에 기분으로 사 먹는 곳 같다.
숙소 인근에 일행을 내려주고 혼자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대고 중앙시장 쪽 골목으로 살짝 돌아왔다. 오늘 함께 보낸 시간들이 벌써부터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미 많은 애증과 추억이 쌓인 도시가 조금 더 각별해지는 밤이다.
어느덧 밤이 깊어 우리의 추억, 각자의 근황, 마음속 이야기를 충만하게 나눴다. 세상에 숨겨 미처 드러내지 못한 내밀한 진심도 오랜만에 꺼내본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밤을 새운 적이 드문데 새벽까지 많은 이야기와 마음을 나눴다. 때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나라도 함께 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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