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 문화생활_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데이비드 호크니 전)·남대문시장 부원냉면·남산공원·안중근의사기념당·남산도서관·남대문교회·서울로7017·문화역서울 284

휴가의 여유를 누리며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찾았다.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 벌써 줄이 있어 놀랐다. 알고 보니 할인 이벤트 진행 중인 카카오페이 결제 오류로 기다리던 분들이었다. 나도 좀 기다리다 기약이 없기에 그냥 제 돈 주고 입장했다.

2, 3층에 걸쳐 총 133점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그나마 회화밖에 모르고 갔는데 판화, 사진, 디지털(?) 작품까지 다양한 방법을 망라하는 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다. 표현을 위한 끝없는 고민과 예술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삶이 작품을 통해 전해졌다. 향수에 잠기지 않고 그저 현재를 산다는 거장 호크니를 왠지 '멋진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나오는 길에 시대유감 전과 천경자 전도 보고 나왔다. 예술을 잘 모르지만 왠지 예술가들의 마음만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어느새 12시가 지났다. 표를 가져오면 환불 후 카카오페이로 할인가에 재결제를 해준다고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 그냥 지나쳤다. 휴가 소중해...*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며 문득 신입 직원 때 사진촬영 교육을 받던 기억이 떠올랐다.

시청을 지나 남대문시장에 갔다.

이곳에 온 이유는 평양냉면 전문점인 부원냉면이다.

원래 없는 건지 까먹으신 건지 모르겠지만 면수와 김치 세팅이 별도로 없어 아쉬웠다. 기대에 비해 서비스도 맛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평냉이니 완냉하고 나왔다.

휴가를 만끽하며 근처 남산공원으로 향했다.

조금 오르니 생각지 못한 다양한 동상이 있었다. 그렇게 백범광장에서 김유신 장군, 이시영 선생, 김구 선생을 뵈었다. 왠지 그러고 싶어 속으로 짧게 그들 삶 앞에 부끄럽지 않기를 기도했다. 더불어 나는 대단한 민족주의자는 아님에도 겨레, 민족을 넘어 세상에 기여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랐다. 

봄의 호현당을 지나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들렀다.

다양한 콘텐츠로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공간이었다.

그가 남긴 글을 보며 감탄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주어진 시대의 아픔으로 일찍 지기에 너무 아까운 사람이고, 문학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유언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내가 누리는 이 봄도 그의 청춘에 일부 빚졌는지도 모른다. 응칠, 토마스, 도마... 그의 여러 이름들을 가만히 되뇌어 본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뽑혀간 매화나무의 후손이라는 와룡매는 얼마 전에 책에서 봤는데 직접 보게 되어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은근 봄꽃이 여기저기 꽤나 개화 중이었다. 스쳐 지나 남산도서관으로 향했다.

5층짜리 도서관의 전층 괜히 한 바퀴 둘러본다. 별다를 것 없는 도서관이지만 남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특별함을 더한다.

특이하게 아주 가까운 거리에 용산도서관도 있다. 소월로3길 쪽에서 얼핏 보면 단층짜리 건물 같지만 알고 보면 꽤 큰 건물이다.

봄을 누리며 걷고 걸어 남대문교회에도 가봤다. 무려 1,887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교회다.

내부에서는 오르간 반주 연습 중이라 멀찍이 서서 얼핏 보고 바로 나왔다.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서울로7017도 오랜만에 걸었다.

마지막으로 구 서울역사를 리모델링해 탄생한 문화역서울 284에서 DMZ를 주제로 진행 중인 전시를 구경했다.

누릴 '문화'가 주변에 참 많다는 걸 새삼 깨닫고 감탄했다. 동시에 호크니 전에서 본 것들과 무언가 겹쳐 보이는 작품들이 있어 혼자 신기했다. 뭔가 부지런했던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