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만 여행_3일차(3)_화롄(타이루거 협곡 트래킹)_루수이 트레일·30m 터널·꽃보다 할배 웨왕팅 흔들다리

버스로 20분 정도 걸려 루수이 트레일(Lushui Trail)에 도착했다.

타로코 족과 일제 강점기에 대한 설명문이 있었다.

날씨가 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점점 더 흐려지는 느낌이다. 하늘에도 석회질 색감이 가득하다.

표지판을 따라가니 작은 기념관이 있었다. 아쉽게도 한문으로 되어 있어 잘 이해하지 못했다. 

드디어 루수이 트레일 입성!

유독 인적이 드문 길이었다. 덕분에 자연을 홀로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중간에 30m 거리의 터널이 있었다. 표지판에 손전등을 비춰 조심히 걸으라고 쓰여있었는데 왜인지 순간적으로 인공조명 없이 걸어보라는 내용으로 이해하고 한번 해봤다. 처음에는 어둠이 온몸을 감싸니까 무섭기도 하고 되게 기분이 묘했다. 어쨌든 나가야 되니까 한 걸음, 한 걸음 떼다 보니 저 멀리 한 줄기 빛이 보이는데 엄청 든든했고 어느 순간 아늑함도 느꼈다. 뜻하지 않게 얻어걸린 묘한 경험이었다.

루수이 트레일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간이 있어 시원함을 더한다.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더라니 여기저기 물이 넘친다. 냇물도 더 격해지고 아마도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는 폭포도 보인다. 멋도 모르고 비가 오니 불편하긴 하지만 더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고 생각했는데, 협곡 특성상 이런 날씨에 낙석을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무지와 객기로 본의 아니게 만용을 한껏 부렸다.

한 40분 걸으니 길의 끝이 보인다.

트레일 끝에서 조금 더 가니 꽃보다 할배에 나왔다는 웨왕팅 흔들다리가 있었다. 마침 한국 단체관광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같이 기다려 함께 다녀오고 사진도 부탁드렸다.

다리를 왕복하고 오니 그 사이 한국 팀 하나, 대만 혹은 중국 팀 하나가 새로 도착한 것 같다. 줄이 훨씬 더 길어져 내심 안도했다.

이제 슬슬 버스를 타고 가려고 보니 아뿔싸 버스 정류장이 트레일 시작 지점에 있다. 트레일을 거치지 않는다면 차도로 터널을 지나야 했다. 배차 시간을 보니 30분 정도 남았더라. 고민하다 생각보다 빨리 결심하고 온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서 고생하는 Style

조금 가다 보니 시간이 물리적으로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맘을 비우고 오늘 들어 처음으로 여유를 가졌다. 천천히 구경하며 가는 데 그 어떤 구간보다 더 좋았다.

깊은 산속 외진 길을 혼자 걷는데 비가 너무 거세져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크나큰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었다. 

특히 30m 동굴은 다시 한번 라이트 없이 천천히 걸었는데 여유 덕인지 그 묘한 기분이 더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 짧은 시간을 통해 인생을 한 번 다 산 느낌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밖에 나오니 빗소리가 촤악 들리며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온 듯한 그 순간의 감명이 지금도 생생하다.

천천히 온다고 왔는데 의외로 갈 때보다 빠르게 25분 만에 돌아왔다. 이 와중에 원래 타려던 버스는 배차시간이 달라져 이미 지나갔다.

폭우를 맞으며 산길을 정신없이 왕복하고 나니 몸이 많이 지쳤다. 긴장이 조금 풀려 더 피곤했다. 한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한 루수이 휴게소(?)에 앉아 버스 시간을 보니 30분 정도 남았다. 사 온 빵, 과자, 두유로 재충전하며 드문드문 배차 시간을 확인했는데 19분쯤 갑자기 접근으로 바뀌었다. 깨닫고 당황하는 찰나 버스가 지나갔다.

급속 충전

그렇게 1133A 버스를 놓치고 다음 차를 보니 1시간 뒤로 확인됐다. 황당해 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33 버스를 보니 2분 전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짐 챙겨 냅다 뛰었다. 전력으로 뛰어 극적으로 텅 빈 버스에 탔다.

넌 감동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