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대만 여행_2일차(1)_타이베이_타이완 국립 고궁박물원(취옥백채, 육형석, 모공정)·키키레스토랑 중샤오푸싱점

아침에 일어나 대충 요기하고 늑장 부리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나섰다. 세계 4대 혹은 5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타이완 국립 고궁박물원(Taiwan National Palace Museum)으로 향했다. 전철과 버스로 어딘가로 나아가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했다.

아침 10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벌써 사람이 꽤 많았다. 지금의 박물관은 1965년 문을 열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 개관했던 베이징 고궁 박물원에 있던 유물들을 국민당이 옮긴 게 그 시초라고 한다. 정문에는 쑨원의 쓴 '천하위공'이 적혀있다. 

문을 지나 본관까지 이어지는 길과 둘러싸고 있는 산 그리고 본관 건물이 웅장하게 어우러진다.

고궁박물원은 워낙 커서 층별로 다양한 전시가 있다. 1층엔 고대 문명 시기의 유물을, 2층엔 중국 예술품을, 3층엔 중국 황실의 보물들을 중심으로 전시 중이었다.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 바로 3층으로 올라가 취옥백채와 육형석을 먼저 봤다.  취옥백채는 그 색상도 신기했지만 옥으로 조각한 배추와 여치의 디테일이 대단했다. 육형석은 그 색깔이 정말 동파육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군침을 돌게 하는 돌이라니...*

취옥백채, 육형석과 박물원 3대 보물로 손꼽히는 건 모공정이다. 무려 기원전 서주 시대에 주나라 왕이 신하 모공에게 이른 이야기를 청동 솥에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원형이 이토록 잘 간직되어 왕의 말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좀 둘러보고 오니 그새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다. 촉과 판단 좋았다...*

옥으로 된 전시물들이 유독 많았다. 옥의 쓰임새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고, 때로 그 정교함에 감탄했다.

강원도 춘천이 세계적인 옥 생산지라는 건 새삼 상기된 사실이었다.

춘천!

석상들은 어딘지 모르게 정감 가는 모습이다.

중세의 접시들이 자랑하는 화려한 색감과 심플한 디자인에는 정말 놀랐다. 지금 나오는 그 어느 것 못지않은 세련됨이 느껴졌다.

어떤 유물은 구 안에 구가 있는 형태로 총 9개의 구가 구조물 안에 공존했다. 만든 것도 대단한데 정교함까지 자랑한다.

구경하다 고전적인 불상의 눈에 선글라스 같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어 순간 미디어 아트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우연히 뒤에 있는 조명이 나의 시점에 겹친 거였다...*

부처님 역시 일체유심조입니까...?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지만 그냥 눈으로만 둘러봐서 금방 본 편이었는데도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볼 게 많고 컸던 박물관! 지나가는 분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는데 너무 열심히 찍어주셔서 결과와 별개로 고맙고 감동이었다.

시내로 돌아가는 길이 꽤나 멀어 버스로 지엔나루역으로 이동한 뒤 전철을 탔다.

지상철이어서 짧은 열차여행을 즐겼다.

대만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키키레스토랑을 추천해 줬다. 사실 굳이 안 가봐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꼭 가보라는 사람이 있어 와봤다. 여러 지점이 있는데 나는 중샤오푸싱점에 갔다. 식당 바로 옆에 캐주얼 한식집이 있어 반가웠다. 

좀 기다린 뒤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계란두부튀김과 부추꽃볶음에 공깃밥을 곁들여 허겁지겁 먹었다. 배가 너무 고팠다. 사천풍의 음식 자체는 맛있는데 평이 조금 과한 것 같다. 값도 2만 원 정도 나왔는데 대만 물가로는 꽤 비싼 편이었다. 개인적으로 이곳이 패밀리 레스토랑 같다고 느꼈고 로컬 느낌이 진한 현지 식당을 더 좋아한다. 식당에 갔을 때 다른 테이블도 대부분 한국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기호에선 그랬지만 맛있게 먹었고 입에서 살살 녹던 달큼한 계란두부튀김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원기 잘 충전하고 근처에서 산 녹차맛 두유로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