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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자전거길·금강자전거길_1일차_괴산·증평·청주_괴산시외버스터미널·괴강교인증센터·화곡반점·백로공원인증센터·무심천인증센터·야한식당 풍물시장점·명암저수지·듀레베이커리기행/자전거 2022. 5. 13. 21:57
어떤 여행은 어떤 이유로 망설이다가 강한 직감에 떠밀려 시작된다. 한 걸음 내딛는 마음으로 또 한 번의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다. 두 바퀴의 속도로 마주하는 낯선 세상이 주는 자유로움을 맛봤기에 가슴 한편 늘 그리움이 있기도 했고 속을 시끄럽게 하는 몇몇 일들이 방랑벽을 일깨워 줬다. 오랜만에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날, 습관성 사서 고생 증후군(?)이란 이름의 유서 깊은 지병(?)을 새삼 인정했다. 5시에 일어나 5시 40분쯤 출발했다.
동이 터 오는 동네 풍경이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끼며...^^ 인덕원역까지 부지런히 페달을 밟았다.
원래 6시 45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계획보다 출발이 늦어 7시가 다 되어서야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했다.
어머니가 싸 주신 두유와 샌드위치로 요기하며 숨을 고르고 센트럴시티터미널(호남선)에서 8시 10분 버스를 타고 괴산으로 떠났다.
증평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10시 15분쯤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 여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과 목적지 사이를 오가는 일이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안도감과 설렘을 느끼며 수수한 터미널과 시내를 지났다.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초록빛 길이 왠지 낯익다. 어마어마한 수의 날벌레들과 대면하며 첫발의 기운으로 달렸다.
10시 40분 즈음 이번 여행 오천자전거길의 첫 인증센터인 괴강교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예전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할 때 행촌교차로인증센터 인증 도장을 미리 찍어둬 이곳부터 시작이다. 그게 벌써 7년 전이다. 첫 직장 합격 소식을 급작스럽게 들은 뒤, 생애 첫 출근을 코앞에 두고 우발적인 자전거 여행을 떠났었다. 그때의 경험은 초심과 맞닿아 선명한 인상으로 남았다. 시기도 딱 이맘때였던지라 여러모로 그때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다.
곳곳에 신록이 넘쳐나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요기만으로도 엄청난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좀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근처에 유일한 식당으로 보이는 화곡반점에 가서 간짜장을 먹었다. 무료로 곱빼기가 가능해 좋았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는지 사람들이 계속 들어왔고 뒤 테이블에서는 멧돼지 때문에 고추 농사를 망쳤다는 할아버님의 푸념이 들려왔다. 안타까움과 별개로 여러모로 정겨움이 가득해 포근했다.
배를 채우고 달리다 보니 몸이 좀 무거웠다. 살짝 지치려고 할 때 마주한 모래재 다운힐은 정말 기가 막히게 신났다. 자전거를 타면 매번 제일 많이 깨닫는 것 중 하나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거다. 그 모든 건 하나의 길이기도 하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금세 증평군에 도착했다. 내겐 다소 생소한 지명이었는데 시외, 시내 모두 정말 아름다웠다. 달리는 내내 감탄했다.
1시 50분에 백로공원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요즈음 평소에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데 뜬금없이 장거리를 가려니 확실히 속력이 많이 떨어진다. 지난날엔 젊음으로 덤볐는데 확실히 예전 같진 않다. 그러던 와중에 자전거 핸들 고무그립이 삭다 못해 찢어져 조금 난감했다. 중고로 데려온 지도 8년이니 그럴 만도 하다. 내 키에 맞지도 않는 작은 자전거에게 너무 험한 생을 겪게 하는 건 아닌지 괜히 미안해진다. 어느새 고물이 다 되었지만 함께한 시간이 있기에 내게는 보물이다. 그냥 그립을 꼭 쥐고 뜻밖의 전완근 단련을 하며 열심히 달렸다.
증평에서 청주까지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풍경이 이어졌다. 거의 소의 축사 혹은 밭과 논이 대부분이었다. 몸이 점점 지치는데 단순한 길이 아득하게 느껴져 더 힘들었다.
이때 예전에 친구한테 장난처럼 받았던 사탕을 챙겨왔다가 까먹었는데 기가 막히게 달고 힘이 됐다.
기운 내 무심천인증센터에 도착하니 어느새 3시 30분이다. 원래 계획은 청주에 사는 친구와 점심을 먹거나 커피 한잔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늦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했던가, 늦은 김에 하루 신세 지고 자고 가기로 했다.
이곳에서의 여러 추억들을 떠올리며 청주 시내를 지나 5시가 지나 마침내 용정동에 위치한 친구 집에 도착했다.
너무 지쳐 1시간 정도 널브러져 짧은 여정을 이야기하며 회복한 뒤 씻고 6시가 돼서야 나섰다. 청주의 중심지 중 하나인 성안길에 가 야외 포장마차 느낌의 야한식당 풍물시장점(서문동 풍물시장 in 야한식당)이라는 곳에 갔다. 돼지 바비큐, 돼지 껍질 볶음 등을 저녁으로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라 옛 친구들의 이야기, 요즘 우리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눴다. 요즘 나의 이런저런 심정과 여정을 많이 공감해 줘 고마웠다.
잘 먹고 청주 시내 구경을 하며 홈플러스에서 장 좀 보고 다이소에 가서 자전거 그립을 샀다.
쇼핑 뒤, 친구의 안내로 명암저수지로 이동해 듀레베이커리 청주점에서 망고 복숭아 에이드를 시원하게 마시고 집까지 걸어갔다. 호수 주민이 되고 나서 이런 곳들이 괜히 더 반갑다.
집에 오니 이미 밤 10시가 됐다. 주차장에서 낑낑거리며 그립을 교체했다. 혼자 했으면 진짜 힘들었을 것 같다. 고마운 친구 덕에 여러모로 편의를 누리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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