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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_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특별전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문화생활/전시 2022. 3. 4. 09:49
이중섭 화백은 작품 못지않게 극적인 삶으로 빈센트 반 고흐에 비견되기도 한다. 천진함과 원숙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의 그림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를 울컥함을 느끼곤 했다. 그가 약 11개월 동안 머물렀던 인연으로 제주도 서귀포시에는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 이중섭미술관에서는 2021년 9월 5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 작품으로 꾸며진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특별전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을 진행한다. 작년에는 미처 휴관 일정을 확인하지 않고 왔다가 허당을 쳤기에, 미리 예약을 하고 이고초려만에 입장했다.
1. 이건희 컬렉션 이중섭 원화 기증 특별전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
1층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고 이건희 회장이 기부한 12점의 기증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특별전을 마주했다.
이번 특별전의 대표적인 작품은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다. 한국전쟁으로 이중섭 화백이 서귀포로 피난 왔을 때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현재 이중섭미술관 근처에서 그린 그림으로 추정되어 더 뜻깊었다. 목가적으로 보이는 작품이 왠지 조금은 공허하고 쓸쓸해 보였다.
그 외에도 화가의 대표적인 모티브가 되었던 물고기, 노는 아이들이 오롯이 담긴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 한국미술명작>에서 본 '황소' 작품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서귀포 특별전에선 소가 담긴 원본은 볼 수 없다. 대표적인 페르소나를 정작 그의 이름을 건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다른 작품을 통해 충분히 작가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이중섭은 일찍이 일본 유학을 다녀올 정도로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한다. 턱이 길어 '아고(턱)리(이중섭의 성)'라는 별명을 얻고 인싸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평생의 사랑 야마모토 마사코(한국 이름 이남덕) 여사를 만난다. 연애시절 그렸다는 엽서화 속에 청년 이중섭의 풋풋한 사랑이 담겨있다.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찾아온 전쟁의 참화는 가난 그리고 가족과의 생이별로 이어졌다. 지리멸렬한 시간을 견뎌야 했던 예술가는 그조차 하나의 예술로 남겼다. 담뱃갑 은박지에 그린 은박지화와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섬세한 영혼이 어려운 시절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내고 꿋꿋이 사랑했는지 깨달았다. 이전에 다른 전시에서 그가 남긴 육필 편지를 보며 궁상 속에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얼마나 느끼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 그때의 깨달음이 겹쳐져 거장에게 또 한 번 주제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2. 이중섭의 삶과 예술
2층에 올라서면 화가의 40년 삶을 시기별로 나누어 소개하는 상설전이 준비되어 있다.
이미지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조성된 공간이었다. 연대기와 관련 자료를 천천히 보며 작가와 작품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림으로 자식에 대한 그리움, 가족과의 시간을 비롯한 자신의 삶을 담담하고 뜨겁게 담아낸 화가의 여정이 존경스럽다.
이중섭이 남긴 시, '소의 말'은 읽을 때마다 아득한 행복 앞에 다진 단단한 의지가 느껴진다.
자식에게 보낸 편지화의 복사본도 전시되어 있다. 모진 시대가 한 가족에게 어떤 슬픔과 그리움을 줬는지 뒤늦게 헤아렸다.
미디어로 만나는 '아빠 이중섭'은 뭔가 야심 차게 조성한 공간 같다. 설치 작품과 영상으로 그의 작품을 구현해 두었는데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을 것 같다.
전시를 모두 보고 옥상에 올라 내려다 본 앞바다가 그야말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었다. 섶섬과 자연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인간과 마을만이 한 세기도 되지 않아 몰라보게 변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뜨겁게 머물고 간 이중섭 화백의 발자취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거장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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