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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your name.), 2016
    문화생활/영화 2017. 1. 30. 12:45

    간만에 영화 리뷰. 개인적으로 취향저격이었던 '너희 이름은'. 원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했지만 이번에 특히 좋았다. 의미 없는 비교이지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 못지않게 좋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쿄 남학생 '타키'와, 시골 여학생 '미츠하'이다. 



    두 사람은 1,200년 만의 혜성이라는 우연한 계기로 몸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서로 전혀 모르던 두 사람, 너무도 다르던 삶. 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관계'가 시작된다. 문득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 꽃이 됐다던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름을 묻고, 또 가슴에 묻으며 사는지. 그중에 서로의 삶 속에 꽃 피운 이름은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 일종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건 참 행운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은 매우 '싱그러웠다'. 영화이나마 그들의 '순수'가 부러웠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화'도 역시나 빼어났다. 개인적으로 도쿄에서는 초속5cm와 언어의 정원이, 시골에선 별을 쫓는 아이가 많이 생각났다. 레드윔프스가 참여한 너희 이름은 O.S.T도 좋았다.



    영화를 본 후, 여운이 남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슬픔'이었다. 수없이 많은 이름을 마주했지만 그 이름의 의미를 채 알지 못 하고 얼마나 스쳐보냈던가. 그 스쳐보냄이 괜스레 아프고 슬펐다.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위로'였다. 죽음, 엇갈림 등의 이유로 수많은 존재들을 스쳐보냄이 때때로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를 볼 즈음이 좀 그럴 때였다. 새삼스럽지만 영화를 보며 진정으로 사랑했던 이름들은 어떻게든 나의 존재와 이어져있다는 걸 상기했다. 그런 생각이 조금은 위로가 됐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아래 장면. 언젠가 누군가를 알아보고 그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까. 어렵게 용기를 내더라도 결국 또 쓰린 엇갈림으로 끝나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과 별개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점점 성숙하고 있다고 느꼈다. 초속5cm에서보다 언어의 정원에서, 또 언어의 정원에서보다 너의 이름은에서. 어떤 면에선 노트북이라는 영화를 십여 년 만에 다시 보고 느꼈던 감정과 흡사했다. 어쩌면 영화를 통해 나 또한 성장하고, 혹은 성장한 내가 영화를 보며 투영되는지도 모르겠다. 무튼 간만에 가슴에 울림을 줬던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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