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23 빠니보틀x연봉인상 볼런투어
    봉사 이야기/국내봉사 2023. 12. 6. 22:37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빠니보틀 님과 연마다 봉사를 늘리는 단체, 연봉인상의 콜라보(?)로 팬미팅과 봉사를 겸한 행사가 있었다. 봉사에 여행을 더한 '볼런투어' 컨셉이라 1박 2일로 진행됐다. 일정을 마치고 이틀 뒤 바로 남미로 출국해야 했지만 작년에 너무 행복했기에 큰 고민 없이 결심이 섰다. 집합 시간에 맞춰 국립현충원에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국가보훈부, 패밀리타운, 르 아르베이 그리고 연봉인상 팀에서 준비해 주신 단체 티셔츠와 여러 기념품을 감사히 받고 옷을 갈아입으니 새삼 실감이 났다.

    'The 우리 형', 빠니보틀 님도 이미 와 계셨다. 백여 명의 봉사자는 총 여덟 조로 나뉘었는데 나는 4조에 배정되었다. 아주 오랜만에 처음 보는 이들과 귀한 어색함을 느꼈다. 국가보훈부의 지원으로 '보훈 봉사'라는 테마가 있었기에 현충원에서의 참배가 첫 일정이었다. 안장된 분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뭔가 울컥하더라. 아 참고로 지금부터 화질과 심도가 남다른 고화질 이미지는 연봉인상 사진 봉사자들께서 제공해 주신 사진이다. 미처 개별적으로 어떤 분이 어떤 사진을 주셨는지 기재하지 못한 것에 양해를 구한다...*

    마침내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짐을 두고 늦게 들어가니 맨 뒤 구석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침묵하다 몇 마디 나누며 맨 뒷열의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졌다. 삼십 대 중반의 아저씨는 이런 상황조차 오히려 감사했다...* 

    아저씨가 미안합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도착하니 북한도 근처에 앉은 낯선 이들도 어느새 생각보다 가까워졌다. 빠니보틀 님이 사 주신 귀한 음료로 목을 축이며 전망대에서 북녘땅을 바라봤다. 잠시 국가보훈부 담당자님들과 얘기를 나누며 6.25 참전용사 굿즈 이야기를 드리니 어떻게 아냐고 신기해하셨다. 나의 업무이기도 했다는 얘기를 가슴에 묻으며 그때 느꼈던 고마움만을 반갑게 나눴다.

    점심으로는 김포에 위치한 무궁화한정식에 가서 갈치 밥상을 먹었다. 한 사람당 큰 갈치 두 조각을 비롯해 다양한 반찬이 나와 넉넉하게 먹었다. 식당부터 여러모로 참 세심하게 배려해 주신 것 같아 벌써부터 고마웠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다행이야...*

    속을 든든히 채우고 마침내 이번 여정의 주 무대인 강화도에 갔다. 제일 먼저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들러 짧게 설명을 들은 뒤 또 한 번 고마운 이름들을 기렸다. 용흥궁-강화성당-강화 고려궁지로 이어지는 사적지 투어는 지극히 사적인 그날의 경로와 동일했다. 작년 요맘때 사랑이 형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던 날, 한 치 앞도 모르던 나는 홀로 강화도 여행을 왔었다. 자꾸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둠을 헤치며 질주하던 밤과 짙어지는 그리움을 뒤로하고 도보 해설 투어를 잘 들었다. 빠니보틀 님이 아이스크림을 사 주셔 염치없이 잘 먹었다.

    전등사에도 갔는데 우연히 일행과 마주친 스님이 불안한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하셔서 나를 비롯해 몇 명이 들었다. 주인공의 패왕색(?)은 어쩔 수 없는지 그중 빠니보틀 님이 스님께 딱밤 한 대 맞고 갑자기 법문 강연으로 이어졌다. 보시하며 욕심을 비우라는 말씀을 듣고 질문 있으면 하라셔서 혹시 젊은이들이 외부에서 받는 상처는 어떡하냐고 물으니 매일 10분씩 마음을 돌보고 수행하라고 답해주셨다. 몸이든 마음이든 스스로 아끼고 단련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말씀을 마치신 뒤 합장주를 하나씩 주셨는데 '보살님들 먼저 받으라'라는 말씀을 혼자 이해하고 '여자분들 먼저 받으시래요'라고 통역해 드렸다. 불교를 좋아하는 기독교인으로서 말하고 괜히 혼자 멋쩍었다.

    빠니보틀 님이 음료수를 또 사주셔 달게 마셨다. 하루 종일 고생하고 계신 이태동 감독님과 여기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뜻밖의 신기하고 반가운 만남이었다.

    어느덧 해 질 녘이 되어 청설이란 식당 가서 솥밥 정식을 먹었다. 솥밥과 여러 밑밭찬이 참 알찼다. 금세 가까워진 이들과 함께 바라보는 석양이 참 아름다웠다. 고맙게도 사진 봉사자 중 한 분이 멋진 사진도 남겨 주셨다. 그 와중에 빠니보틀 님과 사진을 찍는 줄도 꽤나 길게 이어졌다. 나는 기다리다 이동할 시간이 되어 찍지 못했지만 그 또한 나름 값진 순간이었다. 

    ???: 나의 청춘이 저문다...*

    숙소인 성산청소년수련원가서 짐을 풀고 잠시 쉬다 이내 본격적인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됐다. 마음은 몇 번이나 무대로 나섰으나 결정적 순간에 내 발목을 잡는 'I' 기질로 뻐끔뻐끔 거의 구경만 했다. 그래도 아낌없이 모든 것(?)을 뿌리고 나눈 빠니보틀 님의 진심과 용기로 그 나눔을 누린 이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와중에 어떤 분이 본인이 받은 포스터를 나에게 양도해 주셔서 아주 특별한 기념품도 생겼다. 빠니보틀 님과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고 준비해 주신 치킨과 음료를 곁들여 많은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몇 시간을 사인과 사진 촬영에 응하느라 진짜 피곤하셨을 텐데 나 또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그때 용기와 욕심을 한 번에 냈다. 덕분에 몇 장의 사진과 아주 특별한 'Botella de agua' 티셔츠가 생겼다. 새삼 참 다양한 이들이 모였다는 걸 느낀 밤인 동시에 한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서로의 다름보다 동질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묘한 시간이었다. 비록 이번 일정은 본격적인 봉사로 보기엔 조금 어려울지 모르나,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봉사라는 개인적인 신념에 확신을 더해줬다. 

    든든(?)

    이튿날, 비몽사몽하다 준비하고 나와 단체 사진을 찍었다. 같은 방에 묵은 다른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한 분은 혼자 산책을 즐겼고, 한 분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바쁜 밤을 보냈더라. 나는 몇몇 분과 짧게 얘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사람이 다 다르다. 왠지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아침으로는 솔마루라는 식당에 가 제육쌈밥을 맛있게 먹었다. 첫 식사부터 마지막 식사까지 진짜 다 맛있었다. 준비해 주신 모든 분들께 한 번 더 감사함을 전한다.

    마지막 일정은 동막해변에서의 해양 플로깅이었다. 빠니보틀 님이 커피를 사신다고 같이 갈 건장한 남자를 찾으셔 빠르게 손을 들었으나 또 소심하게 들어 결국 플로깅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사회적인 친화력과 기질적인 내향성의 양립을 확인했던 이번 여행이었다. 동막해수욕장은 생각보다 깨끗했지만 은근 여기저기 쓰레기가 꽤 있었다. 그새 가까워진 조원들과 함께하는 해양 플로깅은 즐겁고 보람찼다.

    짧게나마 봉사의 즐거움을 누리고 빠니보틀 님이 사주신 N번째 음료와 함께 서울로 향했다. 차가 많이 막혀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야 서울 현충원에 도착했다. 그 와중에 같은 버스를 탄 빠니보틀 님이 팬들의 이런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셔 나도 용기 내어 코앞으로 다가온 남미 여행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100명 중 1명만 나빠도 그게 기억으로 남으니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벌써부터 와닿았다. 자꾸 되새기게 되는 이야기였다. 

    연봉인상과 우리 형(?) 덕분에 작년에 이어 또 한 번 값진 시간을 보냈다. 잊지 말아야 할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새기며 1박 2일 동안 낯선 사람들과 꾸밈없이 나눈 다정과 안온이 건조해진 마음을 상냥하게 감싼다. 타인에 대한 순수한 추앙, 겸손하고 넉넉한 베풂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처럼 여러 이타적인 진심에 힘입어 다시 나아간다!

    728x90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