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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정읍·장성_2일차_축령산 편백나무 숲·군산 일품회집·중동호떡·이성당기행/국내 2023. 1. 9. 00:01
간밤에 난방이 덥고 새벽부터 닭이 우는 소리에 다들 잠을 설쳤다는데 나는 뜨끈하게 아주 잘 잤다. 어제 남은 반찬과 무려 동생이 해 준 고추장찌개로 맛있게 아침을 열었다.
이튿날엔 일정상 부모님과 나만 남아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 들렀다. 추암마을에 주차하고 30분 넘게 산을 탔다. 평평한 임도일 줄 알고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생각보다 산이었다. 좀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가니 완만해졌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니 시끌벅적하던 등산객들의 소리는 멀어지고 서늘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높고 곧게 뻗은 편백나무들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색색의 단풍과는 다른 상록수의 푸르름이 같은 감동으로 이어졌다.
올라올 때와 다른 길로 내려왔는데 한적한 흙길이 색다르게 좋았다. 균형발전의 길을 비롯해 같은 길에 여러 이름이 적힌 표지판이 자꾸 등장해 개인적으로 재밌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군산에 들러 잠시 시간을 보냈다. 먼저 일품회집이라는 식당에 갔다. 독도룸에서 훌륭한 밑반찬과 회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전에 가족들과 이 도시에 오면 들렀던 다른 대형 횟집보다 더 정겨운 곳이었다.
사실 군산은 예전 직장에서 다양한 일로 여러 번 찾았던 고장이기도 하다. 추억 아닌 추억이 많다. 동행했던 타 부서 동료들의 은근한 후기로만 접했던 호떡, 사회 초년생 때 맡았던 전국구 빵집 대표님과의 인터뷰 그리고 무엇보다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미명 하에 마주했던 대화와 눈빛들이 오랜만에 삶으로 다시 떠올랐다. 궁금했던 중동호떡에 들러 일반 호떡과 치즈 호떡을 각각 먹었는데 내 입맛엔 일반이 더 맛있었다. 속도 실하고 맛있는 호떡이었으나 기대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이성당에서 인터뷰할 땐 함박눈이 펑펑 내려 안도현 시인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를 인용해 글을 갈무리했었는데 이번엔 맑다. 빵을 꽤 많이 사서 집으로 향했다.
뜻했던 사랑은 오지 않고 오히려 가장 가까웠던 사랑이 형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 가슴이 뻥 뚫린 듯 상실감이 컸다. 가을임에도 색을 잃고 쓸쓸하게 가물던 마음에 다스운 가족 여행으로 곱게 물든 단풍과 짙푸른 상록을 덧입혔다. 사랑이 형을 위해 준비했던 너른 마당이 괜히 더 헛헛했지만 이 계절을 닮았던 우리 형을 온 세상에서 기릴 수 있었다. 조금은 철들었는지 스쳐가는 세월이 무심한 듯 속 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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