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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여름휴가_3일차(1)_강진_신창손순대국밥·영랑생가·세계모란공원·사의재·다산 정약용 유적지(다산초당)·백련사기행/국내 2021. 9. 22. 21:30
금세 마지막 아침이 찾아왔다. 떠나기 전에 문단속을 하며 한 바퀴 둘러보다 이 집은 참 많은 걸 기억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내가 미처 겪지 못한 우리 가족의 대소사와 이제는 볼 수 없는 할아버지가 이곳에선 간직되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 덕분에 여름휴가를 잘 누렸다. 나지막이 고마움을 전했다.
압해도를 빠져나오는 길엔 지역 특산품인 무화과를 파는 노점이 많다. 그중 하나에 들러 청무화과를 샀다. 섬에서 기르는 무화과는 재래종 무화과, 홍무화과, 청무화과가 있는데 그중 재래종이 가장 맛이 좋지만 재배가 어려워 보편적으로 기르는 건 나머지 두 종이라고 한다. 청무화과가 홍무화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당도가 높다고 들어 가족 선물로 샀다.
열심히 달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극찬한 신창손순대국밥에 왔다. 목포 근처인 줄 알았는데 해남이었다. 오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순댓국 자체는 기대보단 평범한 맛이었다. 큰 덩어리로 들어간 고기와 콩나물이 특이했고 초장에 순대를 찍어 먹는 게 별미였다.
배를 채우고 차에도 기름 넣어주고 다시 달려 강진에 도착했다. 시문학파기념관은 코로나19로 휴관이었다.
중요민속문화재 제252호이기도 한 영랑생가에 들렀다. 대표적인 서정 시인 중 한 분인 영랑 김윤식 선생님의 생가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해 시비가 많아 좋았다.
영랑생가 뒤편으로는 세계모란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강진 태생의 김현구 시인을 기리는 감성 강진의 하룻길도 있었다.
사실 강진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삶의 궤적을 좇기 위해서였다. 가장 먼저 찾은 사의재는 다산 선생님이 전라남도 강진에 유배되었을 때 4년간 머물던 주막이다.
다산초당이 위치한 강진 다산 정약용 유적지는 시내에서 조금 거리가 있었다. 도착해 5분 정도 산길을 오르니 다산 선생님이 10년을 기거한 터에 그를 기리며 세운 기와집이 있었다.
이곳에서 다산 선생님은 목민심서를 비롯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이어갔다. 그를 잘 알진 못하나 시련을 견디고 후세에 길이길이 보탬이 되는 글로 승화시킨 삶의 행적을 존경한다. 왠지 모르게 겸허해졌다.
다음으로 가려고 했던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이 있어 올랐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좁은 길도 있었다. 한 15분 정도 걸려 백련사에 도착했다.
백련사는 크고 아름다운 절이었다.
한 10분 정도 둘러보고 돌아가려는데 아뿔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한 10분 기다리다가 빗줄기가 좀 가늘어졌을 때 출발했는데 다시 폭우로 바뀌었다.
중간에 정자가 있어 비를 피하려고 했는데 왠지 부처님의 자비가 나의 머묾을 원치 않는 하루인가 보다. 이미 젖을 대로 젖었기에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빠르게 걷다 같은 비를 맞으며 다른 평온함을 유지하는 스님과 그 뒤를 쫓는 분을 마주했다. 깊은 산속에서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정말 쫄딱 젖었다. 산길 위에 범람하는 물에 생명에 위협을 살짝 느꼈지만 동시에 물아일체 되는 자유감을 만끽했다. 산행과 물놀이를 동시에 즐기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차로 가는 길에 마줒치는 사람마다 내 행색을 보고 빵 터져 좀 민망했지만 사서 고생왕(?)의 에피소드가 하나 더 적립됐다.
이어 찾은 다산박물관은 휴관이었다. 옷과 속옷을 다 갈아입고 재정비했다. 다산 선생님도 혜장 스님 만나러 백련사를 오고 가시다 한 번쯤 급작스러운 소나기를 마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유배지에서 마주친 다산과 소나기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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