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이탈리아 기행_2일차(2)_베네치아(베니스)_산타마리아델로사리오성당·페기구겐하임컬렉션

일정을 세부적으로 짜지 않아 어딜 갈까 고민하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기로 급결정! 일종의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카날 그란데(대운하)를 가로질러 산 마르코 광장 맞은편으로 향했다. 이내 마주한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이곳에도 갈까 잠시 고민했으나 일정상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미술관으로 향하던 길, 골목골목이 작품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왜 그토록 많은 예술가들이 베네치아를 찬미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오래된 거리와 그곳을 거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묘하게 조화로웠다.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산타 마리아 델 로사리오 성당. 곳곳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신앙심을 표출하는 공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다 길을 좀 잃어 굳이 가지 않아도 됐던 섬 뒷길까지 갔다. 근데 이 길이 정말 좋았다. 참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때로 길은 이렇게 의도치 않은 곳으로 이어져 우리에게 뜻밖의 순간을 주는 것 같다. 어차피 맘대로 되지 않는 삶이라면 이런 순간들을 더 많이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닷가가 영롱하게 반짝여 자꾸만 바라보게 했다. 마치 하늘의 별이 바다에 내려와 앉은 듯했다. 그렇게 나를 대낮부터 감성범람하게 만든 아름답던 풍경!

다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방향'은 돌렸지만, 이왕 길을 잃은 참에 골목의 아름다움을 탐했다.

조금만 속도를 늦춰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이 도시에 간직된 세월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인적이 드문 덕에 도시의 또 다른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도시 자체로서의 미학을 더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달까. 

그렇게 한참을 돌아 드디어 찾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날이 꽤나 덥게 느껴지던 차에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이었다. 정식 명칭은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인 듯. 미국 태생의 전설적인 컬렉터인 페기 구겐하임이 만년 30여 년을 거주한 곳을 미술관으로 꾸며놓았다. 

주로 현대미술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술에 대한 식견이 한참 부족한 나로선 몇몇 작품만 알아볼 수 있었다. 피카소의 소묘.

몬드리안의 추상미술 등등.

주로 현대미술로 통칭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분류하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현대미술이란 '자기만의 시각'을 갖는 걸 뜻하지 않나 생각했다.

조금은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했던 예술과는 다르게 미술관 뒤편에 펼쳐진 풍경은 명료하게 느껴졌다.

건축물과 교통수단이 하늘, 바다와 맞닿아 또 다른 예술로 다가왔다.

미술관 앞에는 정원도 조성되어 있었다.

그 한편에 페기 구겐하임 여사의 무덤도 있었다. 그 옆에 'My beloved babies'라는 비문이 있어 나는 자녀 혹은 조카들을 나열한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14마리 애완견들을 기리는 것이라고... 문득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별이가 생각나는구나...*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미술관 벽면에서 이 글귀를 발견했다. 'Changing place, changing time, changing thoughts, changing future'. 처음엔 페기 구겐하임의 명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또한 작품이더라...* 아무튼 장소, 시간, 생각 그리고 미래를 바꾸라는 말이 이 곳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인 울림도 있었고... 개인 혹은 모두의 미래를 바꾼 많은 고민들이 모여있던 곳. 이곳에 오기 위해 겪었던 예기치 않은 즐거움까지 더해 덕분에 꽤나 풍요로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