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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_백남준 효과
    문화생활/전시 2023. 3. 4. 22:55

    새해를 앞두고 한 번 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찾았다. 가는 길이 막히더라니 두 번의 사중 추돌과 한 번의 이중 추돌을 지나치고서야 도착했다. 아마도 빙판길 때문에 사고가 났던 것 같다. 이번에 온 이유는 새로 열린 기획전이었지만 온 김에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다시 볼까 했는데 이미 현장 예약까지 마감됐다.

     

    일부러 다다익선 상영 시간에 맞춰 왔다. 내가 갔을 땐 목, 금, 토, 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상영했는데 드디어 영접했다. 진짜 그야말로 다다익선이다.

    이어 기획전 '백남준 효과'로 향했다. 1984년 30여 년 만의 귀국 후 백남준 선생의 지난 전시 주요 주제와 작품을 통하여 1990년대 한국 미술의 상황을 새롭게 살펴보는 전시라고 한다.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조명과 밝은 작품들이 반겨준다.

    첫 번째 주제는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국제적인 행사들과 세계화의 꿈'이었다. 참다운 민족주의는 드러내지 않는데 있고 참다운 민족주의가 생명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더 활발한 해외교류가 이루어져야 하며 국수주의가 횡행하는 곳에는 문화와 삶의 다양성이 없고 진취적인 지식인들을 살인하게 된다는 1993년의 목소리가 지금도 울림이 있다.

    두 번째 주제는 '근대화의 길, 과학과 기술의 발전, 미래를 향한 낙관'이다. 비디오 아트는 텔레비전을 단순히 오락적 기능에 국한시키지 않고 형이상학 수준으로 끌어올린 예술이며 20세기를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는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자연과 인류가 전자매체를 매개로 공생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예언보다는 예술가의 희망으로 느껴진다.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 백남준 선생의 작품 외에도 다른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다채로웠다.

    세 번째 주제는 '믹스드미디어와 설치, 혼성성, 제3의 공간과 대안적인 공간'이다.

    기관 아카이브, 백남준 아카이브, 1990년대 역사 자료, 1990년대 미술 자료 등이 모여 있는 아카이브 섹션도 별도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네 번째 주제는 '4. 개인의 탐색, 소수(정체성), 다원성'이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뭔가 시대를 앞서간 지성인의 예술세계를 탐방한 느낌이었다. 

    우연히 다다익선 꺼지는 시간에 나와 구경했는데, 하나 둘 꺼지는 TV가 묘하게 또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다.

    시간의 정원도 구경했다. 올 때마다 괜히 궁금해지는 마성의 작품이다.

    정원에 흐른 시간을 가늠하고 오니 어느새 다다익선이 다 꺼졌다. 나에겐 익숙한 모습이 오늘은 왠지 색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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