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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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일 - 기억해줘요 (With 지운)문화생활/음악 2021. 11. 28. 13:29
20대에 밀물처럼 밀려들던 사람들이 30대가 되니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걸 느낀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결혼이라는 보편적인 제도와 육아로 인한 여가의 결핍 또한 큰 원인인 것 같다.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헛헛함이 찾아온다. 아마 그건 결혼식을 찾을 만큼 가까웠던 누군가와 점진적으로 멀어질 것에 대한 쓸쓸한 예감과 아직 찾지 못한 인연에 대한 막막함 등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인 것 같다. 이별만큼 벅차던 첫 이직을 결행한지도 어느새 만으로 2년이 더 지났다. 정말 지난한 시간을 딛고 전보다는 나름 적응한 것 같다. 두 일터의 성격과 맡은 일이 꽤나 달라서 그런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어떤 시간이 실감이 안 날 만큼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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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정준일 소극장 콘서트 '겨울'문화생활/공연 2021. 9. 18. 12:03
겨울의 끝 무렵에 정준일 소극장 콘서트 '겨울'에 다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들 마스크 쓰고 체온을 재는 생소한 방식으로 입장했다. 가수는 연신 고맙다는 얘기를 반복하며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그래 아니까, 안아줘, 바램' 등 듣고 싶던 노래들을 대부분 들었다. 무엇보다 마지막 곡으로 '푸른끝, 그랬을까'를 이어 부르고 앙코르 곡으로 직접 피아노 치며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불러줬는데 정말 좋았다. 깊은 위로가 돼서 마음으로 펑펑 울었다. 허덕이던 겨울을 달래준 함게 우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내적 오열을 했다. 덕분에 건조해진 내 마음에 미스트 같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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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일 - 푸른끝문화생활/음악 2021. 7. 14. 22:07
어떤 계절에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늘 같은 계절로 데려가 주는 노래도 있다. 정준일의 푸른끝은 들을 때마다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바쁜 일과를 보내고 돌아온 방에서 안락함보단 눅눅함을 느끼는 날, 가슴까지 서늘한 노래를 꺼내본다. 좋은 것들은 시절마다 다른 의미로 되새겨지곤 한다. 이 노래는 나에게 늘 중의적으로 다가온다. 푸른 청춘의 종말을 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록의 시작을 알리는 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시절과 지금이 다르듯 앞으로도 이 곡에서 나는 또 다른 목소리를 발견할 것이다. 잠잠히 듣다 보니 못 다한 사랑에 대한 회한으로 느껴지던 가사가 오늘은 자신의 꿈 혹은 삶과 나누는 대화로 느껴진다. 충만하게 주어진 고독을 기쁨으로 누려야겠다. 절망이 쉽고 그 어떤 무엇도 가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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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월간 윤종신 Repair 1월호 - 잘 했어요 (With 정준일)문화생활/음악 2021. 1. 24. 20:58
작년 연초엔 박재정 님의 '가벼운 결심'을 고막이 닳도록 들었다. 올해엔 월간 윤종신으로 찾아온 '잘 했어요'란 노래를 열심히 듣고 있다. 내 귀는 미스틱 재질인가 보다. 거기다 정준일 님의 보컬이라니 너무 좋다. 아무도 모르게 쌓인 첫눈처럼 찾아온 첫사랑을 깨달을 즈음부터 윤종신 님의 솔직한 가사와 절절한 음색을 참 좋아했던 거 같다. 나이가 먹을수록 그가 쌓아온 노래들이 점점 더 좋아진다. 그건 노래에 담긴 어떤 찰나의 진심을 조금 더 이해하고 알아볼 수 있게 성장해서가 아닐까 자평해본다. 월간 윤종신은 무려 2010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다. 이제는 노래뿐 아니라 성실하게 주어진 삶을 노래하는 그의 행보 자체가 존경스럽다. 자유와 불안 사이에서 손에 쥐었던 것을 잠시 내려놓았던 '이방인' 프로젝트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