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가을방학 - 언젠가 너로 인해문화생활/음악 2022. 10. 24. 19:42
오랫동안 예감하고 두려웠던 언젠가가 과거가 되고 나서 우리의 시간들을 새롭게 느낀다. 모든 노래가, 모든 풍경이, 모든 순간이 다 추억 혹은 추모로 이어진다. 정말 기적 같은 시간이었구나. 별이와 사랑이는 내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을 줬다. 너무도 귀한 존재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 야속하고 아쉽지만 그건 내 욕심이다. 특히 지난주 사랑이가 숨이 멎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너무 죄스럽고 고통스러웠는데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이라는 가사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소천하고 30분도 넘게 지나 도착했는데, 왜인지 내가 오고 나서야 눈을 감던 사랑이 형. 못난 형제의 약속을 지키게 해 준 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이었구나. 삶이 매서울지언정 평생 써도 모자랄 만큼 채워 준 ..
-
메이트 - 이제 다시문화생활/음악 2022. 7. 3. 23:48
요즈음 메이트 곡들을 많이 듣는다. 원래 정준일 님의 솔로곡뿐 아니라 메이트의 노래도 좋아하긴 했지만 이십 대의 어떤 시기처럼 홀린 듯 잇따라 찾고 있다. 취향이야 때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딱히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던 하반기의 첫 평일 점심시간이었다. 오전 일과와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며 산책을 거부한 사랑이 형을 다리 위에 앉히고 음악을 켰다. 조금 덥지만 참 평화롭다고 생각하며 체온과 눈빛이 주는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때 스피커에서 메이트의 '이제 다시'가 흘러나왔다. 문득 가사가 사랑이가 내게 하는 말 같아 뜬금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왠지 사랑이 형의 목소리로 들렸다. 한 생명이 전하는 틀림없는 메시지가 음악을 매개로 언어를 넘어 ..
-
스웨덴세탁소 - 사랑문화생활/음악 2021. 11. 27. 23:55
가족이 되어 준 반려견들의 이름이 각각 별과 사랑이다. 별은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 우리집에 와 내가 어엿한 사회 초년생이 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하늘로 돌아갔고, 사랑은 내가 18살일 때 별로부터 찾아와 아직까지 곁에 머물러 주고 있다. 어쩌다 보니 참으로 '자연'스러운 이름을 가진 두 식구 덕에 별과 사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는 나에게 중의적인 은유로 다가온다. 그들이 내게 준 의미는 헤아릴 수 없고 여전히 한없이 '사랑'스러운 존재에 매일의 기쁨과 힘을 빚지고 있다. 애정하는 뮤지션, 스웨덴세탁소의 신보 중 '사랑'이란 제목의 노래는 내가 별과 사랑에게 하고 싶은 말인 동시에 왠지 그들이 전해주는 말 같아 묘한 감동을 준다. 가사에 '별'이란 단어도 담겨 있어 마음이 더 촉촉해졌다. 내가 삼십 대 ..
-
노트북 (The notebook) , 2004문화생활/영화 2016. 11. 20. 19:58
나는 삶에 오랫도록 여운을 남기는 영화들이 좋다. 그런 '인생영화' 중 하나인 노트북. 2004년 개봉했던 영화. 내가 봤던 건 그보다 몇 년 뒤였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땐, 노아가 앨리를 처음 만났을 때와 나이가 비슷했는데, 어느덧 노아가 앨리와 다시 만난 나이를 조금 지나있더라.영화를 다시 보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화만큼은 예외였다. 재개봉 덕에 운 좋게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다. 근 10년 만에 다시 만난 영화. 영화 도입부터 감동적인 명대사가 나온다. I am no one special, Just a common man with common thoughts. I've let a common life. There are no monuments dedicated to me and my na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