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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옥천_옥천성당·정지용문학관·정지용 생가·경진각·향곡산방·향곡저수지·부소담악·Cafe 449·대청호 황새바위 전망대·족의보감·성심당 케익부띠끄, 본점, 옛맛솜씨
    기행/국내 2022. 6. 15. 08:32

    어쩌다 보니 또 한 번 충청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대전, 청주 등에 갈 때마다 엄청난 교통 정체로 고통받곤 했기에 이번엔 7시쯤 출발했다. 우리가 자란 동네를 함께 지키는 고향 친구와 만나 다른 도시에 터를 잡은 친구를 만나러 향했다. 고맙게도 친구가 차와 운전을 지원해 줬다. 어디 갈 때 선택지에 각자의 차가 추가된 게 아직도 조금 어색하다. 나이가 들며 잃어버린 것들도 있지만 분명 얻는 것들도 많다. 다행히 길이 거의 안 막혀 열심히 가다 죽암휴게소에서 소시지 하나로 가볍게 요기했다. 얼마 전 자전거 여행을 마쳤던 신탄진을 표지판에서 보니 묘하게 반갑다.  

    잘 지내? 나는 조금 아팠어...*

    대전에서 완전체를 이룬 뒤 옥천으로 향했다. 그냥 친구네 집에서 가까운 곳들을 보다 괜찮아 보여 추천하고 친구들의 흔쾌한 가결로 정해진 목적지였다. 한 번도 안 가본 곳인 줄 알았는데 왠지 뒤늦게 낯익어 기억을 되짚어 보니 무려 2013년에 대학교 도서관의 독서여행으로 다녀왔었다. 오랜만에 그 시절의 사람들과 나를 추억하며 옥천 명소 중 하나인 옥천성당에 들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공사 중이었다. 시작부터 시트콤 같다며 함께 웃었다.

    바로 아침 겸 점심을 먹을까 했으나 가려던 식당이 11시부터 영업이어서 정지용문학관과 정지용 생가에 먼저 들렀다. 지드래곤(?) 선생님의 시 세계를 다시 헤아리고 9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지나간 시간을 마주했다. 돌이켜 보면 중앙도서관은 내 대학생활의 큰 축 중 하나였다. 많은 것들을 누리고 배우게 해 주신 선생님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9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호수, 향수, 고향은 아마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명시일 것이다. 호수 주민이자 그리움 마니아(?)로서 호수라는 시는 정말 대단하다. 가끔 홀로 호숫가를 걸으며 떠오르는 시구다.

    호수만큼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봐도 떠오르는 그리움.

    시인의 삶의 궤적을 따르다 그의 세례명이 프란시스코인 걸 알게 됐다. 나는 개신교 교회를 다니지만 성 프란치스코의 삶과 상징을 존경한다. 교회에선 별도의 세례명이 없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의 세례명은 프란치스코라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추앙한다. 뜻밖의 공통점이 외람된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문학관에서 시인의 삶의 궤적을 좇은 뒤, 바로 옆에 위치한 생가를 둘러봤다. 복원된 건물이긴 했지만 목가적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잠깐 밖에 있었을 뿐인데 날이 생각보다 정말 더웠다. 친구에게 대전 웰컴 기프트로 받은 꿈돌이 부채는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수박이 박수

    브런치로는 군내 맛집인 경진각에 갔다. 11시 오픈인 곳에 11시 5분쯤 도착했는데 금세 자리가 꽉 찼다. 바삭한 군만두에 양배추와 오징어가 넉넉히 들어간 짬뽕이 순한 듯 얼큰해 맛있게 먹었다. 

    이어 친구가 찾은 향곡산방이란 카페에 가서 흑임자크림라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음료가 생각보다 달고 크림과 커피가 조금 따로 노는 느낌이었지만 분위기가 참 좋았다. 바로 앞 향곡저수지가 아담하게 아름다웠다.

    티타임 후에 간 부소담악은 독서 여행 때도 왔던 곳인데 예전에 비해 차도가 많이 정돈된 느낌이었다.

    해가 중천에 뜨니 한여름 땡볕 같았다. Cafe 449(카페 449)란 푸드트럭 겸 야외 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 더 사 그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더위를 삭였다.

    목을 축인 기운으로 다시 힘내어 추소정과 구정자까지 걷고 왔다. 마을 앞 물 위에 떠있는 산이라는 이름처럼 병풍 같은 지형이 독특했다. 반대편 혹은 다른 곳에서 봐야 암봉이 감싸는 듯한 절경을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가봤으니 후회는 없다.

    걸은 뒤 느낌적인 느낌으로 금강 물줄기를 따라 드라이브했는데 아프리카 출장을 떠올리게 하는 오프로드를 만났다. 운전자에게 미안하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길에서의 색다른 경험이 즐거웠다.

    옥천과 르완다 사이, 옥완다(?)

    어느덧 대청호 인근에 이르렀다. 유명한 오동선 대청호 벚꽃길을 지나 황새바위 전망대에 갔는데 그 밑 호숫가가 너무 곱고 평화로웠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우리와 호수만 있는 느낌이 깊은 여운을 주었다.

    어느덧 저녁이 가까워져 친구네 동네로 이동해 예전에도 온 적 있는 족의보감에서 반반 족발에 쟁반국수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친구들의 짓궂은 농담과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위로로 헛헛한 속을 배불리 채웠다. 

    어느덧 해가 져 성심당 케익부띠끄, 성심당 본점, 성심당 옛맛솜씨를 돌며 폭풍 쇼핑을 했다. 가족들이 좋아할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흡족하다.

    짧은 하루를 길게 누리고 친구의 폭풍 운전으로 집에 돌아왔다. 운전하느라 고생했던 친구, 대전 인근의 아름다움을 많이 알게 해 준 친구 모두 고마웠다. 마음에 여유가 없던 시절을 지나 흔한 멀어짐을 딛고 가까이 머물러준 벗들이 참 귀하다. 우리 우정의 형태와 거리는 때에 따라 바뀌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내 삶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참 든든하다. 부상의 회복을 핑계로 학습된 무기력이 나태로 이어지던 시기에 대학 시절 독서 여행을 했던 고장을 다시 찾아 시인의 길을 좇으며 각오를 바로잡았다. 곳곳에 넘치는 고운 시어들을 읊조리며 우정을 나눈 하루.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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