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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현상은 없다 - 장 지글러『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2007문화생활/책 2015. 9. 29. 21:56
2015년은 MDGs가 종결하고 새로이 15년을 책임질 SDGs가 확정되는 해이다.
지난 15년간 양적인 지표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고 그 결과 중 일환으로 얼마 전(2015.05.27) 발표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아로 고통받는 전 세계 인구가 '최초'로
8억 이하인 7억 9500만 명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여전히 8억 명에 이르는 사람이 '굶주림'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는 말이다.
식량 생산량은 충분하다는 데 왜 세계엔 아직도 이렇게 기아가 만연한 걸까?
그 질문에 대해 이 책이 어느 정도 답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근 10년이 된 책이기에 읽으며 지금과 조금 다른 점들도 있었지만
크게 보았을 때 세계는 아직 여전한 것 같아 많이 씁쓸했다.
책에 대한 교보문고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아래와 같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과 나눈 대화 형식으로 설명한다.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로 인해 구호 조치가 무색해지는 비참한 현실,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은 모순된 현실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사막화와 삼림파괴, 도시화와 식민지 정책, 불평등을 야기하는 금융과두지배 등 기아를 발생시키는 정치·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구호조직의 활동과 딜레마 속에 사각시대에 놓여 있는 기아들,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려주며 사람이 가져야 할 인정과 지구촌 식구로써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촉구한다.
결국 이 책에서 지목하는 '기아'의 범인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탐욕 혹은 과욕이다.
즉, '구조적인 문제'이다.
사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많은 곳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를 오용하고 남용하는 것과 별개로 단순히 신자유주의만을 원인으로 낙인찍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분별하고 판단해야 한다.
각 나라에, 각 지역별 공동체에 걸맞은 제도는 다 다르다.
분명 어려운 문제이고 어려운 시기다.
나는 나름대로 내 삶과 그 하루하루에 충실함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나의 무지와 부족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개념과 방법은 참 많다.
개인적으론 결국 그런 것들의 어떤 '접점'이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어 낼 거라고 믿는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은 머리와 가슴이 무거워졌다.
이런 나를 위로라도 하듯 책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구호단체의 당위성에 대한 변호 혹은 지지...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 p.93
또 그 방법론에 대한 방향성까지...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출구가 없다고 아빠는 생각해.
-p.152
솔직히 책이 얇고 아들에게 말하는 투의 대화체라 조금은 가볍게 봤던 책인데...
여러모로 많이 무거운 책이었다.
정답은 아닐지언정 스스로의 제목처럼 정답 못지않은... '질문'이었던 책.
마음에 닿았던 구절들:
그게 옳은 일일까요? 원조를 계속하는 거요.
아빠는 구호단체의 방침에 동의해. 구호단체는 극단적인 조건에서 활동하고, 갖가지 모순들과 싸워야 해. 그러나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는 없단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 모든 손해를 보상받게 되는 것이지. - p.93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출구가 없다고 아빠는 생각해. -p.152
동일성은 다른 사람과의 진짜의, 혹은 상상의 만남, 단결행위 등 한마디로 공유된 의식으로부터 생겨난다. - p.170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정의에 대한 인간의 불굴의 의지 속에 존재한다.
파블로 네루다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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