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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실대학교 7+1 장기해외봉사 15주차(이별 연습)
    봉사 이야기/해외봉사(7+1) 2013. 11. 19. 10:17

    또다시 시작된 한 주...!
    어느새 15주란 이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번 주도 까다위노난 교회에 가는 것으로 한 주를 시작했다.
    까다위노난으로 가는 길은 정말 정겹다.
    저렇게 밭이 넓게 펼쳐져 있기도 하고..
    필리핀을 상징하는 동물인 물소 '카라바오'를 마주치기도 한다.
    이젠 익숙해져서 그냥 정겨운 풍경들이 됐지만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참 많이 그리울 것 같은 길이다.

    도착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이렇게 춤을 가르쳐주고 풍선을 가지고 액티비티를 했다.
    나도 나름 솜씨를 발휘해 보았는데 팀원들은 자화상이냐며...*
    무튼 저렇게 풍선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풍선 하나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조금은 배우고 간다.

    돌아가는 길에도 카라바오와 농부는 묵묵히 밭을 갈고 있었다.
    저렇게 묵묵히 밭을 갈다 보면 어느새 저 큰 밭도 다 갈아져 있듯이..
    우리도 묵묵히 우리 삶에 충실하다 보면 조금씩 인생이란 그 밭을 가꾸어 나갈 수 있겠지..?

    돌아온 월요일은 11월 11일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상술이라며 부모님과 동생 정도만 챙기고 넘어갔을 것 같은데..
    여기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 저번에 나갔을 때 슬쩍 준비해놨었다.
    약간 여유 있게 준비한다고 했는데 목사님 내외, 손님 내외, 센터 동생들, 팀원들을 주고 나니 딱 맞았다.
    사실 내 것도 샀었는데... 근데 그걸 내가 먹었으면 더 슬펐을 것 같다.
    왜냐면 나만 샀어...*
    무튼 그래도 별것 아닌 막대과자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심 뿌듯했다.

    다시 시작된 수업...!
    꼭 역광이어서가 아니라 항상 눈부신 아이들...*
    역광보다 눈부신...*

    이번 주 첫 수업은 오전 K2 영어수업이었다.
    머리를 산뜻하게 깎고 온 자레드... 녀석 인물 훤하네~ㅋㅋ
    아이들은 가끔은 정말 오지게 말을 안 들어 힘들게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이 참 사랑스럽다.

    오후엔 K1반에서 강선생의 미술교실을 도왔다.
    사실 처음에 수업을 나눌 땐 지연이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렇게 수업이 나뉜 것도 참 감사하다.
    내가 했음...*
    수업이 끝나고 또 감동받은 순간이 있었는데..
    자르고 붙이고 했던 미술수업이라 쓰레기가 좀 많았다.
    그래서 지연이랑 치우고 있는데...
    로이지가 같이 치우다 못해 저렇게 적극적으로...*
    로이지 넌 아직 유치원생이지만 커서 좋은 아버지가 될 것 같다...☆
    이런 벅찬 순간들이 얼마나 힘이 되어주고 소중한지...
    정말 고맙다 다들~!

    오후엔 장난꾸러기 G2, G3 녀석들과 한국어 수업~
    다음 주 행사를 위하여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You were born to be loved.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새삼 다가오는 요즈음...*

    ㅋㅋㅋㅋ노랫 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요렇게 빼꼼히 바라보던 G1(1학년) 아이들~
    사실 바로 이다음 시간에 G1에 가서 저 아이들과도 같은 노래를 배웠다~

    그리고 화요일...
    사실 지금 필리핀 전역엔 슬픔이 감돌고 있다.
    특히 타클로반의 옆옆 섬에 위치한 두마게테와 태풍 피해를 많이 입은 중부 비사야 지역은 더...!
    나도 이번 주에 뉴스에서 태풍 피해를 더 구체적으로 접하고..
    또 레이테 섬이 얼마나 가까운지 볼 때마다..
    하이옌의 예상 진로에 우리가 포함됐던 걸 떠올리며...
    정말 남일 같지 않아서 슬픔과 안도 등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그런 중부 지역에 태풍이 하나 또 찾아왔다.
    소라이다라는 이름의 소형 태풍.
    다행히 하이옌처럼 강한 태풍은 아니었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다들 은근히 긴장하고 걱정했고..
    특히 타클로반의 경우가 더 걱정됐다.
    그래서 또다시 휴교가 된 화요일...
    근데 너무 급작스럽게 정해진 건지 아니면 애초에 따로 휴교령이 없었던 건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는 아침에 비가 오긴 했지만 준비를 해서 나갔었다.
    운동장에 선생님이 아무도 안 계셔서 설마 했는데...
    뒤늦게 오신 학부모님들도 운동장이 비어있는 걸 보고 그냥 웃으며 차나 오토바이를 돌리시더라~
    우리나라에선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순 없지만 내심 또 필리핀과 한국의 문화의 다름을 느낀 일화였다. 

    다행히 소라이다는 하이옌(필리핀 사람들은 욜란다라고 부른다.) 만큼의 힘이 없었고..
    화요일에 하루 종일 비를 뿌린 뒤 지나갔다.
    그래서 다시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잦은 휴교와 행사로 반별로 조금씩 진도에 차이는 있지만 
    이번 주 유치원 체육시간에는 주로 매트를 이용한 교육과 줄넘기를 이용한 교육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정말 재밌어해서 뿌듯했다.
    하지만 매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많은 아이들이 그냥 드러누워서 좀 애먹기도 했다 ㅋㅋ

    특히 오후 K1반이 정말 좋아했다 ㅋㅋ
    레아 왜 선생님 안 보고 카메라만 쳐다봤니...*

    장난꾸러기 듀오 클라이드와 로이지 ㅋㅋㅋㅋ
    장난을 많이 쳐도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면 진짜 나도 웃을 수밖에 없다...*
    사실 클라이드의 아버지인 죠이는 내 한국어 수업을 듣기도 해서
    가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클라이드가 외동아들에 자신을 비롯해 부모가 맞벌이를 하니...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도 많고 걱정이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죠이한테 그때도 그렇게 대답했는데..
    녀석은 수업시간에 정말 적극적으로 잘 하고 잘 자라고 있다.
    과할 정도로 잘...*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클라이드의 모습...*
    옆 구르기를 보여주고 지도(?)하는 나...*

    이렇게 줄넘기와 매트를 이용하여 즐겁게 진행되던 수업은...
    어느 순간 진흙탕으로...*
    ㅋㅋㅋㅋ농담이고 교육할 내용을 어느 정도 마치고..
    아이들이 매트를 정말 좋아하기에..
    같이 좀 놀아 주었다.
    사실 아이들이 나와 놀아준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이 늘 고마워...*

    수업의 막바지에...
    3개월 동안 묵혀둔..
    한국에서 가져온 사탕을 나눠 주었다.
    다들 조금 신기해하는가 싶더니..
    로이지가 하정우를 능가하는 모습으로 맛깔스럽게 먹었다.
    참고로 저 표정으로 약 10여 초간 있었다.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로이지...*

    한주에 2교시씩 있는 한국어 수업에서는..
    두 번째 시간에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한국과 필리핀의 위치를 비교하고 가르쳐 주고..
    국가를 상징하는 동물 등 상징물도 비교하여 가르쳐 주었다.
    내 수업을 통하여 아이들이 한국을 더 알고 그를 통해 필리핀을 더 잘 알길 바라 본다.
    태극기를 직접 그려보며 필리핀 국기와 태극기가 갖고 있는 의미도 가르쳐 주었는데
    흰 바탕이 순수를 상징하는 것처럼 은근 공통점이 많아 나도 흥미로웠다.
    고학년 수업에서는 니키가 피하고 있는 모습의 마지막 사진과는 별개로 한국어를 배웠다.
    지진, 태풍 등으로 근 한 달 만에 이뤄진 수업이었고 마지막 수업에서 받침까지..
    한국어 쓰기 및 읽기를 막 끝낸 상태였기에..
    아이들이 많이 잊어버렸을 까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거의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격조사 '이/가'와 '입니다/입니까' 구문을 이용하여 간단한 구조의 문장을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그것도 잘 따라주어 고마웠고 또 시간이 부족하여 준비한 것들이 더 많음에도
    다 가르치고 갈 수 없음이 아쉬웠다.
    새삼 이제 정말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느꼈던 순간...

    그리고 우연히 포착된 마당을 나온 수캉아지...*
    똘똘이의 활동반경이 날이 갈수록 더 넓어지고 있다.

    이내 아이들에게 잡힌 똘똘이.
    아이들이 강아지를 장난감처럼 다룰까 걱정도 했었는데..
    학생들은 익숙하게 강아지와 놀아주더라...
    물론 다소 거칠었고...
    똘똘이는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회자정리'라고 하던가..
    사람이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헤어짐을 겪는다.
    연인과의 이별, 부부간의 사별, 혹은 사소한 많은 헤어짐들까지...
    다음 주면 넉달간의 봉사가 끝나는 우리는 조금씩 이곳에서의 이별을 겪고 연습하고 있다.
    특히 우리를 그동안 정말 사랑으로 보살펴주셨던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이번 주에 사정이 있으셔 한국으로 잠시 귀국하셨다.
    그래도 사모님은 공항까지 배웅이라도 나갔는데..
    목사님께선 우리의 수업시간에 공항으로 가셔서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참 죄송하고 아쉽다.
    우리의 마무리를 함께 하실 수 없음도 참 아쉽지만...
    회자정리라는 말과 함께 따라오는 친구가 '거자필반' 아니던가...!
    헤어진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된다.
    그동안 나의 삶에서 수많은 헤어짐들에 그러했듯..
    나는 다시 그 말을 믿고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또 열심히 살아야지...
    그러면 목사님도, 사모님도 아마 내 생각보단 훨씬 더 빠른 미래에 다시 뵐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다시 한 번 정말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인생엔 수많은 헤어짐보다 더 많은 만남이 있다.
    이번 주엔 또 다른 만남도 있었다.
    센터에 약 4개월간 머물 은석이가 그 주인공.
    훈훈한 기럭지와 외모로 센터의 여심을 흔든 은석이...*
    좌측에 있는 동갑 친구 인애를 비롯해서 잘 지내보자~~! 

    다음으로 금요일에는 Anti-Bullying Campaign이 있었다.
    말 그대로 괴롭힘 방지... 혹은 학교폭력 근절 행사 정도 될 것 같다.
    3학년과 6학년도 친구처럼 지내는 우리 학교지만...
    아이들인지라 때때로 약한 친구한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녀석들도 있어서..
    참 중요하고 꼭 필요한 행사라고 생각했다.

    이 행사의 백미는 이렇게 아이들이 직접 준비해온 학교폭력 근절 포스터들이었다.
    (솔직히 학부모님들의 도움이 컸던 거 같다...*)
    다양한 포스터들이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하며 한목소리로 학교폭력 추방을 외치고 있었다...!

    필리핀 학교행사에 빠지면 섭섭한 아이들의 공연도 있었다.
    특별히 오전, 오후로 나누어진 유치원 K1 반 친구들이 무려 합동 공연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그 공연을 보면서 진짜 엄청나게 아빠 미소를 지었는데...
    그 이유는 좌측 끝에 위치한 어리바리 듀오 로이지와 프란시스 ㅋㅋㅋㅋ
    아마 오전 반에 비해 오후 반은 충분히 춤을 숙지하지 못한 것 같았다.
    다른 아이들은 눈대중으로 따라 하는 것 같았는데 이 두 녀석은 저렇게 무슨 장승처럼 한참을 서있었다.
    그런데 밑의 두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ㅋㅋㅋㅋ
    눈치를 보다가 이 곡의 안무에 점프가 반복된다는 것 눈치챈 후론
    진짜 흥겹게 점프를 하더라 ㅋㅋㅋㅋ
    으이그 귀여운 녀석들 ㅋㅋㅋㅋㅋㅋ

    이 날 행사에는 특별히 외부에서 강사도 오셨다.
    아이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해 무려 PPT까지 사용하셔서 잘 가르쳐주셨다.
    하지만 그 시간이 성인인 내가 느끼기에도 다소 길었다.
    이 날 행사의 사회자를 봤던 가브리엘의 표정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도 정말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이렇게 작은 기념 선물도 드렸다.

    기념 선물 증정 다음으론 초등학교 2, 3학년 친구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수작들의 수상을 끝으로 학교폭력 근절 행사는 끝이 났다.

    학교폭력 근절 행사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나와 인애는 바로 2부 학부모 회의에 참여하였다.
    그 이유는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학부모 회의의 이번 주제에 우리와 관련된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Farewell Celebration for the Korean Teachers...
    즉 한국인 선생님들을 위한 작별행사도 의제에 올라와 있고...
    School Field Trip...
    즉 견학은 우리가 가기 전에 학생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한 학기에 한 번 있는 견학 일정을 앞당겨 준 것이다.
    우리가 딱히 해준 것도 없는 데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셔 정말 감사하단 말밖에 할 수 없다.
    무튼 학부모님들에게 마지막으로 확인을 받고 우리의 마지막 일정을 확정지어 갔다.

    우리가 이렇게 학부모 참관 회의를 하고 있을 때에 아이들은 나머지 한국인 선생님들의 지도 하에
    이렇게 영화를 봤다.
    뒤의 로이말과 앞의 로이존은 형젠데 뭔가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다.
    성격도...*

    학부모 회의가 끝난 후... 나랑 인애는 다시 현지인 선생님들과 함께 견학 및 우리의 마무리 일정을 조율했다.
    솔직히 조금 죄송스럽고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호의를 존중하고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하기에...*
    감사히 그 일정을 따르되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또 현지의 문화와 방식에 대한 이해와 존중인 것 같다.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부분과 다른 부분도 많았고...
    최대한 그 간극을 따르는 쪽으로 조율했다.

    그렇게 선생님들과의 회의까지 마치고 나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
    참 정신없이 흘러간 한 주 그리고 하루였다.

    그리고 사실 틈이 날 때마다 이렇게 다음 주 행사를 위해 우리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세진이처럼 혼자 연습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같이 준비도 하면서...*
    (새삼 느껴지는 그들의 키 차이...*)
    다들 파이팅...!!!!!!!!!

    그리고 토요일엔 한국어 수업이 있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나를 긴장시키고 준비하게 하고...
    한국어를 가르치게 하며 더 많이 배우게 했던 수업.
    사실 내가 가르친 한국어 이상으로 현지어인 비사야를 배웠던 바로 그 수업...!
    어느새 3개월이란 시간이 흘러 내가 준비해 온 책과 커리큘럼을 마쳤다.
    그래서 이번 주가 마지막 수업이었다. 
    사실 얘기도 좀 여유 있게 하고 시간이 되면 밥도 한끼 먹고 그러고 싶었는데..
    다들 바쁘기도 하고 또 태풍과 기타 개인적인 사유로 결석했던 사람도 있어서..
    마지막까지 나도 학생들도 최선을 다 했다...!

    한때 8명 정도의 수강생도 있었는데...*
    3개월간의 한국어 수업을 꾸준히 공부한다는 자체가 참 힘든 일이기도 하고
    또 부족한 선생님인지라...*
    이렇게 끝까지 함께 해준 최후의 4인.
    어거스티나, 죠이, 조셀, 윌리...
    정말 평생 못 잊을 거고 진심으로 감사하다.
    개인차가 좀 있지만 그들은 이제 한글을 쓰고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주격조사, 목적격조사 등을 이용하여 기본적인 한국어 문장을 이해하고 만들 수 있다.
    부디 다음에 오는 한국어 선생님이 그들의 열정을 한국어 실력으로 승화시켜 주시길 바라본다.
    정말... 정말로 고맙습니다..............................!!!!!!!!

    사람이 이렇게 큰일을 마치면 참 허하다.
    나한테 이곳에서 가장 큰일 중 하나였던 한국어 수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묘했다.
    솔직히 수능이 끝나고 이렇게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적이 없었다.
    말이 선생님이지 나도 학생으로서 같이 열심히 배웠던 수업이었다.
    우리말이 영어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점이 과학적이고 우수한지...
    우리가 얼마나 복 받은 민족인지 새삼 느꼈던 시간...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여운이 남는다.
    한국어 수업을 막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는 1명의 팀원 외에 모두 밖에 있어서 
    내 마음이 그러니까 괜히 조금 더 허전했다.
    그래도 이렇게 똘똘이가 있어줘서 한결 나았다.
    그리고 다음 주에 우리의 봉사를 마칠 때 느낄 그런 느낌을 먼저 느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나는 팀장이기에...*

    그런데 다행히 나한텐 아직 그런 감정의 사치를 부릴 시간도 없었다...*
    토요일 오후에는 상명대학교 봉사담당자이신 정태석 선생님께서 오시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봉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몇몇 학교의 봉사 실무자 분들과도 알게 되고...
    대학 사회봉사에 대한 국회 정책 토론회도 가고 그랬었는데...
    또 이곳에서도 어떻게 하다 보니 상명대의 필리핀 해외봉사를 
    현지 기관의 스태프로서 돕는 경험도 하게 됐다.
    마침 우리의 기관장이신 목사님이 부재하시기에 그 연장으로 인애와 정태석 선생님을 돕게 됐다.
    가는 길에 우연히 장례행렬을 마주쳤는데...
    길이 막힐 정도로 긴 행렬이었다.
    죽은 자에 대한 또 다른 방식의 예우를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다소 늦어지셔 피곤하셨을 텐데도
    정태석 선생님께서는 그날 오후부터 저녁까지 빡빡하게 상명대가 올 봉사지를 둘러보셨다.

    저녁에는 한 시간 정도 선생님께선 볼 일을 보셨다.
    그때 나랑 인애 그리고 센터의 드라이버이자 나의 좋은 친구 니니는 일용할 양식을 사고
    약간 시간이 남아 졸리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렸다.
    니니는 나랑 동갑이지만 벌써 아이가 둘이나 있는 한 집의 가장이다.
    맨날 애들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서도 가장으로서 책임을 잘 지고 있는 니니.
    하지만 가끔씩 나에게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 물으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보일 때면
    영락없는 그냥 동년배 친구다.
    이번에 같이 졸리비에 갔을 때는 태어나서 처음 와봤고 또 그 아이스크림도 처음 먹는다면서
    자기는 일하느라 여기 올 시간도 없고 아이스크림은 너무 비싸다고 해서
    괜히 미안했다.
    나는 여기 온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벌써 여러 번 왔는데..
    물론 이건 분명히 어떤 우열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서로에게 주어진 것들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이렇게 괜히 미안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갖고 있는 것들을 서로 나누고 이해하며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무튼 인생 선배 니니를 앞에 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지금 생각하니 경망스럽네ㅋㅋ
    결론은 내 친구 니니는 베스트 드라이버...*

    정태석 선생님을 다시 뵙고 돌아오는 것으로 나의 15주차는 그렇게 끝이 났다.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때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이별.
    헤어짐은 솔직히 슬프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전혀 슬프지 않아도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잘 헤어질 수 있을까?
    나는 지나간 인연들과 몇 번의 해외봉사를 통해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다.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다면 거자필반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지금 헤어질지라도 언제고 다시 만날 수 있고
    또 그런 헤어짐과 그리움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노라고...
    그러니 기대하며 최선을 다해 삶에 임하자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렴풋한 깨달음이고...
    매 순간 헤어짐이 나에게도 낯설다.
    그런데 이렇게 해맑은 아이들에게...
    4개월 간 함께 하던 선생님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이 혹여나 상처로 남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부디 이런 내 걱정이 기우이길 바란다.
    내게 정말 많은 걸 준 이 시간 그리고 여기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헤어짐은 나에게도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성인 한국어 반과의 이별을 통해 조금은 먼저 연습한 나기에..
    팀원들, 아이들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헤어짐을 겪을 모든 이들이 조금은 덜 슬플 수 있게...
    내가 의연하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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