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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름휴가_2일차(2)_상주_휴-사이드왕산·무양주택 (feat. 아무튼, 상주)기행/국내 2021. 10. 11. 13:16
이번 여름휴가의 실질적인 목적지는 상주였다. 2박 3일간의 로컬 휴식 여행을 표방한 '아무튼, 상주'라는 프로그램에 우연히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해 이곳까지 오게 됐다. 5시까지 가면 됐는데 1시쯤 상주에 도착했다. 상주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앞차가 다른 차의 후미에 추돌하는 사고를 목격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약속 장소인 휴-사이드왕산에 주차하고 나니 2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시내 구경도 할 겸 근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상주 도심의 골목은 예쁘고 평화로웠다. 다만 큰 길 횡단보도에선 보행자 초록불인데 차들이 브레이크를 밟기는커녕 엑셀을 밟는 경우가 잦아 당황스러웠다. 치일 뻔하고 치일 뻔한 사람을 몇몇 보며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무양주택은 공간만으로도 매력적이었다. 주택의 모습을 간직한 외관과 취향이 묻어나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조화로웠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커피 대신 밀크티를 마셨는데 기회가 된다면 커피와 에그타르트를 맛봐야겠다. 휴가인데 업무적인 요청이 있어 일 좀 하고 메리 올리버의 '완벽한 날들'을 읽었다. 어제오늘 시인의 영혼이 담긴 글을 통해 큰 감동을 받는다. 좋은 공간에서 보낸 흡족한 시간이었다.
업무 때문에 노트북을 가져온 상태였는데 돌아가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노트북과 책, 일기장 등을 에코백 하나로 사수하며 돌아왔다.
어느새 시간이 되어 처음 뵙는 분들과 행사에 대한 안내를 간략히 들었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자기만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청년 창작자들의 모임인 '이인삼각'이라는 곳이 운영 주체였다. 로컬 창업, 창작 지원 프로그램인 로컬러닝메이트를 진행하고 계셨는데 그 프로그램의 참여자들이 주가 되어 만든 프로젝트가 '아무튼, 상주'였다. 일을 통해 로컬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커지던 차에 일과 책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하고 어색함이 감도는 학기 초 교실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로컬 재료로 피자 만드는 체험을 했다. 피자를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미리 준비해 주신 피자와 상주에서 난 여러 과일을 먹었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아직 이름도 잘 모르는 사람들과 먹는 음식 못지않게 맛깔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윗집과 아랫집, 두 채로 나뉘었고 집별로 2인 1실의 방이 여러 개 있는 구조였다. 방에 들어서니 정성껏 준비한 웰컴 키트가 미소를 자아낸다. 집마다 조장을 뽑으라고 하셔 침묵을 못 이기고 나섰다. 딱히 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 나의 여전한 오지랖을 오랜만에 실감하며 같은 숙소에 묵는 분들과 삶을 나누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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