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JANNABI) - pony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은 나날이 이어진다. 나중에 돌이켜 보면 별일 아닐지 몰라도 그건 그때의 일이다. 버티고 또 버티며 지치기도 하지만 이 와중에 깨닫는 부분도 많다. 환경과 일련의 사건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하고 나는 참 예민한 사람이다. 그 기질 덕분에 밀도 있는 경험을 쌓아 왔고 다방면에 걸쳐 세심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괴로움이 어떤 한계치를 넘으면 예민함은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져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보통은 회복 탄력성의 도움을 받아 혼자 수용하지만 그게 어려우면 상황을 바꾸기 위해 어렵게 나름의 용기를 냈다. 아무리 애써도 왠지 제자리걸음에 그치는 듯한 지금까지의 2023년이다. 어쩌면 나를 지키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하는 건 떠나는 일일까? 아니면 지금의 자리에서 끝끝내 시련을 이겨 내는 것일까? 실마리를 찾기 유독 어려운 갈림길이다. 다만 내가 믿고 전념하는 건 아직 뗄 수 있는 한 걸음이다. 첫 애마의 애칭과 같은 이름의 노래를 들으며 머나먼 길을 가늠해 본다. 센탄냥 랴오까이 쑤쑤더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