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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우간다(Uganda)_카라모자(Karamoja)
    기행/해외(아프리카) 2020. 12. 12. 14:05

    아부다비, 나이로비를 경유해 도착한 우간다 엔테베 공항. 우간다는 처음이었다.

    귀여운 엔테베 공항

    숙소까지 원래 1시간 거리라는데 차원이 다른 교통체증으로 3시간 정도 걸렸다. 역주행으로 느껴지던 반대편 차선과 차선 없이 이어지는 끼어들기...*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공항은 수도 캄팔라에 인접한 우간다 남쪽에 위치해 있다. 목적지는 북부 끝에 위치한 카라모자였다. 보통 국내선을 타고 들어가는 데 내가 갈 때는 항공로 정비로 운항을 안 했다. 덕분에 12시간 거리를 육로로 이동하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사실상 우간다 종단에 가깝다. 캄팔라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새벽에 출발했다. 하루 동안 다양한 길과 날씨를 겪고, 빅토리아 나일강도 지나 카라모자에 갔다.

    우간다 어디까지 가봤니...?

    카라모자는 우간다 동쪽 북부 끄트머리에 위치한 지역이다. 우간다 내에서도 최빈 지역으로 손 꼽히는 곳. 주요 출장지 중에도 열악한 곳으로 유명했다. 내심 마음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생각보다 지낼만했다. 다만 국경지대인 만큼 보안에 더 신경써야 했다.

    카라모자 카봉 시내 전경

    카라모자는 남수단, 케냐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케냐 쪽으로 국경을 넘으면 직전에 다녀온 투르카나 지역이다. 우연찮게 국경으로 나누어진 두 인접 커뮤니티를 연달아 찾아오게 됐다. 카라모자도 투르카나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이 목축을 중심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가축을 지키기 위해 마을이 요새처럼 구축되어 있다. 문 크기는 조금씩 달랐지만 생각보다 작았다. 대부분 기어서 들어가야 했다.

    제대 이후 제일 많이 기고 또 기었다

    방송에 적합한 사례를 찾기 위해 여러 마을을 직접 다녔는데, 카라모자는 도보로 가야 하는 길이 유독 많았다. 나름 산세도 있는 길을 하루에 3~4시간 걷기도 했다. 업무적인 스트레스와 체력적인 부담으로 조금 지칠 때도 있었지만, 걷기 좋아하는 내가 이런 값진 길을 직업으로 겪을 수 있다는 걸 상기하고 감사하고자 부단히 애썼다. 

    수풀을 헤치고 산을 오르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지금 생각하면 짧은 시간 말도 안 되게 많은 곳을 돌아봤다. 많은 아이들이 부족 간 가축을 차지하기 위한 일종의 전쟁인 캐틀 레이딩으로 부모를 잃고 가장이 되어 있었다. 모든 아이들은 아이답게 자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많은 권리는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상기된다.

    출장을 갔을 때 한국에서는 무려 7일짜리 역사적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는커녕 매일 이른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일하는 일정에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어떤 삶 앞에 너무도 부끄러운 오만함과 이기심이었다.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눈에 비춰 나를 돌아보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곤 한다. 이런 맑은 눈망울을 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와 모든 아이를 도울 수 없다는 무력감을 함께 느끼곤 하는 출장길...* 부디 나의 최선이 조금이라도 아이들의 삶에 보탬이 되길 바라고 또 바라본다.

    우간다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통상적으로 방송 필르밍은 우기를 피해서 진행된다. 하지만 이때는 우기가 아님에도 비가 많이 와 사례를 찾기도, 촬영을 진행하기도 어려움이 많았다. 맑던 하늘이 짧은 시간에 흐려지기도 하고, 이쪽은 맑은데 저쪽은 폭우가 쏟아지기도 한다. 때때로 마을을 잇는 길이 침수될 정도였다. 그 모습이 너무도 역동적이고 경이로웠지만 때로는 뭐 하나 종잡기 힘든 와중에 변화무쌍하던 하늘이 얄궂게 느껴졌다.

    길이 험한데 비까지 와서 그런지 유독 차들의 말썽이 많았다. 타이어 펑크, 플랫 타이어는 물론이고 험로를 거스르는 랜드크루저 브레이크에 돌이 끼는 불상사도 있었다. 그 힘 좋은 차가 딱 맞는 크기의 아주 작은 돌 때문에 멈추는 상황은 새삼 작은 진리를 깨닫게 했다. 차가 진흙탕에 빠지는 건 흔한 일이었다. 특히 셀럽과 제작진을 동반해 촬영하러 가던 길에 진창에 차가 빠졌을 땐 진땀을 뺐다. 다행히 이 모든 어려움을 많은 이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가려던 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한정된 시간, 최소한의 예산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피로가 누적되어 고독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 소소한 힘이 되어준 아프리카 출장의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 현지식, 출장 오면 유독 땡기는 탄산음료 그리고 언제나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는 현지 스태프들과 주민들. 

     

    아동 노동은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많은 곳에서 흔한 일상이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자기 몸체만 한 짐을 옮기고, 흙을 파고, 고되고 모진 것들을 견뎌낸다. 나는 그 앞에 얼마나 떳떳한 사람일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

    지역마다 아주 기본적인 의료 조치로 치료될 수 있는 질병들이 많은 이들의 삶을 지극히 괴롭히곤 한다. 이 지역에서는 모래벼룩이 그런 문제 중 하나였다. 한정된 인원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치료법이 다소 격했다. 생살을 날카로운 도구로 째고 모래벼룩을 빼낸 뒤 소독약을 발라준다. 현지 의료진을 도와 아이를 잡아주며 마취제 하나도 얼마나 큰 사치인가 깨달았다.

    늘 그렇듯 많은 변수를 헤치며, 시시각각 바뀌는 하늘을 마음에 담았다. 힘이 되는 무지개를 만나기도 했다.

    20여 일의 일정 동안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미소를 주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 덕에 그 미소를 마음에 담고 조금이나마 닮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보다 많이 웃길 바란다.

    행복하길 바라요...!

    고민과 동기부여를 함께 줬던 출장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도 기어코 버티게 한 것도 모두 사람이었다. 아직은 사람을 믿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세상이 비록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 모두가 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에족 카라모자! 알라카라 노이!

    P.S.

    올 때는 나도 국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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