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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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_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문화생활/전시 2023. 7. 4. 23:54
한국과 영국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 다녀왔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최초로 국내에 공개하는 전시로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카라바조, 고야 등 어마어마한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삼천 원을 내고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시대부터 인상주의까지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조망한다.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하는 기획이라고 한다. 자신만을 사랑한 나르키소스의 표정은 왠지 행복보단 공허에 가까워 보인다. 카라바조의 이름이 지명을 딴 일종의 '호'였다는 건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이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은 자연스레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봤던 '메두사의 머리'를 떠올리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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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뒷모습문화생활/음악 2023. 6. 19. 22:04
마지막 연애가 끝난지도 몇 년이 넘게 흘렀지만 왜인지 끊임없이 많은 이별을 겪고 있다. 내 청춘의 반쪽이었던 반려견, 오래된 친구들 그리고 머물 수 없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뒤로하고 살아간다. 가수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잦은 회자정리와 드문 거자필반 속에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 어떻게든 이미 떠나간 이들은 표정보다 뒷모습에 가까운 것 같다. 덧없게도 왠지 자꾸 떠오르는 뒷모습들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가수 정승환의 노래와 시인 이형철의 시를 생각했다. 머뭇머뭇 쿨몽둥이 타작이 필요한 마음이 참 못나게 느껴지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또 다시 걸어가야지.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이 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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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_한 점 하늘_김환기문화생활/전시 2023. 6. 18. 23:05
마리골드가 나오는 꿈을 꾼 날,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생각하며 어머니와 함께 호암미술관에 다녀왔다. 감기 기운을 내게 옮길까 안 가시려던 걸 좋아하실 거 같아 설득했다. 미술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성그룹 창업주인 故 호암 이병철 선생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 1천2백여 점을 바탕으로 1982년 개관한 한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서울랜드 근처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처럼 에버랜드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원래 고근대 미술 중심의 전시를 했었는데, 리노베이션 후 첫 전시로 김환기 회고전 가 열렸다. 이번 전시를 필두로 국내외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기획전과 특별전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김환기 화백은 추앙하는 예술가 중 한 분이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특이하게 입차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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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 - 형 (兄)문화생활/음악 2023. 6. 18. 17:15
세 살 터울의 동생이 얼마 전 가정을 이뤘다. 나보다 힘이 세진 건 한참 전이지만 새삼 같이 놀겠다고 따라다니던 꼬마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그 동네 길목 어디에 여전히 메인 못난 형과 다르게 먼저 가정을 이룬 아우가 참 멋지고 대견하다. 어린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십 대부터 십 년 넘게 집 밖에서 자라고, 성인이 돼서도 다사다난했던 그의 청춘을 보며 주제넘게 안쓰럽거나 속상할 때가 많았다. 아주 가끔은 잠시나마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순간조차 내가 나의 형제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우애를 깨닫는 계기일 뿐이었다. 때로 형이 있었으면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나 같은 형과 동생 같은 아우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언제나 동생이 있는 삶을 선택할 거다. 사실 동생은 슬프거나 외로울 때도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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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데이식스) -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문화생활/음악 2023. 6. 18. 13:07
오늘 한정 나는 대한민국에서 생일이 가장 먼 사람이다. 시절에 따라 의미는 자연스레 달라지겠지만 요즈음 생일에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고마운 이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채워줘 행복을 빚진다. 그렇게 6월 17일은 특별한 날이 된다. 이번에도 과분한 마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올해도 생일 축하 혹은 선물 품앗이를 이어오던 이들 중 많은 이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기에 흐르는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 축하가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큰 고민은 없는 시기지만 요즈음 두 가지 고민이 가슴을 좀먹었다. 먼저 일터에서 주어진 것과 바라는 것의 역할 갈등이 지속됐다. 능숙한 방어기제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타개해 보려 했지만 상황 자체가 변하지 않으니 드문드문 고심이 범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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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Jung Seung Hwan) - 에필로그 (Epilogue)문화생활/음악 2023. 6. 14. 23:50
시렸던 2022년을 포근하게 감쌌던 발라드 왕세손이 신보를 냈다. 무려 입대 전 마지막 싱글이고 타이틀곡 '에필로그'의 주제는 여름날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담았다고...* 그러고 보니 어느덧 또 다시 여름이 왔고, 또 한 번의 생일을 앞두고 있다. 세월은 점점 더 빨리 가는데 나는 여전히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리숙하다. 못난 가슴은 한결같은데 다들 좇기 어려울 정도로 어디론가 바삐 간다. 남겨진 나 또한 어딘가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봤지만 결국 나름의 노력 혹은 일종의 답보에 그치고 만다. 특히 사랑은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찾아오는 게 아닐까 고심하며, 막상 다가오는 은인들을 밀어낸 횟수만 늘어간다. 그래도 스스로 자책하거나 채근하기보단 그냥 지금에 성실하며 나의 시기를 기다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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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 인연문화생활/영화 2023. 5. 21. 22:28
우연히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 : 인연'을 봤다. 1999년에 시작된 디지몬 세계관 시리즈의 극장판이자 최종장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열심히 봤던 걸로 기억하는데 보면서 추억도 돋고 감회도 새로웠다. 작중에 얼마 전 다녀온 오다이바가 자주 나와 기분이 더 묘했다. 주인공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전하는 디지몬들은 왠지 사랑이 형과 별이처럼 보여 괜히 울컥하기도 했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와닿았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던 작품...*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 찌든 나에게 속 깊은 디지몬들이 해맑게 말을 거는 듯한 장면이 많았다. #1 "어른이 되면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없는 거야?" #2 "너희가 점점 어른이 돼 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게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