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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Y6(데이식스) - 마치 흘러가는 바람처럼
    문화생활/음악 2023. 6. 18. 13:07

    오늘 한정 나는 대한민국에서 생일이 가장 먼 사람이다. 시절에 따라 의미는 자연스레 달라지겠지만 요즈음 생일에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고마운 이들이 하루를 특별하게 채워줘 행복을 빚진다. 그렇게 6월 17일은 특별한 날이 된다. 이번에도 과분한 마음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올해도 생일 축하 혹은 선물 품앗이를 이어오던 이들 중 많은 이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기에 흐르는 세월에 풍화되지 않는 축하가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큰 고민은 없는 시기지만 요즈음 두 가지 고민이 가슴을 좀먹었다. 먼저 일터에서 주어진 것과 바라는 것의 역할 갈등이 지속됐다. 능숙한 방어기제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타개해 보려 했지만 상황 자체가 변하지 않으니 드문드문 고심이 범람한다. 그 가운데 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은 권태롭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더불어 유서 깊은 욕심이 방심을 틈타 약도 없는 티눈처럼 꽤나 자랐다. 이젠 진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는 무언가는 속절없이 시절을 초월하더라. 나름의 노력에도 바라지 않는 원점으로 끊임없이 회귀하는 듯해 한동안 세상이 억까하는 것처럼 억울했다. 하지만 결국 어린아이처럼 억지 부리고 있는 것 세상이 아닌 나였음을, 나에게 가장 잔인한 존재는 스스로였다는 걸 한 번 더 깨달았다.

     

    어딘가 잘못됐나 싶어 조금은 자존감이 떨어지던 중에 생일을 맞아 많은 이들이 전해준 안부로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다. 인지한 것보다 훨씬 큰 사랑을 주고받고 있었다. 크고 작은 마음을 확인하며 실명의 위기 속에서야 제대로 보이던 어떤 날처럼 이제 다시 똑똑하게 알겠다. 간절히 바라는 일들은 보통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빨강머리 앤에 나오는 말처럼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 아니겠는가. 생각지 못한 기쁨도 분명 찾아온다. 나 또한 마음 같지 않던 마음 덕분에 마르지 않고 넘치게 샘솟는 사랑을 배웠고, 갖은 고생을 비싸게 사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텅 빈 듯했던 나날조차 돌이켜 보면 청춘의 여러 페이지를 추억으로 채우던,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잡히지 않을 바람은 손가락 사이로 잠잠하게 흘려보내고 죽을 때까지 거듭 나아가야지.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그렇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주제넘게 나를 비롯한 모두의 행운을 빌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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