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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_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문화생활/전시 2022. 9. 25. 17:02

    주말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다녀왔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과 <한국의 채색화 특별전 «생의 찬미»> 두 가지 전시를 모두 보기 위해 갔는데 결과적으로 하나밖에 못 봤다. 사실 지난주에 생의 찬미를 보기 위해 왔다가 차량 정체로 관람을 포기했었기에 더 이른 시간에 왔는데도 아침부터 서울랜드, 서울대공원 캠핑장 등에 온 나들이객들로 차가 미어터졌다. 이번에도 교통 체증으로 입장 가능 시간보다 10분 정도 지각해 결국 미리 예약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은 보지 못하고 생의 찬미만 보고 왔다. 내 잘못이지만 괜히 억울했고 숙제를 하나 남긴 것 같아 찜찜했지만 결과적으로 관람 자체의 집중도는 오히려 좋았다...*

    '생의 찬미'는 한국 채색화를 주제로 19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민화와 궁중장식화부터 20세기 후반 이후 제작된 창작민화, 공예, 디자인, 서예, 회회 작품까지 볼 수 있는 꽤 큰 전시였다. 가본다고 생각만 하다 종료 전날에서야 간신히 봤다.

    처용을 모티브로 한 존 스톤 감독의 비디오 아트, <승화>가 처음을 반긴다.

    이어 장승을 떠올리게 하는 신상호 작가의 <Totem>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벽사(나쁜 기운을 물리침)'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개별적인 상들의 생명력이 느껴졌는데 특히 성파스님의 <수기맹호도>는 호랑이가 마치 살아있는 듯 묘했다.

    '정원에서: 십장생과 화조화'에서는 십장생도를 비롯해 길상을 중심으로 구현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승우 화백의 <십장생도>가 담은 이상향의 색감과 인상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진 여러 길상들이 보는 즐거움을 줬다.

    아카이브 부분에는 다양한 저서와 출판물 등이 있는데 한 귀퉁이에서 이우환 화백의 <관계향> 드로잉을 볼 수 있다.

    다른 작품과 연표까지 야무지게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전시관을 지나 중앙홀에 들어서면 김신일 작가의 <오색사이>와 이정교 작가의 ‹사·방·호›를 볼 수 있다. 앞뒤가 다른 호랑이를 구현한 사·방·호가 방향에 따라 같은 공간을 전혀 다르게 드러냈다.

    두 번째 전시관에선 문자도, 책가도, 기록화 및 산수화를 볼 수 있다. 문자도, 책가도와 기록화는 사실 조금 생소한 명칭이었는데 역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매번 현대미술관의 높은 전시 수준과 저렴한 가격에 매번 놀라고 감사한다.

    지금을 살아가는 작가들이 꼽은 단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구현한 여러 문자도가 다양한 목소리를 전했다.

    강요배 작가의 <생존>은 1980년대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소식을 들은 작가가 즉각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삼십 대였던 작가의 절망과 뜨거움을 느끼며 지금 삼십 대인 나는 과연 지금 제대로 생존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었다.

    친절한 현미(현대미술관) 씨의 가르침은 계속된다. 물론 모두 기억에 남진 않지만 괜히 박식해지는 느낌이랄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서가를 주제로 한 여러 그림은 책의 가치와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기록화는 세월을 초월해 어떤 시간에 대한 누군가의 기억을 살뜰히 전해줬다. 

    이전에 다른 전시에서 뵀던 임동식 작가의 <자연예술가와 화가>와 우평남 작가의 <자연예술가가 그린 풍경>은 서로 다른 인생이 그린 같은 풍경을아름답게 담아냈다. 어쩌면 삶은 아름다움보다 추함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개인조차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순서상 마지막으로 산수화를 보게 되는데 작품들의 규모가 각각 한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컸다.

    이종상 작가의 <근원형상 89-2>는 2021년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통해 수집된 것으로 작가의 개인전 이후 무려 33년 만에 공개됐다고 한다. 자연의 힘을 표현한 벽화가 마치 꿈틀대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웅장한 여러 작품이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시 주제를 한국 채색화로 한정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넘치게 알찼다. 생과 자연을 색으로 찬미한 여러 작품들을 보며 무채색에 가까웠던 나의 요즈음을 조금이나마 채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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