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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과천_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
    문화생활/전시 2022. 10. 2. 19:41

    한동안 고달팠던 업무를 한고비 넘기고 일상의 여유를 잠시나마 되찾은 주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금요일 휴가로 조금 일찍 연휴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어머니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다녀왔다. 잇단 관람 실패로 어쩌다 보니 보름 만에 세 번째로 이곳을 찾았다. 덕분에 가장 한가할 때, 여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었다. 상황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도 결국 무언가 이뤄진 순간이 가장 좋은 시기이지 않나 싶다. 

    일부러 제일 이른 시간인 10시 관람으로 사전에 예약해뒀는데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현장 예약은 생각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10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이번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모네와 피카소, 파리의 아름다운 순간들>에서는 이건희컬렉션 중 19세기부터 20세기 사이에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했던 거장들의 회화 7점과 파블로 피카소의 도자 90점을 볼 수 있다. 10시 정각에 바로 입장해 한적하게 전시를 즐겼다.

    회화는 일곱 점밖에 되지 않지만 하나하나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전시 주제에 맞춰 파리에서 함께 활동한 여러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도시의 현대화를 포착한 카미유 피사로와 그를 스승으로 삼아 화가의 꿈을 키운 고갱의 작품이 관객을 반긴다. 고갱이 그린 센강변의 크레인과 카미유 피사로가 그린 퐁투아즈 곡물 시장이 화폭에 옮긴 인상이 여전히 왠지 모를 공감대를 자아냈다.

    이어 인상주의 미술가들 중에서도 유독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의 작품이 기다린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서울관의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에서 봤던 작품인데 과천에서 재회했다. 어머니와 얼마 전 모네에 대한 미디어 아트를 보고 온 뒤, 원화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집 근처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 더 반갑고 감사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노란 모자에 빨간 치마를 입은 앙드레(독서)>는 화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한다. 무채색 세상에 잠식되지 않고 자기만의 시선으로 지켜간 색감이 해사하다.

    피카소, 미로, 달리는 스페인 출신이지만 파리에서 관계성이 생겨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인연이라는 건 참 신기하고 묘하다.

    많은 거장들은 다양한 소재와 매개를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립해 나간다. 피카소 또한 도자 위에 황소와 투우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신화 속 켄타우로스는 캥거루처럼 아기를 넣는 주머니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살바도르 달리는 육아낭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켄타우로스 가족을 초현실적으로 그려 냈다.

    호안 미로의 <회화>는 더 단순화된 형태들이 큰 구성을 이룬다. 뭔가 천진한 듯 오묘한 작품이었는데, 어머니는 이 작품을 제일 좋아하셨다.

    피카소가 초상화와 새를 주제로 한 도자는 주제만큼 다양한 형태를 자랑한다.

    혼란했던 당대 국제 정세로 만남은 늦었지만 삶의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고자 애썼던 피카소와 샤갈의 작품이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샤갈의 <결혼 꽃다발>은 작년에 어머니와 함께 샤갈 특별전을 다녀와서인지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왠지 샤갈과 벨라로 보이는 한 쌍과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캔버스가 화가의 행복했던 시기를 엿보게 했다. 점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동시에 결혼이라는 제도와 가정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과 다짐을 이어가던 나에게 그림이 온기를 줬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이기도 하지만 작품 자체로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염소 머리, 새, 춤추는 사람들 등 여러 주제를 담은 피카소의 도자를 보며 거장의 거대한 세계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전시 자체가 크진 않아 금방 보려면 30분도 안 걸릴 것 같다. 그 정도로 빠르게 보진 않았지만 아쉬움에 한 바퀴 더 둘러보고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을 거의 다 관람하며 정말 많이 누리고 있다. 생각지도 않게 고 이건희 회장의 덕을 여러 번 봤다. 

    작은 기념품을 몇 개 사고 짧은 관람을 마쳤다. 파리의 거장들이 화폭과 도자에 담은 예술적 숨결은 시공을 초월한다. 평일 아침, 집 근처 미술관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원작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값진 시간을 포갰다. 이전에 함께 다녀온 전시에 대한 추억, 새롭게 접하는 도자와 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또 다른 아름다운 순간을 삶에 아로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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