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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_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문화생활/전시 2022. 7. 18. 22:16

    산포(?) 인근에서 상경한 김에 국립중앙박물관까지 다녀왔다. 

    주목적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이었지만 궁금했던 '사유의 방'도 못지않게 기대됐다. 작년에 왔을 땐 공사 중이라 미처 못 봤는데 주변에서 호평이 왕왕 들려왔다.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공간은 입구부터 뛰어난 심미성과 묵직한 메시지를 자아냈다.

    마침내 마주한 두 불상은 번뇌와 해탈이 모두 엿보이는 듯 참 오묘하게 아름다웠다. 어쩌면 삶도 그런 게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만큼 아름다운...* 고생 속에 편안의 경지에 이른 듯한 찰나를 포착한 작품이 영겁의 시간을 가늠하게 했다.

    이어 찾은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여유롭게 보고 싶어 토요일 마지막 시간인 8시로 예약했는데 7시 55분쯤 입장할 수 있었다. 작년에 MMCA, 국립중앙박물관, 이중섭미술관의 여러 이건희 특별전에 기웃거린 덕에 반가운 작품이 많았다. 물론 새로 보는 작품도 많았다.

    이번 전시는 이름처럼  한 수집가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기획이었다. 총 2개의 실로 구성되어있는데 먼저 만날 수 있는 1실의 주제는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이다. 들어서자마자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석인상이 반긴다.

    임옥상 화백의 <김씨연대기 Ⅱ>는 왠지 흙과 뿌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장욱진 선생님의 <가족>과 권진규 작가의 <모자상>은 자연스레 나의 가족과 겨레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뛰어난 작품뿐 아니라 전시 공간도 그에 걸맞게 하나의 작품에 이르려는 듯한 고민과 노력이 곳곳에 느껴졌다. 이전에 경험한 이건희 특별전과 우열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같은 작품이어도 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담고자 하신 것 같아 더 좋았다.

    정약용 선생님, 박수근 선생님, 이중섭 선생님, 김환기 선생님 등 수많은 스승들을 한곳에서 만나 뵐 수 있어 감개가 무량했다.

    이번 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이었다. 1실에서 2실로 이동하는 공간에 사실상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더 눈에 띄었다.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화가라 한국에서 이렇게 귀한 작품을 가깝게 볼 수 있어 감사했다. 빛의 사냥꾼이 말년에 심안으로 펼쳐낸 빛나는 그의 정원이 여전히 눈부셨다.

    몇몇 작품을 손으로 즐길 수 있는 '촉각 체험 코너'도 준비되어 있었다. 여러 감각으로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접근권의 차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세심한 공간이 더 반가웠다. 부디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예술의 풍요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어느덧 2실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에 들어섰다.

    처음 봤을 때 투영된 이중섭 화백의 혼이 느껴져 감동을 주었던 <황소>를 다시 마주했다. 괜히 반갑고 아직도 벅차다.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여러 모습을 담은 여러 그림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이번 전시는 기간에 따라 인왕제색도, 추성부도, 불국설경, 화접도 등 몇몇 작품이 교체된다. 나는 인왕제색도와 추성부도는 이전에 봤기에 <불국설경>을 볼 수 있는 기간에 맞추어 찾았다. 7년 만에 눈이 내린 불국사의 설경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 정말 그야말로 고즈넉해 취향을 저격했다. 

    오지호 화백의 <화물선>을 비롯해 유영국 화백의 <무제>, 천경자 화백의 <만선> 등 그냥 너무 좋은 작품들이 범람했다. 지난겨울 친구들과 제주도에서 함께 봤던 이중섭 화백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서울에서 보니 기분이 묘하다.

    이 외에도 소재에 따라, 주제에 따라 여러 관점으로 소개한 많은 작품을 만났다.

    최종태 작가의 <생각하는 여인>은 사유의 방에서 마주한 반가사유상을 떠올리게 했다. 해탈보단 고뇌에 가까운 표정이 좀 더 인간적이었다.

    이곳에서도 역시 이건희 회장의 불심과 취향을 느낄 수 있었다.

    단 하나도 같지 않은 수많은 작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결국 그 모든 건 삶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거의 출구에 위치한 백남준 작가의 <브람스>까지 보고 나니 어느새 오늘 전시 종료 10분 전이다. 직감적으로 빠르게 역행했다.

    조금이라도 한가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일부러 마지막 시간대로 예매했는데, 역시나 마감 십여 분을 남겼을 때는 꽤나 한적했다.

    불국설경을 처음 볼 땐 사람이 꽤 많아 큰 그림을 한눈에 볼 수 없었다. 아무도 없을 때 멀찍이서 보니 정말 불국사의 원경이 절경으로 느껴져 신기했다.

    거꾸로 돌아가게 한 가장 큰 목적이었던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에 도착했을 땐 한 분이 먼저 와 계셨고 다른 분이 내 뒤에 에 오셨다. 소수로 작가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느낌이라 특별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셋이 나란히 서서 천천히 작품을 감상했다. 덕분에 모네의 연못가를 함께 거니는 듯한 감동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느꼈다).

    이번 전시도 큰 감명과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많이 공을 들인 게 느껴져 더 감사하게 누렸던 것 같다. 이런 초대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사유의 방부터 어느 수집가의 초대까지 이어진 인간적인 고뇌와 예술로의 승화를 간직하며 나도 언젠가 티끌만큼이라도 그 거대한 흐름에 일조하고 싶다는 건방진 마음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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