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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이탈리아 기행_2일차(1)_베네치아(베니스)_산타루치아역·리알토다리·산마르코광장·산마르코대성당·두칼레궁전·탄식의다리
    기행/해외(유럽) 2018. 4. 16. 00:44

    로마 숙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에어컨도 있었고, 무엇보다 같이 묵은 사람들이 나쁘지 않았다. 역시 어딜 가나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인 듯...* 새벽 5시쯤 깨서 좀 버티다 조식을 먹었다. 설탕 맛이 강한 크루아상과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하고, 씻고 나오니 어느새 동이 완전히 텄다.
    이른 아침 다시 찾은 테르미니역은 어제와 다른 모습이었다. 드문드문 이르게 출근하는 이들이 보일 뿐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항공편이 로마 in - 로마 out이라 베네치아 - 피렌체 - 아시시 - 로마 정도로 대략적인 일정을 잡았다. 그래서 바로 트랜이탈리아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로 향했다. 이탈리아 내에 철도회사론 크게 트랜이탈리아(국영)와 이딸로(민영)가 있다. 둘 다 미리 알아보면 할인율이 꽤나 높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출국이 임박해서 구매했기에 거의 정가로 갔다...* 7시 15분 차였는데 6시 50분 즈음 플랫폼에 도착했다. 여유롭게 구경하다 7:05 되도록 기차가 안 와 쎄한 느낌적인 느낌에 역무원에게 여쭈어보니 다른 플랫폼으로 가란다. 분명 행선지, 기차번호, 플랫폼 번호를 확인하고 왔는데...* 무튼 캐리어 바퀴가 나갈 정도로 미친 듯이 뛰어 간신히 탑승했다. 그 와중에 배낭 속 물이 다 새서 아침부터 진을 제대로 뺐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짧게나마 기차여행의 운치를 누리다 11시 조금 넘어 베네치아에 도착! 산타루치아 역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수로에 여기가 베네치아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와... 정말 유럽이구나!

    숙소 오스텔로 도무스 시비카에 짐을 풀고 근처 '코나드' 슈퍼마켓에서 피자빵과 복숭아 요구르트로 요기했다. 코나드는 이탈리아의 중소 슈퍼마켓들의 협동조합이라고 한다. 여행 중간중간 매우 요긴했던 곳!

    그러고 리알토 다리로 향했다. 16세기 말 건설되어 1854년까지 대운하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베네치아 최초의 석조 다리이자 명소로서 지금도 사람이 어마 무시하게 많았다.

    사람이 정말 많은 다리와 다르게 수로는 한적했다. 그야말로 '블루오션'..*

    그리고 조금 헤매서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먼저 그 화려함에 감탄했다. 왜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응접실'이라 칭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산 마르코 광장,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가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는데 진짜 멋졌다. 무엇보다 우글우글한 사람이 그 이름에 화룡점정을 찍는 듯했다.

    종탑과 사자상이 옛 베네치아 공화국의 기상처럼 우뚝 솟아있었다.

    산 마르코 대성당은 이름 그대로 성 마르코(a.k.a. 마가 in 한국) 유골의 납골당으로 세워진 곳이다. 이집트에서 유골을 가져온 뒤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호성인으로 삼았단다.

    바닷가를 앞에 두고 좌측에 두칼레 궁전의 모습도 보인다. 이전에 베네치아 공화국 총독의 관저였기에 Doge's Palace라고도 불린단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나는 따로 입장하진 않았다.

    두칼레 궁전 바로 옆에는 궁전과 옛 감옥을 잇는 '탄식의 다리'가 있다. 좌측의 재판소에서 판결을 받고 다리를 건너던 죄수들이 탄식하던 것에서 이런 이름이 생겼단다. 그 탄식 덕에 쌓인 명성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조금은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나도 같이 감탄하며 사진 찍은 건 안비밀...*

    광장 맞은편엔 산 조르지오 마조레교회가 보인다. 바다, 배와 어우러져 참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광장을 둘러보다 젤라또집이 있길래 들어갔다. 이번 여행의 첫 젤라또!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인 젤라또는 흔히 우리가 먹는 일반적인 아이스크림에 비해 노른자와 크림의 양이 적어 지방함량이 적다고 한다. 또한 제조과정의 차이로 물과 공기 함량도 더 적은 편이라 밀도가 더 높고 쫀득하다고 한다. 아무튼 내가 갔던 가게에선 2.5유로에 두 개 맛을 고를 수 있어 레몬과 에스프레소 맛을 시켰다. 레몬맛이 기가 막히게 상큼했다. 더 기가 막힌 건 받자마자 바로 줄줄 녹았음...*

    걷기덕후는 베네치아에서도 그 행보를 이어갔다. 진짜 계속 걸었는데 사람 구경, 거리 구경하느라 더운 줄도 몰랐다. 아니, 조금은 알았다. 거의 몰랐다...*

    걸어걸어 다시 광장으로 돌아왔다. 조금 거리를 둔 산 마르코 대성당의 모습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문득 종교적인 함의보다는 세속적인 권력의 함의가 느껴졌다.

    산 마르코 광장에는 1720년 개업하여 현재 이탈리아 내에서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카페인 '카페 플로리안'도 위치해있다. 덕분일까? 카페가 있는 '프로쿠라티에 누오베'의 아치마저 아름답게 느껴졌다.
    광장 앞 바닷가에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이룬 '조국의 아버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동상과 베네치아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 동상이 나란히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힘을 나타내는 사자상이 이탈리아 통일을 이룩한 왕과 함께 있다는 게 조금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단의 고저를 통해 권력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해석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나의 이탈리아 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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