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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실대학교 7+1 장기해외봉사 14주차(태풍과 삶)
    봉사 이야기/해외봉사(7+1) 2013. 11. 11. 11:26

    이번 주는 상큼하게 Thanks giving day 행사로 한 주를 시작했다.

    사실 11월 셋째 주 일요일이 Thanks giving day인데..

    목사님의 일정에 맞춰 교회마다 일정이 약간씩 조정됐다고 한다...!

    이번 주는 후놉에서 행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현지인 예배를 센터 안에 있는 후놉교회에서 드렸다.



    설교를 하고 계신 목사님과 통역 중인 인애~!!



    ㅋㅋㅋㅋK1의 단짝 친구 로이지와 클라이드도 만날 수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ㅋㅋ



    Thanks giving day 행사를 맞이하여 몇 분이 앞에 나와 감사했던 일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듀셀리 아저씨가 나와서 말씀하셨는데 비사야로 말씀하셔서 알아들을 수 없었음에도

    괜히 뭉클했다.

    사실 이전 주에 다들 너무 힘들어하니까..

    나도 너무 힘들고.. 나름 아등바등 노력해봐도 분위기 반전이 쉽지가 않아서..

    지치고 괜히 바닥을 헤매는 기분이었는데..

    이날 아침에 마지막 팀원을 끝으로 모든 팀원과 개별적으로 얘기를 해보고..

    교회에서 클라이드와 로이지 등 아이들을 보고..

    듀셀리 아저씨의 얘기 속에 담긴 감사함을 느끼니..

    문득 바닥에 발을 디딘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더 감사하며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로 다짐했다.

    이때부터 또 거짓말처럼 기운이 막 샘솟더라...*



    예배를 마치곤 Thanks giving day 행사인만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사진 속의 인물들은 로이존과 로이지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맏이 로이말은 어디갔지~

    참 착하고 잘 자라고 있는 삼형제...!



    오후엔 사모님과 Thanks giving day 행사를 맞이하여 교인들에게 쌀을 나눠줬다.

    그때 들른 로이말네 집!!

    항상 지나쳤지만 직접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집에서 혼자 빵 먹다 당황한 막내 로이지 ㅋㅋㅋㅋ



    하지만 역시 뭘 아는 녀석이다...

    갑자기 아동 의류 카탈로그 모델에 빙의하여 이렇게 포즈를...*



    이렇게 방 한 칸에서 삼 형제와 타타 형님 내외..

    5명이 산다니 내 기준으론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외람된 생각임을 잘 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우리는 그 방식들을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또 도울 수 있는 것들은 서로 도와야 한다.

    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이니까...*

    무튼 벽면에 앙증맞게 붙어있는 가족사진들과 머리숱이 적은 타타 형님의 모자..

    아이들의 학생증과 가방 등이 참 따뜻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한 주..

    정말 오랜만에 한 주 간의 정규수업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아이들은 괜히 더 반갑고 더 예뻤다...!!



    장난꾸러기 크리슬린 ㅋㅋㅋㅋ

    표정보소~ㅋㅋㅋㅋ



    반면에 조용한 성격의 자스민~

    크리슬린이 저렇게 장난을 쳐도 그저 웃을 뿐 이내 자기가 해야 할 것을 척척!!!



    그리고 귀여운 4차원 라이잘 ㅋㅋㅋㅋ

    라이잘의 ㅈ이 J가 아니라 Z라고 말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오랜만의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미용실이 열렸다.

    은경이가 예솔이의 얼굴을 가까이서 접하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가까이서 보니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간다...*



    나도 한 번 도전(?)해 보았다.

    봉사 오기 전에 정말 짧게 깎고 왔었는데..

    어느새 3달 넘게 자란 머리가 덥수룩하다~



    나는 뒷머리만 살짝 다듬었는데 정말 잘 깎아주었다.

    은경이가 개인 사정으로 이번 주에 다른 곳으로 가게 되어..

    블로그로나마 다시 고마움을 전한다. 잘 깎아주어 고마워...*

    (예솔이도 아마 잘...*)



    그리고 이어진 오후 수업..

    간만에 보는 정말 반가운 얼굴들...

    대장군 레아...*

    뭔가 사랑 많이 받고 자란 막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기백과 자신감이 있는 친구...



    그리고 외아들인 클라이드...

    녀석은 은근 낯가림이나 수줍음이 많다.

    군대에서 분대장을 1년 동안 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100%는 아니지만 사람 성격이 참 가족 관계나 여러 환경에 의해 많이 정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선 예정되어 있는 우리의 송별 행사를 위해 '당신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가르쳤다.

    먼저 Grade 2를 가르쳤는데.. 처음엔 '이게 뭐여?' 하던 아이들도 나중엔 곧잘 따라해서

    참 고마웠다.



    이어진 Grade1 수업...

    아이들은 나름 잘 따라주었지만..

    아직 영어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 그런지 서로 참 힘든 시간이었다...*

    선생님이 미안해...*

    그래도 최선을 다해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Take care~~

    이렇게 조심히 가~하고 인사하면 이젠 Bye bye teacher Suyoung~

    이런 식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며 아이들이 인사할 때가 많다.

    정말 사소한 순간일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정말 뭉클하면서 참 기적 같은 시간이구나 하고 새삼 느낄 때가 많다.

    김춘수 시인이 꽃에서 말했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구절을 삶에서 느낄 수 있게, 간직할 수 있게 해준 아이들..

    선생님이 정말로 고맙다...*



    그날 저녁엔 비가 정말 많이 왔다.

    그 이유는 바로 태풍 하이옌..

    지금이야 필리핀에 정말 엄청난 피해를 남겼지만..

    저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슈퍼태풍이 아니라 그냥 태풍이 필리핀으로 오고 있다고 전해졌다.

    한 해에 태풍이 20여 개가 온다는 나라 필리핀..

    특히 올해는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태풍이 많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94년에 36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그 이후 20년 동안 태풍 발생이 30개를 넘은 해가 없었다는데...*



    다음 날은 거짓말처럼...

    또 태풍으로 인해 휴교령이 내려졌다.

    똘똘이의 당황한 모습...

    우리도 정말 당황스러웠다.

    남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휴교령이라니...*



    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구름만 잔뜩 끼어있고 비바람은 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태풍이 속도를 늦추고 바다 위에서 그 세력을 훨씬 크고 강하게 만드는 시기가

    이때였다고 한다.



    무튼 그땐 태풍이 남모르게 한창 성장 중일 때라 우리는 한가로이..

    세진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인애 생일 때와 마찬가지로 목사님과 사모님의 배려로 이렇게 공식적인 생일파티를 먼저 했다.



    그리고 원래 수업이 있던 일과 시간엔 카티지 만들기를 도왔다.

    이렇게 뼈대만 완성되어 있고 지붕을 올려야 했다.



    이것이 바로 지붕의 재료들.

    말린 잎들이 나무 뼈대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로 가공되어 있었다...*



    근데 우리가 뭘 알겠는가...*

    이렇게 현지 아저씨, 형님들께서 친히 그 기술을 전수해 주셨다.

    나는 듀셀리 아저씨와 1:1 멘토, 멘티가 되어 카티지 지붕 만들기를 배울 수 있었다...*



    뭐 이렇게 나누는 것도 조금 웃기긴 하지만 ㅋㅋ

    솔직히 정말 오랜만에 하는 노력봉사라 정말 재밌었다.

    교육봉사도 물론 정말 보람이 있고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땀 흘리며 함께 할 수 있는 노력봉사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정말 진지하게 임했다.

    내 몸속엔 건설인의 피가 흐르니까...*

    라오스에서도 박토목이라 불리지 않았던가...*

    보고 계세요 아버지?!?



    정말... 무아지경이었다.

    사실 저 날도 조금 어떤 일이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이렇게 노력봉사를 하고 있자니 그 일도, 심지어 우리를 휴교하게 한 태풍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똘똘이도 이렇게 응원(?)을 하며 우리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그렇게 정말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한나절만에 지붕을 다 엮은 우리..

    저 높은 곳은 우리가 하기엔 조금 무리여서..

    저렇게 형님, 아저씨들이 1시간 정도 더 마무리를 해주셨다.

    나는 운좋게 특별히 차출되어 조금씩 도우며 이렇게 마무리를 함께 지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그들은 홀연히 떠났다고 한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가 문득 떠오르는 장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렇게 카티지 만들기와 함께 훌쩍 간 하루...

    오랜만에 했던 노력봉사가 다소 고되기도 했지만 다 완성된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했다.

    사실 도움보다 짐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했는데...

    도움 됐을 거야..아마...*



    그리고 그날 밤...*

    우리는 세진이의 생일을 맞이하여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쪽지들을 따라가다 보면 선물과 함께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시나리오였다.

    (학교 구석구석 무서운 장소들도 지나는...*)

    라디오 작가를 꿈꾸기도 했던 막내 예솔이가 야심 차게 기획했고 함께 준비했건만...*



    회의를 다 마치고 9시 넘어 이렇게 문자를 보내니..

    오는 답신...*

    눈치 빠른 세진이+어수룩한 우리의 준비 덕에 이렇게 약간 맥이 빠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착한 세진이가 성실히 미션을 다 수행해줬다..

    겁도 많은 녀석이 무서운 우물가, 텅 빈 교무실 이런 데서 쪽지를 좇고 좇아 결국 성공했다!!! 


    우리가 숨어있던 곳에 들어오는 동시에 무용담을 늘어놓는 오늘의 주인공...*



    우리는 그를 위해 위기의 순간마다 그를 도와줄 이어폰을 준비했고..

    센터 동생들이 센스 있게 다른 선물도 준비해 주었는데..

    포장지가... 보호색인 줄 알았네...*



    정말 다사다난한 우리 고구마 팀의 단란한 시간!!!

    으이그 녀석들~~

    이어폰을 낀 세진이의 표정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나는 솔직히 은근 여기서 생일을 맞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한국 가면 생일날도 괜히 바빠 정신없이 흘러가는 게 보통인데...

    무튼 이렇게 생일을 챙겨줄 수 있는 여건도 참 감사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어느새 수요일...!

    완성된 카티지의 빼어난 자태...*



    우리에게 항상 맛있는 밥을 해주시는 윌리와 조셀네 어머니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정말 좋다고 얘기해줘 또 괜히 뿌듯했다.

    사실 우리가 한 건 저 지붕 올리는 데 조금 도운 게 다인데...*



    수요일 첫 수업은 쉽지 않은 Nursery였다.

    요즘 부쩍 체육시간에도 일어나서 수업을 듣는 가브리아나!!

    하지만 격렬한 줄넘기는 별로 구미가 안 당기는지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분명 내가 준비한 줄넘기 수업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한 30분 수업 잘 따라오더니 그 이후로 재난 영화를 찍는 니나와 라일 ㅋㅋㅋㅋ

    에고 그래도 재밌게 수업을 들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조금 남는 시간에 새로 발견한 공을 이용해 놀이를 하니

    드디어 함께 하기 시작한 가브리아나!!!

    가브리아나가 체육수업에 참여하는데 걸린 시간만 몇 개월이므로..

    정말 매주 감격스럽다...*



    요즘 몇몇 활동에서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가브리아나이다.

    아이들의 낯가림이라고 해야 하나? 그 정도를 가늠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그렇게 유치원 수업을 잘 마치고..

    오후 초등학교 수업에 들어가려고 수업 준비도 다하고 노트북이니 책이니 바리바리 싸서 가는데...!?!

    바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직 집에 갈 시간이 아닌데 집에 갈 채비를 하는 아이들..



    알고 보니 태풍이 기존 예보보다 훨씬 더 강해지고

    또 내가 있는 네그로스섬을 비롯한 비사야 지방을 관통할 거라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바로 남은 수업은 취소되고 학부모들께서 오시는 대로 아이들을 바로 보냈다. 



    심각한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집에 빨리 간다니까 이렇게 좋단다..ㅋㅋㅋㅋ

    으이그 프란시스랑 레아 표정 봐라~



    정말 급작스럽게 결정됐기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은 바로 오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은 아이들에겐 이렇게 노래와 춤을 가르쳐 주거나..



    영상을 보여주며 우리도 함께 기다려 주었다.

    미키 마우스 등 디즈니 영상을 보여줬다..

    나도 일요일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디즈니 만화동산 보려고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리고 태풍으로 인한 단축수업.. 그리고 기다리는 아이들..

    문득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 '늑대아이'의 한 장면도 오버랩되더라...*



    그리고 유치원생을 귀여워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들...*

    5학년 자쓰니엘이 유치원에 다니는 레아에게 몇 학년이야, 몇 살이야 이런 걸 물으며

    정말 한참 얘기를 하더라 ㅋㅋㅋㅋ



    정말 한참...*



    함께 떠나는 아테나, 레아 자매...

    모르긴 몰라도 부모님이 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름으로 아이들 이름을 지으신 거 같다.

    저녁 즈음 이렇게 아이들이 다 무사히 돌아갔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겸허한 마음으로 대비할 것은 대비한 채 태풍을 기다리는 것.



    그런 나를 기다려주는 똘똘이...

    아이고.. 어찌 내가 널 예뻐하지 않을 수 있으리..



    태풍 하이옌은 이맘때쯤부터 필리핀 언론, 미국 언론 등에서 슈퍼태풍으로 발전했다고 기사를 쏟아내어..

    괜히 혼자 기사나 정보를 계속 찾아보던 나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솔직히 카티지 사진 찍을 때도 이게 마지막 모습이면 어떡하지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30호 태풍 하이옌...

    예상 진로에 저렇게 우리 네그로스 섬을 비롯한 비사야 지방을 관통한다고 되어있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슈퍼태풍이다.. 조심해야 한다.. 했지만

    태풍의 전진 속도가 계속 늦어지고..

    또 우리 섬에는 심지어 태풍이 오는 와중에도 비가 왔다 안 왔다 하여 나는 약간 양치기 소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연재해보다 무서운 것이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고 생각하기에..

    아니면 아닌 거지만 최소한의 경각심은 유지시키려 애썼다...*



    태풍과 함께 등장한 우의 부대(?)...*



    목요일엔 간접적 영향권에만 들어서 이렇게 거의 하루 종일 폭우만 내렸다.



    정전이 되었다 안 되었다 했지만..

    하루 종일 밖에 나가지 못하고 무료해진 우리는 이렇게 사무실에서 같이 영화도 보았다.



    실내에서 우의를 착용하는 사람도 보았다.



    다음 날인 금요일은.. 태풍이 직접적으로 우리 지역을 지나갔다.

    우리 섬은 레이테에 비하면 피해가 거의 없지만..

    같은 필리핀 중부 비사야 지방에 있는 섬이기에 하루 종일 바람과 폭우가 계속됐다.



    이 날은 거의 한나절 동안 정전이 계속되었다.

    지연이가 한국에서 가져온 귀한 몽쉘을 구호물품으로 준 날이기도 했다.

    군대에서 전입하고 처음으로 전입한 뒤 선임이 주었던 몽쉘 다음으로 맛있었다...*



    나중엔 더 거세진 비바람으로 밖으로 나가기도 좀 위험하고

    또 어두운 하늘에 정전으로 책을 읽기에도 힘들어 오후는 계속 잠을 청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세진이의 모습처럼 맘 졸이며 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섬은 상대적으로 거의 피해가 없이 태풍이 지나갔다.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던 보홀 지진(세부 지진)도 얼마 전이고..

    세부와 보홀은 사실상 네그로스의 바로 이웃 섬들인데..

    이번에 섬 하나에서만 만 여명의 사망자가 예상되는 레이테섬도 우리 섬의 옆옆섬이라..

    참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다.

    내가 머무는 두마게테와 네그로스 섬은 피해가 적지만...

    요즘 여러모로 많이 아픈 필리핀 열도, 특히 비사야 지방이다...

    아무튼 태풍이 지나가고 또 삶은 계속됐고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약간 어수선하긴 했지만 내가 맡은 토요일의 한국어 수업도 계속했다.

    태풍의 여파와 다른 업무로 이번 주는 2명만 왔다...*

    성인을 위한 한국어 수업을 준비한 이래로 가장 적은 수였지만

    최선을 다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주는 저번 주에 했던 것들을 용례를 이용하여 복습하고

    '-에' 구문을 이용하여 시제를 표현하는 법과 '-하고 (같이)' 구문을 이용하여 With를 한국어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꾸준히 수업에 나온 윌리와 조셀은 이제 한국어를 정말 잘 읽고 잘 쓴다.

    문장도 이제 조사를 이용하여 나름 척척 만드는 때가 많은데 진짜 경이롭다...

    나는 현지어를 저 정도로 하지 못하는데.. 참 대단하고 고맙다.



    태풍에 날아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태풍 바로 다음 날에도 천진난만한 모습을 뽐내는 우리 똘똘이...



    사실 이번 주에는 태풍이 오기 직전에 목사님의 가장 친한 친구분이 오셨다.

    감사히도 태풍이 지나가고 토요일 오후에 우리에게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 주셨다.



    그것도 두마게테에서 가장 비싸다는 와이낫 레스토랑에서...*



    내부는 깔끔했다.

    듣자 하니 밤에는 이 식당이 두마게테에서 가장 유명한 디스코장이 된다고 한다.



    음식도 참 맛있었다.



    태풍의 여파로 중간에 정전이 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긴 하지만 두마게테에도 태풍이 지나가긴 해서..

    이렇게 시 전체 정전이 며칠간 잦게 일어났었다.

    볼리바드가 이렇게 깜깜한 건 처음 봤다.



    집으로 돌아오니..

    내가 형으로 모시고 있는 죠이 전도사님과 몇몇 분이 교회에서 노래 연습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계셨다.

    역시 정전으로 연습을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



    정전이 풀리길 기다리며...

    나는 클라이드와 똘똘이가 노는 것을 보며 놀았다...*



    전기는 그로부터 한 시간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클라이드와 똘똘이는 서로 코드가 맞는지 전기가 돌아오고도 한참을 더 놀았다.

    이렇게 또 태풍처럼 지나간 한주..


    필리핀에서 있었던 짧다면 짧은 14주간의 시간 동안 지진, 태풍을 비롯하여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다.

    다행히 지진과 태풍이 우리 섬은 간발의 차로 비켜갔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 한켠이 더 무겁기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남은 분들도 힘내시길.. 필리핀도 힘내길 기원한다..

    그리고 14주 동안 함께 정말 많은 위기들을 잘 헤쳐온 팀원들도 힘내길 응원한다..!!!

    이런 자연재해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적어진 건 정말 아쉽지만..

    아이들이 큰 사고 없이 그동안 지내준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참 우리 팀은 여러모로 신기한 팀이다.

    때로는 우리의 의지와는 별개로 신경써야 할 요인들도 많고..

    일단 우리 5명이 참 많이 다르다.

    하지만 015B 노래 가사처럼 '서로 너무 달랐었지만 그래서 좋았는지 몰라...*'

    개인적으론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때로는 주어진 상황이나 관계가 너무 버겁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말도 잘 안하는데 블로그에 적는 것도 좀 웃기지만

    팀장으로서 책임감이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불필요한 중압감을 내려놓는다고 내려놓았는데 그럴 때 더 무거운 것들이 지어질 때도 있었고..

    내가 미처 내려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을 때도 있었다.

    그런 것들도 지나고 나니 이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고민과 시간 속에 조금은 더 내려놓을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려놓는 것과 아예 놓는 것은 다르다.

    진심으로 필리핀에서의 시간에 '끝까지' 충실하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야지.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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