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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실대학교 7+1 장기해외봉사 11주차(지진과 삶)
    봉사 이야기/해외봉사(7+1) 2013. 10. 20. 23:08

    이번 주는 요즘 가던 까다위노난 교회에 가지 않고..
    오랜만에 탐보항인교회로 향했다.
    탐보항인교회는 사실 우리가 처음으로 갔던 학교 밖에 있는 현지인 교회이기도 하다.
    약간 거리가 멀지만 가는 길이 정말 아름다운 탐보항인교회...!

    오랜만에 와서 감회가 새로웠다.
    도착해서 예배를 같이 드리고...

    오는 길에 사모님의 배려로 옛 대통령 별장이었다는 해안가에 들렀다 왔다.
    문득 올해 여름 숭실대 중앙도서관의 독서여행을 통해 다녀왔던 청남대가 떠올랐다.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필리핀은 정말 비슷한 점들이 곳곳에 많다.

    아름답던 바닷가...!
    뒤에 보이는 저 섬이 세부라고 한다.
    현지인들은 시부라고 발음하는...*

    그리고 오후에 있던 한인예배..
    인애가 일이 있어 예솔이가 반주를 맡았다.
    틈날 때마다 연습을 꾸준히 하더니 별 큰일없이 잘 마쳤다.
    (그 정도면 진심으로 잘했다...*)

    다시 시작된 한주...!
    이번 주는 공휴일이 이틀이나 껴있고..
    나머지 이틀은 시험기간이어서..
    월요일 하루만 정규수업으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잘 울고 잘 우는 지드니 ㅋㅋㅋㅋ
    가능하면 이렇게 웃길...!

    오전에 마주친 클라이드.
    강아지를 보며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후에 다시 마주친 클라이드.
    고래에 모자이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후 유치원에서 난 지연이의 미술수업 보조교사였다...*)

    머리를 깔끔하게 깎고 온 동공미남 프란시스

    풀을 이용했던 수업이라 이렇게 같이 손을 닦고...

    다시 교실로 왔는데..따따 아저씨네 막내 아들 로이지 손이 한눈에 보기에도 날카로운 것에 베어
    꽤나 크게 움푹 파여있었다.
    그래서 현지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집에서 다쳤다고..
    그러고 아무런 조치도 없으시기에..
    뭐 문화차이에 따라 충분히 같은 상처도 다르게 보일 수 있고 조치도 다를테지만..
    그냥 내 맘에 걸려 대일밴드를 가져다 붙여줬다. 

    한참을 저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쳐다보던 로이지...

    그러다 이내 나를 쓱 쳐다보더니..
    (이때 난 내심 대일밴드 때문에 더 아픈가 싶었다.)

    이렇게 씩 웃더라...
    저 미소를 아마 난 평생 못 잊을 거 같다...

    이번 주에 사실 그런 지적을 들었었다.
    '좋은 선생님'에 대해..
    사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아마 늘 고민하는 부분일 것 같다.
    당연히 가끔 이견도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해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많이 서로 이해하고도 있고..

    개인적으론 아직도 정말 모르겠다.
    때로는 엄하게 선생님으로서 권위를 세우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 같고..
    때로는 내 역할과 역량에선 가능하면 착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도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섬기는 것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로이지의 미소처럼 몇몇 특별한 순간들이 나에게 진심에 대해 믿어오던 확신을 더 굳혀주고 있다.
    (고맙다 로이지...!)

    키시도 처음엔 우리가 수업에 들어가기만 해도 엉엉 울던 때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고맙다 키시...!)

    이어 오후에 진행됐던 G2와 G1의 한국어 수업..
    이 날도 같은 날 비슷한 수업이었음에도..
    한 수업에선 유들유들하게 진행하고..
    한 수업에선 다소 엄하게 진행했다.

    늘 고맙고 미안하고 한편으론 얄궂은 아이들..
    팀원들에게도 조금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거 같은데..
    앞으로 제가 더 잘 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늘빛이 괜히 오묘하던 그날 밤...
    홀로 떠있는 저 별이 참 외로워 보이는구나..☆
    또르르...

    그리고 그 다음날은 라마단이라 공휴일이었는데..
    세부 인근 보홀섬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3년 10월 18일 집계로만 17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끔찍한 자연재해였다..
    피해지역도 보홀, 시키홀, 세부 등...내가 머무는 네그로스 섬과 인접한 섬들이라..
    남일 같지 않다...
    실제로 2013년 10월 15일 아침...
    우리도 작지 않은 지진을 느꼈다.
    아래는 실제로 내가 찍었던 영상...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머무는 두마게테 지역은 피해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복무하던 군시절.. 2010-2011 겨울에 있던 100년 만의 폭설을 몸으로 겪은 뒤..
    오랜만에 정말 겸허해졌다.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라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그날 오후..
    바로 옆섬들이 지진으로 쑥대밭이 됐고..
    아침에 우리 섬에도 지진이 있었음에도..
    삶은 계속됐다.
    지진 후로 괜히 더 위험해 보이는 공사도 계속됐다..

    나도 팀원 몇과 함께 센터 근처로 나가 그냥 걸었다.
    걷다가 갑자기 비가 와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데..
    샤워를 하는 아이를 보며 지진이 지나간 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이곳이나마 지진이 비켜가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걷다 보니 창고형 마트까지 도착했다.
    이곳에서 유치원 학생들인 자스민과 웬젠을 만났다.
    둘 다 은근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반가웠는지 저런 표정으로 다가왔다...*
    (참고로 둘은 사촌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더 걷다..
    나중에 패디캅타고 돌아왔는데..

    거짓말처럼 다시 마주친 자스민과 웬젠 ㅋㅋ
    참 평범한 듯 특별한 매 순간들이 정말 감사하다..

    그날 저녁엔 지진의 여파로 정전이 됐다.

    괜히 이틀 연속 오묘한 하늘..

    다음 날부터 이틀간은 현지 전도사님들을 위한 세미나가 있었다.

    한국에서 임명광 목사님이 오셔 이렇게 이틀간 세미나를 인도해 주셨다. 

    우리는 원래 수,목 이틀간 시험기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지진으로 인해 이틀간 두마게테 전역에 휴교령이 내려져서 이렇게 세미나도 돕고..
    쉬기도 하며...*

    성공리에 끝난 세미나..
    나도 마지막 날 오후에 잠시나마 참석했었는데..
    좋았다...!

    다들 함께 도왔지만..
    특히 세진이가 많이 고생해준..사진액자..
    이렇게 현지 전도사님들이 좋아하셨다..
    박세진 보고 있나...?

    다음 날..
    간만에 여유도 있고..세미나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시포레스트라는 수영장에 갔다.

    다 같이 바람 쐬러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인 듯..
    다들 만면에 미소가...:)

    난 정말..
    물놀이가 정말 좋다...*

    수영장 앞에 있는 바닷가도 들어갈 수 있었다.

    알러지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아직도 몸에 조금씩 수포가 남아있어..살겠다고...*

    정말 즐거웠던 시간...

    임목사님이 저녁까지 사주셨다...*
    하야하이라고 필리핀 음식을 파는 식당으로 갔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필리핀 탄산음료 '칼리'
    파인애플 맛과 사과 맛이 있다.

    맛있던 오징어 요리.

    진짜 좋아하는 두마게테 익스프레스...
    코코넛밀크와 간장의 만남이 이리 맛있을 줄이야..*

    지난 주의 이기문 팀장님처럼..
    많은 걸 베풀어 주고 떠나신 임명광 목사님..
    이렇게 센터에서 감사패를 증정했다.

    지진, 세미나 등등..
    이번 주는 수업이 없었는데도 괜히 또 정신없이 지나갔다.
    센터 한편에선 이렇게 새로운 도전이...*

    내 친구 니니...*

    니니를 비롯해 따따 형님, 듀셀리 아저씨, 륏지 형님 등이 이렇게 뚝딱뚝딱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포스팅을 하다보니..
    이번 주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다...*

    이 와중에 내가 있는 지역의 큰 축제가 있었다.
    네그로스섬은 네그로스옥시덴탈주와 네그로스오리엔탈주로 양분되는데..
    나는 그중 네그로스오리엔탈주의 주도인 두마게테시에 머물고 있다.
    부글라산(buglasan)은 네그로스오리엔탈주의 축제이다.
    두마게테시가 주도인지라 두마게테시에서 열린다.

    큰 축제 인만큼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지역별로 특색있는 부스들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축제 분위기

    네그로스오리엔탈주 주청사 정도?

    이렇게 축제를 구경하고 있는데..
    우리 학생을 또 만났다..!
    G2의 인기녀 레인젤..!!

    우연히 만난 기념으로 이렇게 함께 사진도 찍었다.
    믿기 힘들지만..
    뒤에 글씨는 We ♡ Dumaguete이다.
    아마 착한 사람한텐 보일 것이다...*

    가끔씩 이렇게 학생들과 학교 밖에서 마주친다.
    동네에서 놀던 학생과 마주치기도 하고..
    볼리바드나 시내를 거닐다 마주치기도 하고..
    정말 감사한 우연들...!

    다른 볼거리도 은근 많았다.
    실리만 축제 때 봤던 기념품 상인도 계셨고...

    재미있는 산미겔 맥주 조형물도 있었다.
    비어라오, 산미겔 등..
    동남아에선 맥주회사들이 영향력도 크고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흡사 GMF 같다...*

    산뜻하게 머리를 깎은 세진이와 덥수룩한 나
    그리고 산뜻한 의상을 입은 분...*

    두마게테에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나의 한국어 수업에 휴강은 없다...*
    이번 주는 어거스티나가 바빠서 오지 못했다.

    이/가와 입니다/입니까/무엇입니까를 복습하고
    은/는과 아닙니다를 새로이 배웠다.

    나는 너무도 당연히 써왔던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배울수록 정말 과학적이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날도 새벽 5시경부터 다시 공부해서 수업을 했는데..
    부디 내가 도움이 됐길...!

    이건 약간 번외인데..
    나는 지진 다음날 사모님의 배려로 두마게테 장개(재래시장)에 함께 다녀왔다.

    정겨운 재래시장...
    어느 나라를 가도 재래시장에선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신선한 고기부터..

    가재만한 새우에..

    참치도 있었다...*

    이렇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장개체험을 마치고..

    시간 여유가 있어 마트 장 보실 때도 함께 갔다.

    다른 건 비슷했지만..

    고기를 이렇게 아도보(필리핀 전통요리)컷이나
    시니강(필리핀 전통요리)컷으로 파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장조림용', '찌개용' 정도 되려나.. 

    닭고기 부스에 롤리팝(막대 사탕)이란 이름의 부위가 은근 섬뜩했다.
    이게...*



    곧 할로윈이라 그런지 이렇게 곳곳에 할로윈 분위기 나는 것들도 많았다.

    써도 써도 끝이 보이지 않더니..
    현실뿐만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나를 안도하게 하고..
    위로가 되어주는 강아지들이 드디어...*
    한 녀석은 이제 이렇게 사무실에도 가끔 난입한다..*

    요 삼총사 ㅋㅋㅋㅋ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들이라..
    센터 식구들을 다 잘 따르지만..
    유난히 아팠던 요 녀석은 나를 많이 따르는 거 같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3마리가 같이 쫓아오다가도 제일 끝에 쫓아오는 녀석도 거의 늘 이 녀석이고..
    이렇게 내 근처에서 자주 맴돈다...*

    예전엔 몰랐는데 애교도 어찌나 많은지..ㅋㅋ
    뒤에 똘똘이가 쳐다보고 있네 ㅋㅋ

    다른 녀석들도 정말 예쁘지만..
    이 녀석은 아플 때 맘을 너무 많이 줬는지..
    지금 나에게도 참 특별하다...*

    문득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미와 어린 왕자의 예화가 떠오른다.

    가끔은 저렇게 사무실을 나설 때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혼자 멀리까지 쫓아와서..
    둘이 이러고 유유자적하기도 했다..*

    다른 녀석들도 나름대로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사건들과 시간이 있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녀석은 정말 죽을뻔했던 이녀석인 거 같다..

    이렇게 함께 놀고 있을 때면..
    내가 놀아준다는 기분보다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걱정, 고민들 다 내려놓고 이 녀석의 순수함 속에 풍덩 빠져서..
    덕분에 내가 참 많이 위로받았고 행복했다.

    그 외에도 통나무 속에 갇혀 죽을 뻔한 일명 통통이도 내게 참 힘이 됐고..

    특별한 일이라고 해봤자..
    닭뼈가 목에 걸려 괴로워하기에 빼줬지만..
    사람 정말 좋아해서..
    가끔 조금 놀아주다 방에 들어와 쉬고..
    한참 뒤 나설 때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명 똘똘이..
    요 세 녀석 다 나에게 정말 위로가 많이 되어주었는데..
    다음 주면 다 함께 하던 시간은 이제 끝날 거 같다.

    이제 많이 커서.. 이렇게 고양이도 쫓아내고..
    다른 집에 가서 살 수 있을 만큼 컸기 때문에..
    떠나야 할 강아지는 다른 가정으로 떠날 것이다.

    새끼들을 키우느라 많이 마른 어미개 스텀프..
    아직도 가끔 젖을 무는 녀석들도 있기 때문에..
    어쩌면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할 녀석들은 가는 게 순리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씩 산책 시켜줄 때면 문득 묶여있던 스텀프에게서
    자유로운 새끼들의 모습이 비치기도 한다.

    만약 이 녀석들이 정말로 다른 집으로 간다면 어떨까..
    아직 모르겠지만..왠지 엄청 슬플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지진도 있었고..
    이렇게 내가 필리핀에 와서 지내는 동안 맘을 많이 주었고 내게 힘을 많이 준..
    강아지 가족의 해체도 다가오고 있다..
    물론 비교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이 곳에서 겪는 많은 일들은..가끔 내게 삶의 어떤 은유 같기도 하다.

    행복한 순간들, 먹먹한 순간들, 너무 아픈 순간들, 소중한 순간들..
    여러 만남과 이별..
    이러한 것들이 뒤섞여 나의 7+1이라는 시간과 필리핀이라는 장소를 이뤄가고 있고..
    또 그 시간은 내 삶이란 틀 속에 소중히 간직될 것이다.

    11주차엔 꽤나 많은 일을 겪었고..
    그러한 일들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지진이 나도 공사장과 재래시장의 사람들은 또 열심히 그들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았으며,
    피해지의 살아남은 사람들도 또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스텀프처럼 어미 개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아지 삼총사 녀석들처럼 마냥 어리지도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실 참 애매한 시기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나에게도 삶이, 하루가 주어졌고 나는 그것을 누릴 수 있으며
    또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할 많은 이유들이 있다는 것이다.
    먼 훗날, 필리핀에서 보낸 매 순간에 충실했었고 나는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게..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한주를 또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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