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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리플라이 공연 '사랑이 있었네 (It was love)'
    문화생활/공연 2024. 1. 17. 00:11

    벌써 10년도 훌쩍 지난 20살 전후에 나는 인디 음악에 푹 빠졌었다. 개성 있는 목소리로 각자의 감성을 노래하는 이들 덕에 힘을 얻곤 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병을 갓 달았던 시절, IPTV VOD에서 우연히 발견한 노리플라이의 '내가 되었으면' MV는 진짜 셀 수 없이 틀었다. 답이 없는 마음에 애태우던 시기에 온기 가득한 가사와 멜로디가 시린 가슴을 대변하며 고된 생활을 위로했다. 꼭 한 번 콘서트에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아 그동안 권순관 님의 솔로 2집 발매 기념 작은 콘서트만 갔었다. 이번에 EP 발매를 기념해 노리플라이 공연 ‘사랑이 있었네 (It was love)’가 열려 다녀왔다. 공연장은 신한카드 SOL 페이 스퀘어 라이브홀이었다. 메세나폴리스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다.

    워낙 좋아하는 가수라 불러준 노래도 대부분 알았다. 공연 중 이 밴드의 시작이 '평촌 백영고 축제'였다고 언급할 땐 손을 번쩍 들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사실 예전에 업무로 만난 스튜디오 담당자랑 잡담을 나누다 안양 출신이라고 하니 뜬금없이 노리플라이 아냐고, 백영고 출신이라고 말씀 주셔 혼자 알고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선배님들께(?) 콘서트에서 직접 들으니 괜히 더 벅찼다.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학연의 즐거움이랄까. 어쩌면 어릴 적 동네에서 마주쳤을지도 모를 형님들 덕분에 하루 더 큰 응원을 얻었다. 권순관 님과 정욱재 님 각각 후두염, 감기 등으로 컨디션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 안타까웠으나 공연 자체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요즘 핫한 유다빈밴드의 유다빈 님도 객원 보컬로 오셔 맑고 힘찬 목소리를 들려 주셨다.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헤맸지만 그조차 하나의 여정임을 깨달을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노래였다. 밤이나 터널처럼 깜깜한 순간도 돌아보면 다 길이었더라. 미련조차 성숙의 자양분으로 삼아 뒤돌고 싶은 타성을 뒤로한 채 함께 나아가는 길동무가 있어 다행이었다. 빈손으로 다시 추운 계절을 맞을 때면 괜히 더 허무를 느낀다. 어쩌면 텅 빈 마음은 평생 채울 수 없는지 몰라도 삶을 비추는 목소리 덕분에 ​모든 순간에 사랑이 있었음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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