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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정승환의 안녕, 겨울 : 그럼에도 사랑하게 될 날들
    문화생활/공연 2023. 3. 5. 20:20

    한 해의 마지막 날, 사랑이 형이 죽음 가운데 다시 살아나 나에게 안기는 꿈을 꾸며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잘 못 지내서 형이 또 와 준 것 같아 고맙고 미안했다. 왠지 아득해 보이던 눈을 기억하고 새해는 더 잘 지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공연을 보러 나섰다. 혼자 오려던 콘서트였으나 친구 둘이 같이 보고 싶다고 해 줘 여럿이서 왔다. 일행과 만난 뒤 공연장까지 생각보다 이동 시간이 길어 5분 정도 늦었다. 다행히 첫 곡을 시작한 직후여서 노래를 놓치진 않았다. 두 곡 듣고 멘트를 이어갈 때 입장해 자리에 앉았다.

    '성시경의 축가'나 '싸이의 흠뻑쇼'처럼 '정승환의 안녕, 겨울'은 나름의 역사와 브랜딩을 자랑하는 연말 공연이다. '안녕, 겨울'은 정승환 님의 곡 이름이기도 한데, 이번 공연에선 첫 곡이었다. 유독 겨울에 대한 노래가 많은 가수라 다양한 의미를 담은 이 시간이 더 뜻깊다. 개인적으로 일 년 내내 겨울처럼 시린 순간이 많았다. 원래도 좋아하던 가수지만 올해 특히 그의 따스한 목소리에서 응원을 얻고 마음을 달래곤 했다. 사랑에 빠지고 싶다, 잘 지내요, 너였다면, 보통의 하루 등 사랑하던 곡들부터 뒷모습, 별 등 콘서트에서 더 애정이 생긴 곡들까지 모두 참 좋았다. 보통의 하루와 제자리를 들을 땐 특히 울컥하고 위로가 됐다.

    조금 생소한 곡들까지도 포근한 진심과 진한 감동을 느끼게 했다. '별'과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라는 완벽한 앙코르까지 너무 행복했다. '별'을 들을 땐, 일찍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별과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에 나오는 순수한 사랑과 한 소녀를 떠올렸다.

    마지막의 마지막 곡인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는 사랑이 형이 떠난 뒤 특히 더 많이 듣던 곡이라 더 여운이 짙었다. 마음에 남은 감동을 누리며 집 오는 길 사랑과 함께하던 동네 어귀에서 혼자 울컥할 정도였다. 아무튼 그 제목처럼 어떻게 다시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뭔가 꾹꾹 담은 마음이 고맙게 맞닿는 공연이었다. 춤, 노래, 심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발라드 왕세손 덕분에 2022년의 마무리도, 2023년의 시작도 너무 행복했다. 그야말로 그럼에도 사랑하게 될 날들이다. 

    결심으로 열었던 한 해가 마음과는 다르게 흘렀다. 크고 작은 굴곡 뒤 사랑은 여전히 아득하다. 삶에 권태와 허무를 느끼며 기대조차 비우고 있었는데 짧은 꿈과 꿈같은 시간이 다시 새해를 의지로 맞이하게 돕는다. 12월 31일을 맞아 함박눈을 닮은 포근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미 지났거나 오지 않은 봄을 기다리기보다 넉넉하게 주어진 보통의 겨울을 잘 누리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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