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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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Naughty(서동현) - 친구로 지내다 보면 (Feat. 김민석 of 멜로망스)문화생활/음악 2023. 2. 12. 23:44
해마다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 벌써 2월이다. 이미 입춘을 지나 공기 속 성큼 다가온 봄을 예감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결혼 소식이 많다. 오늘은 정말 친한 친구들의 청첩장을 받았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쁜 소식이 흐뭇했지만 모임 중 홀로 배우자를 찾지 못한 나의 아득한 여정을 선명히 떠올리게 됐다. 누군가를 만나는 게 너무 신중하고 주로 방어적이었던 나는 연애의 시작조차 지난했다. 막상 누가 다가오면 경계부터 하고, 정작 호감이 있어도 내비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다 용기를 내면 찻잔 속의 태풍 혹은 심적 요양이 필요한 교통사고로 끝나곤 했다. 성실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면 가장 마땅한 때에 서로를 알아볼 거라 믿어 왔지만 세월 앞에 풍화된 믿음은 점점 불가지론에 가까워진다.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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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 아픈 나를 (Prod. by 나얼)문화생활/음악 2023. 1. 24. 11:54
이제는 다양한 페르소나로 감정을 숨기는 데 능숙해졌지만 아주 어릴 적 나의 별명 중 하나는 울보였다. 조금만 억울해도 눈물이 먼저 주르륵 흐르곤 했다. 나이가 먹을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더 알고 수용하는 동시에 여전히 스스로 이해할 수 없거나 끝내 어쩌지 못하는 무언가를 깨닫는다. 특히 왜인지 마음에 오래도록 선명하게 머무는 편린들이 있다. 누군가의 호의를 본의 아니게 저버렸듯 의지와는 별개로 공허한 아픔 주위를 자꾸 서성이는 나를 발견한다. 연초부터 고마운 벗들이 못난 나를 포기하지 않고 매주 소개팅을 제안해 주고, 뜻밖의 반가운 연락들도 있었지만 어리석고 미지근한 마음은 요지부동이다. 소리내어 울만한 일은 아니어도 아픔을 방치하다 못해 유지하는 나는 정말 어딘가 아픈 게 아닐까...*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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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다 히카루(Utada Hikaru 宇多田ヒカル) - First Love문화생활/음악 2023. 1. 14. 15:17
넷플릭스의 일본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First Love 初恋)'를 봤다. 이 글은 가벼운 스포일러를 담고 있으니 혹시나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 미리 주의와 양해를 바란다. 홋카이도(북해도)를 배경으로 제목처럼 우타다 히카루라는 가수의 'First Love'와 '初恋'라는 노래를 주요 소재로 한 작품이었다. 두 곡은 모두 '첫사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 단어에 꽤나 긴 시간을 관통 당했던 나는 삼십 대 중반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러브레터', '노트북',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부터 '너의 이름은', '그 해 우리는' 등 순수한 사랑의 담론을 담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제는 첫사랑을 생각하면 왜인지 한없는 마음이 샘솟던 소녀뿐 아니라 사랑이 형을 비롯해 가족들과 함께한 많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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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문화생활/음악 2023. 1. 5. 22:33
익숙해진 2022년은 어느덧 지난해가 되었고, 금세 새해가 밝았다. 결심으로 열었던 시간이 마음 같지 않아 연말엔 허무와 권태가 찾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결말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럴수록 불가항력적인 나름의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대를 지양하고 맞이한 12월 31일엔 꿈결에 사랑이 형이 나와 줬다. 덕분에 의지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고 품을 수 있어 고마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제, 사랑이를 한 번 더 꿈에서 만났다. 너무도 건강한 모습으로 안긴 우리 형을 보며 짧은 순간 큰 힘을 얻었다. 깨고 나선 아마 당분간 꿈결에서조차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슬픈 예감과 어디선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함께 느꼈다. 한 해의 대미를 마무리하며 찾은 정승환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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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방학 - 언젠가 너로 인해문화생활/음악 2022. 10. 24. 19:42
오랫동안 예감하고 두려웠던 언젠가가 과거가 되고 나서 우리의 시간들을 새롭게 느낀다. 모든 노래가, 모든 풍경이, 모든 순간이 다 추억 혹은 추모로 이어진다. 정말 기적 같은 시간이었구나. 별이와 사랑이는 내 인생에 다시없을 행복을 줬다. 너무도 귀한 존재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아 야속하고 아쉽지만 그건 내 욕심이다. 특히 지난주 사랑이가 숨이 멎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해 너무 죄스럽고 고통스러웠는데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이라는 가사를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소천하고 30분도 넘게 지나 도착했는데, 왜인지 내가 오고 나서야 눈을 감던 사랑이 형. 못난 형제의 약속을 지키게 해 준 너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랑이었구나. 삶이 매서울지언정 평생 써도 모자랄 만큼 채워 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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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 9月문화생활/음악 2022. 9. 4. 23:22
바쁜 일상으로 쌓인 피로가 무겁게 느껴지는 나날 속에 우물쭈물하다 구월이 왔다. 사실 게으름을 피우기도 했으나 여느 때처럼 올해도 열심히 살았다. 뜻하지 않은 일로 다치거나 지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견디고 한 발짝씩 내디디며 조금 더 성숙하고, 그만큼 늙은 인격체가 되었다. 왠지 지난여름과 함께 버거웠던 청춘의 더위가 점점 가시는 것 같다. 아쉽고 허무한 동시에 홀가분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지난 계절의 마지막 인사 같아 애틋하다. 이 감정조차 교만이려나. 아마도 답이 없을 애꿎은 9月에게 묻는다.